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사람은 글도 잘 쓰고 싶다. 나도 그렇다.
책 읽은 시간보다 이런저런 글을 쓴 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학창시절 쓴 일기장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고, 친구들과 주고 받았던 편지,.....
어쩜 그 때는 왜 그렇게 할 이야기도 많았고, 사춘기라 고민도 많았던지 그 때 썼던 글들을
새삼스레 꺼내 읽어보니 뭔가 톡톡 쏘는 발랄함과 긍정에너지가 담겨있다. 살짝 부끄럽기도 하고.
틀(형식)을 갖춘 멋진 글은 아니었지만 내 마음과 기분 상태가 어땠는지 아련하게 들어온다. 그랬구나!!
30년 전 미숙했던 내 삶 속 <문장의 일>을 들여다보고 뭉클한 마음으로 웃음 짓는다.
그리고 지금도 사적인 일상을 글로 옮기고, 책 읽고 리뷰를 쓰지만 한참 모자람을 많이 느낀다.
글 정말 잘 쓰고 싶은데.....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책이라면 뭔가 답이 있을까 싶어 기웃거린다.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문장의 일> 읽기를 권하네.
'문장의 일' 글쓰기+ 딱딱하지 않은 제목에 끌려 읽었다. 문장의 일이라니.....
도대체 문장이 무슨 일을 한다는건지 궁금하다.
작가들은 문장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이다. 단어 싸움이 아닌 문장 싸움이다.
많은 단어를 수집한 사람이 자기만의 문체로 문장을 가지고 놀기에 최적화되어있다.
자신이 쓴 문장은 자신의 정체성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 이 문장투로 봐서 이 글은 00의 글이다. 이런 식으로 독자들은 단번에 특별한 눈썰미를 발휘한다.
작가들이라면 그런 특별한 문장을 쓰는 것에 대한 갈급함이 더 많을 것 같다.
마음에 꽂히는 단 하나의 문장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쓰기를 반복할까?
이런 생각을 하니 <문장의 일>은 지적인 고도의 작업임을 느낀다.
흩어진 단어들은 정확하게 문법이란 틀 안에서 자리를 잡아 문장으로 묶이는데, |
<문장의 일>이란 단어들이 제자리를 잡는 것. 가장 적절하게 설명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제자리를 찾아가는게 우선이고, 문장의 내용까지 잘 맞아떨어지면 금상첨화겠지만.
책에서 저자는 생각(내용)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단계에서부터 처음부터 문제나 내용
자체를 최우선 사항으로 놓으면 그 문제를 언어적으로 올바르게 구사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계를 한다. 문장을 쉽고 유창하게 쓰려는 목적이 있기에 아무 의미없는 문장으로 형식을 완전히 익히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한번씩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만나곤 한다. 그렇다고 굳이 그 문장에
매여서 이해하려고 힘쓰지는 않는다. 문장이 나에게 왔으니 그저 내용과 별개로 감탄하기도 하니깐.
이 책에서도 유명한 작가들의 문장들을 만나서 좋았다.
글 쓰는 사람이 좋은 문장을 만나 쓰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하고 가슴 뛰는 일일까!^^
단어를 수집하고 문장을 만드는 일, 평생 글 쓰는 사람들이 해야하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멋진 일이란 생각든다.
'인생이건 글이건, 사건과 대상을 질서 정연한 관계 구조에 끼워 넣으려고 흐름을 멈추지 말지어다.'
병렬 형식의 문장에 대해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적어놨는데, 이 부분을 유심히 보았다.
꽤 매력적인 형식의 글이라 느꼈다. 현대작가, '거트루인 스타인'은 구두점을 쓰지 않는 문장을 썼는데,
(구두점; 글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문장의 각 부분에 찍는 여러 가지 부호) 그 이유가
구두점은 완결되고 잘 짜인 생각 단위들로 현실을 조각조각 분해해놓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타인의 문장이 이루려는 목적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단선적인 사유가 아니라 즉각성이다. |
스타인이 부수려 한 것은 글의 진행을 방해하는 종속구조였다.
어떤 결론으로도 이어지지 않는 문장을 쓰는 것. 헤밍웨이가 작가들에게 제공한 유명한 조언과 닿아있다.
문장을 짧게 쓰라/명료하게 쓰라/영어에 어원을 둔 간단한 단어를 쓰라/중복을 피해라/형용사를 피해라/
자신을 빼라... 미니멀리즘과 정교함이 헤밍웨이 문체를 설명할 때 적절한 표현이라고 한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
질서없이 그저 형식에 자유로운 글을 쓴다는 것 참 쉽게 보이지만 대작가들이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다.
형식에 대한 규칙이 없으므로 더 안갯속이다. 능숙해지기 어렵다.
형식에 대한 문장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대작가들의 문장을 늘 옆에 두고.
"문장을 만드는 일은 문장을 이해하는 일이고 이는 다시 문장을 감식하는 일이다"
문장을 이해하고 문장을 감식하는 것은 형식과 내용의 균형을 말하는게 아닐까.
저자도 처음에는 언어의 형식에 초점을 맞췄지만 나중에 내용이나 소재가 형식의 문제에 계속 침투하고
있었음을 말했다. 자기에게 맞는 글쓰기 형식을 꾸준히 연습하되, 내용의 확장까지 두루 갖출 수 있다면
개인의 글쓰기에 날개를 달아 훨훨 마음껏 자유로이 문장의 일을 수월하게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도 지적 글쓰기를 더 재밌게 하는 그런 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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