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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탕선녀님 #백희나작가 #목욕탕과 요구르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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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5.31 「장수탕 선녀님」& 요구르트 2
2020. 5. 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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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던 날부터 이듬해까지
학교 학부모 명예사서로 일주일에 2,3번 도서관에 들락날락했다.
사서가 없는 작은 학교라 1,2학년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도서관 자원봉사를 했다.
그 덕에 나는 아이에게 일년에 거의 3,4백권의 그림책을 빌려와서 읽어줬다.
열심히 읽어준 덕분에 아이는 방학이 끝나면 다독상도 꾸준히 받았다.
아이가 3학년이 되고, 마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집 옆에 학교가 있는데, 규모가 1400명 이상인 곳이라 도서관에 사서도 있었다.
그 이후 도서관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고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지 않았다.
이제 그림책과의 인연은 없구나 싶었는데..........
2년 동안 아이에게 꾸준히 읽어준 약 1천여 권의 그림책 효과였을까?
오히려 내가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가 아니라 그림책 읽는 아줌마가 되었다.
아이의 눈이 아닌 오롯이 어른의 눈에 비친 그림책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점점 어른의 시선으로 읽게 되니 뭐랄까...... 그림책이 주는 위로를 더 많이 받는 듯 했다.
그림책과 사랑에 빠진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다른 책도 좋지만 그림책 읽는 시간은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는 것 같았다.
콕 찝어 '이 책 너무 좋다'는 한 권의 그림책을 꼽는 것은 참 어렵다.
모든 그림책에서 받는 위로가 다르기 때문에.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기억에 남는 그림책은 있다.
추억과 기억이란 이야기가 오브랩된다면 그 책은 내 것도 된다.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이 그랬다.


집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목욕합니다' 간판이 적힌 목욕탕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는 언니와 나를 데리고 목욕탕에 갔다.
엄마와 언니와 달리 나는 목욕탕 가는게 너무 싫었다.
일단 이것저것 목욕바구니에 준비해 챙기는게 귀찮았다.
뜨거운 김이 폴폴 올라와 숨막히고 답답한 그 공간이 싫었고,
엄마가 이태리 타월로 때를 빡빡 미는게 너무 아팠다.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목욕탕에 가면 냉탕(찬물) 있는데, 냉탕에서 노는게 마냥 좋았다.
작은 물동이를 배에 안고 물장구치며 둥둥둥~~~
샤워기에서 찬물이 솟구칠 때 폭포수처럼 시원함은 그 밑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기분이 날아갈 듯 좋고, 목욕탕 오기를 잘했다고 그 때 조금 느낀다.
엄마는 때도 불리지않고 찬물에 간다고 잔소리를 했지만..... 엄마의 그 때 그 잔소리가 그립다.


목욕 다 하고 나오면 당근 바나나 우유~~ 요구르트는 집에서 많이 먹는다.
우리집은 아빠가 이발소를 하니 이발소 작은 냉장고에 요쿠르트가 언제가 떨어지지 않으니깐.
그래도 목욕탕에서 마시는 요구르트는 확실히 맛이 다르다.
꼭 먹어줘야 될 것 같은 목욕탕의 요구르트다.

이런 목욕탕의 기억은 어느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수탕 선녀님>의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다.
내 어릴 적 추억의 단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수탕에서 덕지가 만난 선녀와 나뭇꾼의 그 선녀님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우리네 동화 '선녀와 나뭇꾼'에서 나무꾼이 선녀님의 옷을 가져가는 바람에 하늘집으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님이
시간이 엄청 흘렀는데도 날개옷을 찾지 못해 이 땅, 장수탕에서 살고 있었다는 설정도 기발하고 좋았고
특히 다른 사람도 아닌 덕지의 눈에 보인것도 신기했다. 어여쁜 선녀님이 할머니시다.
아주 오래된 목욕탕에 사는 선녀님이라니.... 이름값 제대로 하는 목욕탕 '장수탕'이다.


덕지도 아마 목욕탕에 가기 싫은가보다. 엄마의 꾐에 넘어간게 요구르트 였다.
울지 않고 때 잘 밀면 요구르트 사준다고...... 그런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장수탕에서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와 재밌게 놀았다. 냉탕에서.
폭포수 아래에서 버티기, 바가지 타고 물장구치기, 탕 속에서 숨 참기~~
냉탕에서 노는 법을 너무 잘 아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눈에 비친 요구르트, 할머니는 분명 요구르트를 먹어본 적 없으시다.
덕지는 울지 않고 때를 밀었고, 숨도 꾹 참았다. 요구르트를 위해서....


엄마가 사준 요구르트, 덕지는 할머니께 드렸다. 착한 덕지!! 자기도 요구르트를 먹고 싶었을텐데, .....
자기와 잘 놀아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일거다.
그리고 다음번에도 장수탕에서 할머니와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을거고.
찬물에서 놀았더니 감기가..... 꿈에서? 할머니가 '요구룽 고맙다. 얼릉, 나아라 덕지야^^'


지금은 목욕탕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욕실이 있는 집에서 사니깐.
매일 또는 이틀에 한번씩 샤워를 하니깐.
그래서일까? '장수탕 선녀님' 책을 읽으면 어릴 적 목욕탕 자주 갔던 일들이 생각난다.
명절 되면 특히 새벽에 일찍 일어나 목욕탕에 가서 씻고 큰 집에 갔던 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명절 때 새벽의 목욕탕은 얼마나 사람들로 북적였는지, 일찍 나서지 않으면 탕 주변으로 자리가 없어서
낑겨서 앉아 씻었던 기억도 생생한데.....
이 책은 지금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잘 와닿지 않을 듯 하다.
오히려 우리 어렸을 적 엄마 따라, 아빠 따라 목욕탕 갔던 세대만이 공유하는 추억이랄까.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그래서 더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새삼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힘겨움과 자주 또는 종종 마주하는데, 그 때마다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면
위로를 많이 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도 어른의 몫이란 생각도 들고.
요즘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힘겨움의 때를 넘어갈까?
가장 가까이 있는 내 아이도 힘들다, 힘들다 할 때 엄마인 내가 뚝딱 해결해줄 수 있는 위로가 없는데....
그냥 들어줄 뿐인데.....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 짠~~하다.
오고가는 인연들 속에서 장수탕 선녀님을 만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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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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