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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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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말 걸어오는 요즘이다.

도서관에 가서도 요즘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은 시집이다.

참 이상하다. 나는 시와 별로 친하지 않은데, 시를 읽는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랬구나. 시를 읽어서 어려웠구나.... 이해하기보다 그냥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자꾸 이해하려고 했으니 시가 마음에 닿을리가 없지.

어렵게 쓰여진 시도 있지만 쉬운 언어로 살갛게 다가오는 내 감정이 배려받는 느낌의 시도 있다.

순수하고 예쁜 우리말로 쓰여진 시는 몰입이 잘 된다.

삶을 잘 버무려낸 시도 그렇다.

평범한 삶 속에서 누구나 아는 보통의 단어들로 채운 시에 끌린다.

 

김용택 시인의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이다.

이 책은 시집 같으면서도 산문집 같기도 하다.

첫 서문에 시인이 '시와 산문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왕래하라' 라도 적혀있다.

옛날 일기장을 들여다보면 어떤 날에는 시가 적혀있고, 어떤 날에는 이야기가 적혀있고, 또 어떤 날에는

시와 이야기가 같이 적혀있는 날도 있었다. 이 책이 딱 그렇다.

시인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들이라 편하게 읽었다.

닿는 구절은 포스트잇으로 메모도 하고, 좋은 글은 모서리 살짝 접어놓기도 했다.

 

초겨울 시작될 무렵부터 봄까지의 여정이 담긴 글들이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새가 울고, 봄이 오고, 강물에 반짝이는 햇살과 강가 산책,

일상의 평범한 나날들 책을 읽고 시를 짓고, 소박하게 밥을 먹고, 꽃이 피고, 초록잎으로 짙어져가고,....

시인의 삶도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일상 속에서 시인이 보는 시선은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시인이구나.

나도 길가에 핀 이름모를 예쁜 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데.

오늘 아파트 담벼락에 핀 작은 풀꽃이 무리지어 피었길래 사진 찍었다.

꽃검색 해보니 이름이 '자주괭이밥' 99%라고 나온다.

아파트 화단에 올해는 유달스레 괭이밥이 많이 피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괭이밥 꽃이 노랑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자줏빛도 있다니..... 잎을 자세히 살펴보니 세잎클로버 비슷하다.

괭이밥 맞다. 이렇게 꽃 하나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구나.

꽃마리도 냉이꽃도 아는 꽃이 많이 나와서 좋았다.

찬찬히 조금씩 읽어 본 책은 시인의 일기장이었다.

 

♣ --------♣ 오늘도 그렇게 하였다 ♣--------♣

아침은 늦게 먹는다.

빵을 먹는다.

샌드위치는 딸이 만든다.

계란 프라이, 넓적한 치즈, 넓게 썬 토마토, 오이를 넣고 쌓아 만든다.

빵은 아주 작은 빵집에서 주문한다.

전주 삼천동에 있다.

무설탕 통밀빵이다.

빵집의 넓이는 알맞게 좁아서 불빛은 애틋하고 부부의 움직임은 조용조용 선량해 보인다.

겨울이니 해가 짧아, 점심은 먹지 않을 때가 많다.

고구마를 구워 먹는다.

고구마를 손가락 두께로 바퀴처럼 썬다.

오븐에 이십이분 돌린다.

반찬 없는 밥이 배를 홀가분하게 한다.

아내는 이따금 '우리 반찬 없는 밥 먹자'고 한다.

고추장에다가 생멸치 그리고 신김치로.

식탁에 가서 서서 먹을 때가 있다.

집안 정리하고 빨래 널고 빨래 갠다.

오늘도 그렇게 하였다.

세시 반쯤 되면 강언덕 느티나무 그림자가 강에 떨어져 자꾸 흘러가고

뒷산 그늘이 강을 덮고 앞산을 오른다.

하루가 금방이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겨울 강을 건너갔다.

 

평온한 시인의 하루 일상이다. 조곤조곤 말 걸어온다.

새롭지 않은 일상인데도 애틋하고 좋다. 그냥 그런 일상도 시인이 기록하니 느낌이 달랐다.

~뒷산 그늘이 강을 덮고 앞산을 오른다......... 자주 본 풍경이다.

시간이 되어 만들어진 그늘이 점점 산으로 산으로 오르는 장면을 글로 쓰니 다른 풍경인 듯 새롭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겨울 강을 건너갔다...... 이 표현이 좋다.

 

지나고 나니 비로소 느끼는 것은 다 무난한 하루였다.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고민되는 일도 그 때일 뿐 아무것도 아닌.... 지나면 무난해진다.

요즘 유튜브 짤방으로 '나의 아저씨'를 보게 된다. 웰메이드 작품, 순간순간 빛나는 어록들.

특히 극 중 박동훈(이선균)이가 이지안(이지은)에게

'네기 대수롭게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책을 읽으면서 본 드라마 중에서 생각이 교차되는 지점이 있다.

이중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 --------♣ 나는 오늘 별이 아름답다 ♣ --------♣

이불 털어 만조 형님네 집 빨랫줄에 널고

방 청소 자세히 하였다.

1,2월에는 강연이 적어 집에서 노니

돈 쓸 일이 따로 없다.

돈 벌 일 없어 돈 쓸 일 없으면 경제 안정이다.

산을 보는 일은 돈이 안 든다.

책값하고 이발값만 든다고 말하면 아내가 눈 흘긴다.

해 졌다.

방이 따습고, 편하다.

두 팔 뻗고 두 손 놓고 바람 보며 놀다보면 금세 뒷산 그늘이 강을 건너

앞산을 타고 올라가서 꼴까닥 산을 삼키고 넘어가버린다.

어둠이 산에서 내려온다.

산을 보고 있으면 어둠이 산에서 슬금슬금 강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어둠이 어느 정도 짙어지면 금방 별이 반짝인다.

별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나는 오늘 별이 아름답다"

 

일상이 시가 된다. 이런 일상적인 시가 나는 좋다.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봄빛이 희게 닿았다. 농부의 몸이 봄을 만나면 나무들의 물관처럼 바빠진다......

나도 이런 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삶에 잘 버무려낸.

삶과 사람 냄새 가득 베인 자연친화적인^^

밤이 어둠속으로 깊어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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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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