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가 영어 공부방을 갔다오면 얼굴이 밝지 않았다.
공부하기가 힘든갑다....
어제 밤 아이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침대에 앉더니 울었다.
울면서 '엄마, 나 영어 공부방 바꾸면 안 돼?'
마음이 쿵쿵쿵 뛰었고, 놀랬다.
효진아, 왜? 왜 그래? 공부방에서 무슨 일 있었나?
공부하기가 힘들어서?
안방에 있던 아비토끼까지 놀래서 왔다.
아비토끼가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었다.
끄윽끄윽 울면서 아이는 말했다.
선생님이 요즘 자기에게만 유달스레 큰 소리로 혼을 많이 낸다고.....
공부하는 양도 많지만 아이는 이때까지 그 공부방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보다 몇 배나 열심히 했다.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던 공부라서 진도 차이도 많이 났지만,
아이는 그 어려운 과정을 해내고 또 해내어 친구들과 같은 클래스에서 공부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선생님도 알고, 늘 아이들 앞에서도 본보기로 칭찬을 많이 해줬다.
전화 통화하면 효진이 칭찬 많이 해주라고 늘 말했는데.....
결정적으로 효진이가 울면서 하는 말,
'엄마, 선생님이 좀 다정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 성향이 몇 달간 지켜보니 열정적이고 의욕적이고 성격 호탕하고 솔직하고 좋게 봤는데.
아이의 말을 듣고 혼란스러웠다. 뭐지?
아이들의 성향을 잘 알고 그 성향에 맞춰 잘 지도하는 것처럼 말하던데.
아이가 오히려 공부가 힘들지 않고 사람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어른들 세상에서 관계로부터 오는 힘듦인데....
아..... 사람이 겉과 속이 참 많이 다르구나.
아이의 슬픔과 힘겨움이 많이 느껴졌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바로 말하지 않고 엄마 아빠 생각한다고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말을 어렵게 꺼내었다.
아이의 마음을 세심하게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아이는 또 엄마 아빠 생각한다고 학기중 12월까지 공부방 다닐까? 했는데....
아비토끼는 다음주까지 가고 가지 마라, 인성이 글렀다.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그렇게 달라질 수 있나? 아이가 모르면 조곤조곤 말해도 충분히 잘 알아듣고 하는데...
공부를 가르치는 것보다 기본적인 인성부터 길러야겠구만.
그런 공부방에 우리 아이 계속 다니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많이 속상해했다.
오늘 아이 학교 보내고, 책상에 앉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학교 갔다오면 보라고 사랑을 담아 엽서도 적어 책상에 올려놨다.
'다정함'에 대해 생각해봤다.
감정적인 말들에 의외로 아이들은 상처를 받는다.
아무리 어른이라도 부모라도 아이에게 함부러 말을 하면 안 된다.
감정이 실린 말은 쉽게 닿는다.
공부나 다른 일이 힘든게 아니라,
사람에게서 느끼는 '좀 다정했으면 좋겠다'는 그 말로 아이의 힘겨움의 무게를 알았다.
평소의 말투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한다.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더욱 그래야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오늘 밤에 공부방 갔다 왔는데, 평소보다 얼굴이 밝다.
어제 일 이후 오늘 딱 하루 지났는데......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다. 진즉에 챙겨봤어야 했는데.
이제 괜찮다고.
언제든 고민 있으면 홀로 감당하지 말고 엄마 아빠에게 꼭 말해라고 했다.
엄마 아빠가 왜 필요한데?
기대라고 있는거잖아^^
비빌 언덕~~
코로나19로 아비토끼가 4시 넘어 퇴근한다. 저녁 있는 삶을 같이 보낸다.
늘 효진이와 대화상대는 엄마였는데, 이젠 아빠까지 합류했다.
아이는 얼마나 든든할까? 그리고,
아비토끼는 의외로 상담사 기질이 있다^^
그리고, 다정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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