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읽고서 작가의 팬이 되었다.
지인에게 선물을 하거나 추천할 정도로 좋았던 책이었다.
그리고 다음 책을 기대할만큼 작가의 이름 세 글자는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신간이 나올때마다 사서 읽거나,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다.
보노보노의 작가, 김신회.... 책 한 권의 영향력이 이렇게 크다.
곽재구 시인의 <우리가 사랑한 1초들> 산문집이 그랬다.
읽고 느낌이 좋은 책은 작가를 오롯이 기억한다.
다른 어떤 책보다 먼저 읽어야 될 것 같은 일종의 책임감? 하여튼 그런 감정이 있다.
이후 김신회 작가의 <심심과 열심>,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도 않구나>도 읽었다.
공전의 히트를 친 첫 책보다 깊이 닿지는 않았지만, 김신회 작가니까^^
그리고 김신회 작가라면 신간을 한번 더 눈여겨본다.
문체를 알고 느낌 아니깐~~ 책 「가벼운 책임」이다.
제목에서 조금 갸우뚱해진다. 역설인가?
'책임' 그 말 자체에서 오는 부담감 때문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데....
묵직한 돌 하나를 얹어놓은 듯 '책임'이란 말은 전혀 가볍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무거운 책임을 조금 내려놓고 자유로워지란 말인가?!
그 자유로워지기까지의 힘겨움이 고스란히 글 속에서 느껴졌다.
읽다보니 작가도 이런저런 생각이 나처럼 참 많구나!
잘 하려고 하고,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의 부담감이 책임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나를, 우리를 옭아매는구나!
몇 달 동안 나도 그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니까.
책「가벼운 책임」을 읽으면서 이해되기도 했다.
'어른 됨과 책임, 반려견 입양과 책임' 두 문제로 고민하는 작가의 삶을 엿본다.
누구나 하게 되는 일상적 고민이다.
때론 감당해야되는 책임감이 결국 내 만족 때문이란 것에 동의하게 된다.
그 만족감이 충족되지 않기에 삶은 피폐해져간다.
잘 하려고 하는 욕심만이라도 조금 내려놓으면 자유로울텐데.....
"노력해보겠다는 말은..........(중략)
노력하는 중에는 뭐라도 하는 사람이 되니까, 힘이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니까
끊임없이 노력했다. 하지만 노력으로 유지되는 관계는 길게 가지 않는다.
노력하면 혹시 좋아질지도 몰라, 조금만 더 기다려보면 나아질지도 몰라.
........ (중략) 상대의 단점 앞에 눈을 감는 것, 하고 싶은 말을 참는 것,
내 마음에 거짓말하는 것, 그럼으로써 관계를 내려놓지 않는 것,
그러느라 너덜너덜해진 마음마저 감당하는 것, 이제 그런 거 안 하고 싶다.
관계 또는 누군가를 책임지기에 앞서 필요한 것은 먼저 내 마음에 책임감을 갖는 일이니까." (92~93쪽)
박스 안에 「가벼운 책임」을 추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하지 않을까?
물건 하나 사는 것도 결정하기 어려워 미루는 사람,.... 나는 결국 고르다 지쳐 선택을 포기한다.
인생, 대충 사는 것 아님을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관계에서 좀 많이 숙이는 편이다.
싫은 소리 잘 못하고, 혼자가 그냥 편하다. 그렇다고 외로움은 절대 아니다.
관계 소통이 중요하지만, 그 관계가 피곤해서 피하는 편이다.
책임감이란 말에 답답해하지만 그래도 시간 지나면 그 책임감 때문에 일을 다 해내고 만다.
책임이 주는 무게감과 어른..... 불가분의 관계임을 새삼 알게된다.
그렇다고 책임감과 어른을 한 매듭으로 묶고 싶지는 않다.
어른이기 이전에 인격을 가진 내 몸과 마음, 생각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의식한 책임감 이전에 나를 먼저 배려하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3월~6월 지금까지 새로운 환경(삶)에서 나를 지탱해준은 사실 「가벼운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이「가벼운 책임」이 없었다면 새로운 일, 어려운 일을 피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6월 100일이 지난 이제서야 조금 자유롭고 가벼워진 마음이 될 수 있었을까?
"작지만 단단한, 수시로 만져 반질반질해진 돌맹이 같은 책임을 나는 하루에 다섯 번씩 반복하고 있었다.
책임감은 특별한 게 아니다. 오늘 하루, 하기로 한 일을 잊지 않는 것, 귀찮거나 싫어도 해보는 것,
최대한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 만약 당신이 '나는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매일 나를 혹은 누군가를 위해 반복하고 있는 일들을 떠올려 보자.
그것 하나하나에 번호를 매겨 하루에 몇 번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헤아려 보자.
하루는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 같아도 몇 갠가의 책임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걸 수행하면서 매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다."(104쪽)
3월부터 지금까지 수첩에 하루 하루 할 일들과 수행했던 일들을 메모했다.
메모 할 당시에는 너무 절박했다. 다음번에는 내가 혼자 감당해야 될 몫이니까.
메모는 번호를 매기지는 않더라도 수시로 기억해야 될 오늘 하루 감당해야 될 나의 작은 책임감이다.
결코 가볍지않은... 그렇다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내 힘겨운 때 나를 지켜줬던 책임감이다.
"책임감의 또 다른 이름은 관대함이 아닐까.
나를 책임지고,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은 나에게, 더 나아가 타인에게
관대해지는 일로부터 시작되는게 아닐까.
내가 진짜 갖고 싶었던 건 책임감이 아니라 관대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조금 더 관대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그걸 위해서는 책임감부터 가져야 한다며 또 한번 통제 욕구를 발휘했던 거다. (195쪽)
내 만족을 위한 책임감보다 내 마음을 향한 배려와 관대함이 책임감 이전에 선행되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른이라면....
책임감 보다 관대함이란 단어가 먼저 생각날 수 있도록^^
관대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내 마음밭을 잘 가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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