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무리지어 핀 풀꽃이 어제는 저기 피었는데, 오늘은 여기 피었다.
봄여름가을겨울 아침과 밤마다 새의 지저귐이 다르다.
같은 나무인데도 색깔의 물들임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
바람의 흔들림에 따라 구름의 모양과 하늘의 색감이 다르게 펼쳐진다.
아침에 짙은 안개가 끼면 그 날은 맑고 더운 날이 예상된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 한 점 없고 맑은데, 겨우내 찬 바람이 스며듦은 눈이 왔으면 좋겠고,
비가 흡족하게 내려 땅을 뜸뿍 적셨으면 좋겠고,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 내려온 24절기가 그 이름에 맞게 사용되어졌으면 좋겠다.
11월 말의 때이른? 추위가 올 겨울을 덮칠 한파를 미리 걱정하기도 한다.
땅이 점점 메말라가고, 바다가 오염되어져가고, 기후가 널뛰기를 한다.
사람들의 이기심과 편의 때문에 자연이 시들시들해간다.
추위를 뚫고 봄을 깨우는 하얀 목련이 지금 봉오리져 있다.
겨울에는 목련의 꽃눈도 잠을 자야 되는데....
신기하면서도 마냥 기쁘지않다. 순리대로 피고 지는게 아니니까.
이런 자연의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난다.
그것을 제대로 보고 느끼지 못하고 무감하게 지나친다면 결국 폐해는 사람에게로 되돌아온다.
삭막한 삶 속이지만 조금 일찍 「자연 수업」을 받는다면 삶이 피폐해지지는 않을 듯 싶다.
땅 아래, 하늘 위를 누구보다 조금 더 관심있어라 하고 좋아한다.
흑빛 어둠 속에서 별을 헤아려보기도 하고, 혹여나 별이 내가 보이는 곳에서 떨어질까 궁금해하면서
한참 올려다본다. 땅 아래 보물을 숨겨놓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본다.
별과 풀꽃을 본다. 작은 벌레들도 본다. 나무 위의 새들도 본다.
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지만, 그 본다는 것은 또다른 의미다.
거기에서 무탈하게 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고, 안부를 묻는것이다.
나에게 이런 것이 자연 수업이다.
바람과 새와 꽃의 은밀한 신호를 읽는 법, 「자연 수업」 이 책이 나는 너무 좋다.
흔한 사진과 그림 하나 없지만 머릿속으로 연상이 된다. 저자가 쉽게 쓰기도 했지만, 다정하게 썼다.
<빨강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그 푸릇푸릇한 대자연이 스스럼없이 생각났다.
인문학 서적이 될만한 자연을 다룬 책 중에서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달맞이꽃은 오직 해질녘이 되어서야 꽃잎을 열고 향기를 내뿜는다. 그러면 달콤한 유혹에 홀려서 |
정원을 가꾸는 세심하고 따스한 정원사처럼 저자의 설명이 충분히 마음 속으로 스며들었다.
비와 바람, 눈과 우박에서부터 새와 꽃 나무에 이르기까지 자연에서 관찰되는 모든 현상과 존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정원에 무방비로 쑥쑥 자라나는 풀에 대해 무자비하게 제거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자꾸 머릿속에 빙빙 맴돌았다. 흙과 연관되기에 더 나아가 빗물의 스며듦과 흙 속 생물과 나무에까지
그 연관성이 이어지기에 생생함과 경이로움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을 듯 싶다.
혹시 여러분은 몇몇 야생화들이 정원을 마치 자기 발로 돌아다닌 양 보이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
식물과 동물의 세계에서도 택배 서비스가 있다니.... 하기사 공생의 관계로 서로 더불어 살아가야지 같이 윈-윈 할테니까.
개미가 택배 직원이라는 발상이 신선하다. 그리고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식물과 씨앗들.
내가 봄부터 이쪽 저쪽 흙이 있는 곳 어디에서나 보았던 큰개불알풀꽃(봄까치풀꽃)을 개미가 배송했다니....
새벽 5시에 꽃을 피우는 호박은 하루를 가장 부지런하게 시작한다. 금잔화는 오전 8시에 꽃잎을 열고 |
하루를 열고 다는 꽃들의 시간표가 전부 달랐다. 영업과 손님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도 재밌다.
꽃잎의 열고 닫는 시간을 통해 하루 중 어떤 시간인지 대략 알 수 있음에 흥미로웠다.
이런 꽃들의 세계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그들의 생존전략이긴 하지만 생각이 많아진다.
결국 공생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win-win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얼마나 소원해졌는지는 덥고 건조한 여름이 오면 잘 알 수 있다. 농부들과 삼림 감독관들은 |
핵심이다.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인데, 우리는 일기 예보를 하는 기상청을 자꾸 탓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자연을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으면 자연의 신호를 읽고 우리도 내일의 기상예보관이 될 수 있다.
반응하지 않고 무뎌져있는 우리의 감각을 탓해야 하는것이다.
지금은 얼마나 중요한 때인가? 그동안 우리는 역사적으로 많은 기술적인 진보와 혁신을 이루었다.
세계는 다양해졌고 인간은 편리해졌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자연은 없다.
무분별하게 자연을 막 이용하고 환경을 파괴해왔다. 자연의 신호, 아픔을 외면했다. 얻은 것보다 잃은게 많다.
더 늦기 전에 전세계적으로 기후협약을 맺고, 환경 파괴가 가속화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될 때이다.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가져야 할 때이고, 자연에 대해 미안함과 고마움을 가져야 할 때이다.
보석같은 자연 속 일들이 땅과 하늘, 숲과 정원, 대기 속에서 마구 일어난다.
들여다보니 자연이 순리대로 흐름은 이유가 있었다. 생존에 대한 본능과 이로움이다.
예측할 수 없지만 자연은 그들 나름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인간도 그 관계 속으로 들어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하는데....
우리는 개나 고양이, 새 등의 지각 능력에 자주 감탄하면서 인간의 신체도 똑같은 원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
곰곰히 생각해보니, 감수성이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연습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자연에 반응하고, 보는 것과 소리와 냄새에 민감함은 이유가 있었다.
관심과 애정이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나의 감수성을 칭찬해~~~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따라 흐르는 감정이 짙어져가는 나를 본다.
반응하는 속도에 느릴수 있지만, 깊이 여운으로 생각하는 내 마음을 칭찬해~~~
이런 사랑스러운「자연 수업」이 또 있다면, 계속 수강할 수 있다^^
겨울이 들어왔기에, 문을 다 닫는다.
아침에 밝은 햇살이 동쪽 창에서 반짝일 때, 문을 다 열고 환기를 시키고 하루를 시작한다.
다시 어둠이 찾아와 방 공기가 싸늘해지고 닫힌 문으로 건조할 때, 책상에 물 한 대접을 올려놓았다.
코가 막혔는데, 뚫렸다. 물 한 대접의 효과가 얼마나 큰지.....
이렇듯 자연을 무한대로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이다. 비용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대신, 같이 살자고 말하는 것 같다. 소비하는 내용물에게 관심을^^
매순간 반응하며 사는 것이 자연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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