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빨강머리 앤.
뭔가 뒤바뀐 듯 빨강머리 앤을 통해서 모드 몽고메리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꼬마 니콜라'를 보고 르네 고시니와 장 자크 상페를 알았던 것처럼.
좋아하는 것은 좀 더 깊이 알기를 원한다.
빨강머리 앤을 다룬 책들은 어렸을 때부터 보고, 읽어왔기에 너무 사랑스럽고 소장가치가 있다.
관련해서 책으로 나올 때 마다 눈길을 끌고 인기가 많다.
책 「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도 그렇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핫 아이템이자, 그 자체로 장르가 된다.
대부분 빨강머리 앤이란 제목을 달고 나온 책들은 주인공 앤(Anne) 이야기이다.
책 「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에서도 앤(Anne) 이야기인 줄 알고 들여다봤는데,
저자 루시 모드 몽고메리 이야기였다. 오히려 좋았다.
쟝르가 된 주인공을 만들어낸 작가를 알게 되면 자연스레 작품의 탄생 배경이 나올테니
이야기가 더 풍성해진다. 특히 빨강머리 앤 이야기는 아름다운 배경이 너무 많으니까.
작가가 살던 마을, 캐번디시를 배경으로 늘 그리움과 설렘이 있는 곳 프린스에드워드섬.
너무 좋아 자기가 쓴 이야기 속으로 옮겨놓았을 정도라면, 그 곳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큰지...
모드 몽고메리의 성향이 앤(Anne)에게 투영되었다.
앤(Anne)의 호기심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모드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 자연에 대한 사랑이 책 「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사랑한 풍경이었다.
[그 때의 연인의 오솔길과 지금의 연인의 오솔길]
♣나에게 연인의 오솔길은 세상에서 가장 친숙한 장소이며, 언제나 기운을 북돋워주는 곳이다.
기분이 아무리 나빠도, 마음이 아무리 무거워도, 이 아름다운 오솔길에서
한 시간만 혼자서 보내면 나 자신과 세상이 곧 제자리를 찾았다.♣
지금 맞이하고 있는 가을과 어울림이 좋은 책이었다.
밤에 스텐드 등을 켜고, 찬 바람이 들어오는 창을 조금 닫고,
아늑함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읽는 책 얼마만의 신선한 느낌인가!
이 느낌이 계속 이어져야 할텐데.....
150년 정도의 시간을 거슬러 한 작가의 삶이 담긴 곳을 재현해내고 보존한다는 것은 쉽지않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얼마나 탁월하고 대단한 사람인지 아는 안목도 칭찬해줄만하다.
작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인정이 지금의 프린스에드워드섬을 만들지 않았을까?
좋은 예술가를 한 눈에 알아보는 안목이 왜 항상 시대를 거슬러 평가가 될까?
당대에 인정 못 받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궁핍하게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삶이 안타깝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삶도 녹록치 않았음을 알기에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긍정적이고 밝고, 아름다웠고, 강인했다는 아이러니.
작가의 배경을 조금이라도 알기 때문에 책「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보는 동안 행복하지는 않았다.
가슴이 아리고,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움이 묻어나는 책이었다.
시시때때로 차오르는 감정을 앤(Anne)에게 투영하고, 그리움을 에이번리 마을에 담았다는게 느껴졌다.
♣이 섬은 세상에서 꽃이 제일 만발한 곳이군요...... 프린스에드워드섬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곳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제가 여기서 사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정말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예요.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자연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게도 Anne에게도 최고의 안식처였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최고의 글감이 된다. 무엇보다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 된다.
자연에서 자라고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의 특징이 아닐까!
자연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처럼.
책「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에서는 모드 몽고메리의 일기를 토대로
앤이 사랑했던 풍경들을 엿본다. 결국은 모드 몽고메리가 사랑했던 풍경이지만.
서정적이고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지극히 내밀하고 사소한 감정을 엿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는데.......
그녀가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류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201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여성 작가 앨리스 먼로가 생각난다.
캐나다에서 19세기와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류작가가 나온 것은 빼어난 자연 풍경을 토대로
작가들의 미적 감수성이 발현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일요일 풍경은 따로 있다.
다만 내가 너무 소심해서 그 소망을 현실로 이루지는 못하고 관습의 흐름에 따라 표류하고 있을 뿐이다.
...... 나는 일요일 아침에는 일상을 벗어나 숲의 심장부까지 깊이 들어가고 싶다.
고사리 수풀에 홀로 앉아 이끼 덮인 어둑한 숲길에 찬송가처럼
메아리치는 바람과 나무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
자연과 내 영혼이 함께 한다면 나는 숲속에서 몇 시간이든 혼자 머물 수 있다.♣
앤(Anne)을 아니, 루시 모드 몽고메리를 더 알고 싶다면 그녀 삶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던
캐번디시/프린스에드워드섬으로 여행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책「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의 저자는 빨강머리 앤의 이야기 속 내용물을
그대로 보고자 여행한다면 100% 실망한다고 말한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삶의 환경이 그 때와 다르니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자연의 풍경은 여전히 그 자리에 다른 모습이지만
남아있으니 오라고 초대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알았다.
실물을 보고 싶은게 아니라, 앤의 생각과 느낌이 닿은 흔적들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초록색 지붕집 창가에 놓인 제라늄. 꽃과 식물에 무심할 것 같은 마릴라가 앤이 온 후
몇 년이 지나고 감성적으로 변했다. 앤의 2층 방 곳곳에 놓인 화병에 꽃힌 꽃들.
사람이 든 자리에 꽃이 피었다. 그 사람에 따라 집 분위기 뿐 아니라 사람도 달라진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이상이 담긴 따뜻한 집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올여름 내내 부지런히 글을 썼다.
너무나 더웠던 날씨에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소설과 시를 짜내느라
골수가 녹아버리고 뇌가 지글지글 타버리지나 않을까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내 일을 정말 사랑한다! 이야기를 엮어내는 일을 사랑하고,
내 방 창가에 앉아서 날개를 펴고 솟아오르는 공상을 시로 다듬어내는 일을 사랑한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사랑하는 글쓰기가 진심 느껴진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곳곳에 글로 표현되어 나온다.
글로 다 표현되지 못할만큼 자연은 항상 작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진심이 아니었을까?!
작가의 진심이 책「빨강머리 앤이 사랑한 풍경」에 담겨있다.
가을날, 이 책을 만나서 진심 뭉클하고 좋았다.
'마음 한 뼘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월의 토끼 (0) | 2021.10.03 |
---|---|
슬픔과 아린 마음이 집약된 곳,「가재가 노래하는 곳」 (0) | 2021.09.30 |
달러구트 ★꿈★ 백화점2; 단골 손님을 찾습니다 (0) | 2021.09.23 |
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0) | 2021.09.20 |
「파리의 도서관②」현재를 살아내다 (0) | 2021.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