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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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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사용해서 닳은 말이 있다. 그래서 가치가 떨어지고 흔한 가벼운 말이 된다. 

'사랑'이란 말은 가볍지가 않은데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말이 된 것 처럼 안타깝다.

겉만 그럴듯하고 실천하지 않는 말은 생명력이 없다. 

철학자 강신주의 사랑에 대한 담론이 지금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아련하게 스며든다.

그 사랑은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는 한 공기의 밥으로 표현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있어 한 공기의 밥만큼만 사랑해야 한다.

스스로 사랑이라고 믿지만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존재 자체가 한 공기의 밥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한 공기의 밥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었다면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47쪽)

 

상대방의 고통과 힘겨움을 내가 짊어져서 그대가 덜 아프다면 그것으로 됐다는 아낌으로 완성된다. 

아픔을 모른 채 하지않는 그 곳에서 사랑은 꽃 피운다. 책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이다. 

내가 애정하는 것일수록 함부러 하지않고 애지중지 아끼게 된다는 말이 딱이다. 

사랑이란 단어는 여기저기서 남발하는 흔한 말이 아니다. 

 

어렸을 때 본 부모님은 항상 위풍당당 크게 느껴졌다. 도깨비 방망이, 요술램프를 가진 것 처럼 뭐든지 뚝딱!

지금 부모님은 늙고 작아지셨다.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한 공기의 사랑을 주시고, 없는 것까지 보태서 아낌없이 주셨는데.....

시간이 흘러도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줄어들지 않았다. 더 못 줘서 안타까워하신다. 아끼니까. 

딸네 살림에 우욋돈 들어갈까봐 매번 참기름, 참깨, 고춧가루를 사주신다.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뚝 떨어지면 아쉽기 마련인지라 그 고마움을 이젠 안다.

 

책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사랑하는게 진짜 사랑인지

사랑과 아낌이란 의미에 대해 철학자의 생각을 펼쳐놓았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풀어놓았는데, 

의미 면에서는 어려워 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철학자가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는지는 이해된다. 

여덟 챕터로 이뤄져있는데, 챕터마다 김선우 시인의 <녹턴/문학과 지성사,2016>에 실린 詩 여덟 편도 싣었다.

불교적 사유와 불교의 핵심을 녹여낸 시집은 그 바탕에 '자비'(사랑, 아낌)가 깔려있다.

 

'너를 아낀다!'는 말은 '나는 너를 함부러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

극단적으로 말해 '나는 너를 쓰지 않고 모셔두겠다'는 의미다.

너를 부리기보다는 나 자신을 부리겠다는 것! 너를 수고스럽게 만들기보다는 나 자신을 수고스럽게 하겠다는 것! 

너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기보다는 나 자신의 몸을 움직이겠다는 것! 너는 쉬고 내가 움직이겠다는 것!

그래서 너의 수고와 고통을 내게로 고스란히 가져오겠다는 것!

바로 이것이 '아낌'이라는 개념이 말이나 정서에만 머물기 쉬운 '사랑'이라는 개념과 달라지는 지점이다.

아낌은 그 사람 대신, 혹은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감당하는 수고와 노동, 즉 사랑을 증명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288쪽)

 

아낀다는 것과 소유물의 개념은 완전 다른 개념이다. 아끼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폭력이다. 

데이트 폭력과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본연의 사랑과 아낌의 의미가 퇴색되어져가는 요즘이다. 

명절 이후 부부간의 이혼이 가장 많다고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될 것 같다. 아껴줘서 고맙고, 덜 아껴줘서 미안하고.

사람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부부 사이 관계에 대해서 폭넓게 일깨워주는 책이 아닐까!

뜬금없이 정현종 시인의 詩 '방문객'이 불쑥 내 마음에 들어온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ㅡ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아낌은 다른 말로 반갑게 맞이해 후하게 대접하는 '환대'가 아닐까!

밥 한 공기 후하게 내어주는 마음으로 살아낸다면... 삶이 각박해지지 않을테니까. 

나와 대상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사랑의 대상이 되느냐, 관조의 대상의 되느냐를 구별할 수 있다면

사랑과 아낌의 의미는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가 아니다. 

아끼니까 자꾸 뭘 더 챙겨주고 싶다.... 찐 사랑이다!

아끼고 사랑하는 걸 미루지말고 지금 시작하기!^^

당신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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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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