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을 오롯이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해마다 계절은 돌고 돌지만, 느낌은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매번 똑같은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의 흐름과 대기의 지각변화가 다양하고 너무 다른데....
눈으로 보고 느끼는 계절의 변화에 둔감하다.
보는 눈이 아닌 듣는 귀와 코로 맡아지는 냄새의 민감함 뿐이라면 어떨까?
누구에게는 똑같아 보이는 계절의 미세한 변화를 느끼는데 더 집중할 것이다.
「토와의 정원」에는 특별한 향기가 뿜어져나온다.
그 향기로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는 아이가.... 어른이 있다.
녹음이 짙어져가는 5월, 이 푸르름이 나는 좋다.
연둣빛에서 점점 초록으로 짙어져가는 이 시간들이 좋다.
이런 멋지고 좋은 계절에 읽는 책은 얼마나 마음을 살찌우게 할까!
오랫만에 읽고 싶은 책이 눈에 띄어서 신청을 했다.
바쁜 나날 속에서 그림책 읽는 것으로 그나마 허허로웠던 내 마음의 양식을 채워갔는데,
좋은 날과 내 기분과 마음에 드는 책, 3박자가 맞아 떨어진 책이 나에게로 왔다.
이 또한 감사함이다.「토와의 정원」이다.
제목과 앞표지 그림만으로도 내 마음은 설레었다.
이런 집과 정원을 지금도 항상 꿈꾸기에.
그리고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의 작품이니까^^
오카와 이토의 작품은 특별한 정서가 있다.
장소가 주는 특별함과 음식에서 풍겨져나오는 삶의 담백함,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애틋함,
사람과 장소로부터 뿜어져나오는 기억에 대한 따뜻함과 뭉클함이다.
저마다의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들, 평범한 듯 보이지만 복잡하고 내밀한 속사정,
마음 속 상처를 밖으로 이끌어내기까지 마주해야하는 용기,
사람들과의 소통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는 늘 그렇듯 위로를 준다.
서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것과 반대로 책 속 처음 들어가는 이야기는 밝지 않다.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와 함께 사는 엄마, 영원한 사랑으로 이어져있는 '토와'와 엄마.
토와와 엄마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늘 함께 한다.
그런데 10살 토와의 생일날 이후,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의지했던 엄마는 갑자기 사라졌고, 앞 못 보는 토와 홀로 남겨졌다.
살아남아야했다. 시간은 정원에서 바람 따라 들어오는 향기로 감지했다.
배고픔과 두려움으로 보냈던 시간은 얼마나 지났을까?
가장 어두운 해 뜨기 직전,
가장 어두운 절망 속에 홀로 남겨졌을 때, 새벽이 오고 해가 뜬다.
누구의 도움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토와의 삶에 희망이 들어왔다.
가장 궁금한 엄마의 소식으로 한동안 떠들썩했다.
미움과 학대, 그리고 살인, 유기, 방임,.......
엄마의 속사정에 대해 전혀 모르는 토와는 엄마가 보고싶다.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늘 책을 읽어주던 엄마,
토와의 정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밤과 아침을 여닫으며 함께 했던 시간들.
이제 토와의 정원이 아닌 바뀐 환경 속에서 토와는 다시 살아남는 연습 '홀로서기'를 한다.
모든게 처음이다.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 많지만.... 그래야 집, 토와의 정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엄마 외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서툴고 두렵지만 따뜻한 환대가 있었다.
그리고, 토와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안내견 '조이'다.
조이와 함께 이제 토와의 정원으로 가서 독립적인 삶을 꾸려나간다.
삶이 풍성해졌다. 조이와 함께라면 낯설지만, 두려움이 없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빵집에서 좋아하는 빵을 사고,
토와의 정원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의 향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음 맞는 착하고 배려심 많은 이웃, 마리 씨를 만났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게 되는 우연,
토와와 마리 씨에겐 '엄마'라는 접점이 있다.
엄마의 도움이 절실한 토와와 엄마의 간섭이 싫었던 마리.
시간이 흘러 '엄마'는 그리움이자, 돌봐야 될 아이가 되었다.
집과 엄마는 힘겹지만 결국은 돌아올 수 밖에 없는 안식처였다.
무너진 일상을 회복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혼자가 아닌 함께 힘이 되어주는 사람(사물,자연,동물)이 있음에 살아낼 수 있다.
토와에게 조이와 마리 씨, 스즈 그리고 토와의 정원이 있다.
언제나 그리운 엄마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지만,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된다.
살아가기에 세상은 토와에게 여전히 어렵고 두려운 곳이지만 많이 행복해졌다.
소소하게 해야 될 일이 있고, 독립적으로 살림을 꾸려나갈만한 작은 일거리도 있다.
여전히 보이지 않지만, 마음의 눈으로 모든 것을 느끼고 볼 수 있다.
토와, 평안에 이르렀다^^
역시, 작가 오가와 이토는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야기를 풀어냄이 아름답다. 아픔과 상처가 있지만, 동시에 회복이 있다.
2년째 접어든 코로나 시대에 「토와의 정원」이야기는 특별한 선물과 위로로 다가온다.
삶의 제한을 받고,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 속에서 불편하고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지만
봄여름가을겨울이 올 때 마다 무심코 넘겼던 계절감을 이제는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다.
마스크를 끼고 다니지 않았던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느낀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후 우리는 그 소중함을 절실하게 알게 된다.
「토와의 정원」으로 돌아온 토와는 일상을 아주 소중하게 가꿔나간다.
우리가 보기엔 아무렇지도 않은 무덤덤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아주 절박하면서 소중한 일상이 된다.
토와의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는 일상이 내 일상에 온기를 다시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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