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흘 전 가을이 내려앉았을 때, 시월의 연휴가 사이 사이 끼어있어 기분이 좋을 때 가을 산책을 나섰다.
주일 오전 예배를 드리고, 몇 년 만에 다시 가게 된 남해 상주 은모래비치와 하동 최참판댁을 경유해 집으로 오는 산책코스다.
사실 물회가 궁금해서 일정을 남해로 먼저 잡았다.
인간극장에 나왔고, 그렇게해서 유명해진 남해 부산횟집 물회.11시 오픈이니 교회 갔다가 10시 넘어 출발했다.
볕 좋은 가을빛이 스며든 날이었다.
주말마다 자주 나가고 얘기하고 맛있는 것 먹는 아주 소소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평안함과 여유로움이 좋다.
가을놀이를 떠난다.
남해 가는 길, 달려 달려~! 탁 트인 바다가 펼쳐졌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푸른빛에도 가을이 묻어났다.

여름의 별미로 시원한 물회를 많이 먹는데,
우리는 이제사 맛을 보았다.
부산횟집 물회는 큰 양푼이가 특징이다.
양푼에 싱싱한 채소와 회가 들어있다.
곁들여나오는 메밀국수를 비벼비벼~~
향긋한 참기름이 맛의 풍미를 더해주었다.
물회에 채수가 나오는데 거기에 꼭 하얀쌀밥을 말아야하는 것.
하얀쌀밥을 말았더니 감칠맛 절정 고소하면서 달고 담백한 밥맛이 우러나오는게
신기하게도 웃음이 나오는 맛이었다.
그제서야 아... 그렇구나!


한번쯤은 궁금해서라도 먹을만한 특이한 물회였다. 하얀쌀밥에 말아먹고, 참기름 맛이 일품이었다는 점!
1인분 가격이 19,000원 좀 비싸다는 느낌 있고.
조용한 마을에 바다뷰는 좋았다.

남해 부산횟집에서 물회를 먹고, 찾은
남해 상주 은모래비치....
아비토끼와 내가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다.
넓고 탁 트인 고운 모래가 펼쳐지고 수평선이 아름다운 바다, 사람들로 많이 북적이지 않아서 좋다.
샌들을 신고 와서 신발을 벗고 모래밭을 손 잡고 걸었다. 밀려오는 파도가 발에 닿는 느낌이 보드라웠다.
물이 미지근해서 수영하면서 노는 아이들도 있고,
날이 좋아서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각자의 방법으로 쉬고 즐긴다.
다시 삶 속으로 들어가야 하니깐.

한 곳에 가면 가는 시간만큼이나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그냥 마음 속에 담아오고 다음을 기약할 뿐... 상주 은모래비치도 그렇다.
늦은 오후로 접어들었고, 남해에서 하동으로 간다.


오월 봄에 가고 다시 가을에 찾은 최참판댁에 사람들이 몰렸다. 늦은 오후인데도 차는 계속 들어왔다.
드넓은 논에는 온통 노란 물결이 일렁거린다.
노랗게 익은 벼가 고개숙이고,
넓은 마당에는 구조물도 세워지고 위치도 바뀌고, 전통놀이(제기차기, 투호놀이 등)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생겼다. 아이도 어른도 웃고있다.
노란물결 가운데 부부 소나무가 더 도드라지게 보였다.
이 멋진 풍경은 가을에만 볼 수 있는 것!
추수 후 휑한 논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둘러보던 중 신기한 흰 꽃봉오리 발견!
직감적으로 '목화'라고 소리쳤다.
하얗게 오므리고있는 봉오리가 천 같아서 검색해보니 목화가 맞았다. 고려후기 학자인 문익점이 원나라에서 가져온 그 목화씨가 여기에 심겨져있다니...(신기방기♡)
이 목화꽃이 지면 열매가 생기고 열매가 터져서 하얀 솜털이 나온다고... 그 솜털이 바로 목화솜이라고 한다.
때가 맞지않아 오월에는 못 보고, 시월에 보는구나.
처음 보는 풍경은 귀하고, 잊혀지지 않는다.




최참판댁 둘러보고 내려오니 뻥튀기 소리 요란하고 가을바람에 번데기 삶는 냄새는 얼마나 퍼져가는지... 번데기 냄새에 졌다.^^;;;
종이컵으로 하나 사서 내려오면서 먹었다.
역시 어릴적 먹었던 그 맛 그대로다.
구수하게 맛있다.
최참판댁 바로 옆 3분만 가면 조용하고 고즈넉하게 산책하기 좋은 호수, 동정호가 있다.
해가 넘어가고 있어서 둘레길 걷기보다 그냥 앉아서 잠잠히 호수를 바라보았다. 뭘 하지 않아도 좋은...
지리산이 품어주는 품 넓은 곳.
머리가 비워지는 평화로움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다.

늦은 오후 어둠이 몰려오는 하동 화개장터는 어떨까?
최참판댁-동정호 갔다 화개장터에 잠깐 들렀다.
화개장터에서 저녁 먹을 수 있으면 먹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공휴일의 늦은 오후에 오니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가을이라 산나물과 송이버섯이 많이 나왔다.
송이버섯을 흥정하는 상인들의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산 송이는 아닌데.....
이벤트가 없는, 같은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파는 특징없는 유명한 시장?
별다른게 없었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남해 상주 (물회) 은모래비치-하동 최참판댁, 동정호
오랫만에 밤 늦게까지 눈에 가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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