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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과 꽃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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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11 광릉숲의 요정을 찾으러~~!
2021. 4. 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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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에 새 책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는 기쁨을 맞이한다.
초등학교 도서실이지만 그림책을 좋아하는 나에겐 안성맞춤이다.
2월에 들어온 새 그림책은 꾸러미 그대로 도서실 창문 한 켠에 있었다.
작은 학교이다보니 사서 선생님이 없다.
도서실에서 근무하게 된 내가 방과후학교 업무 뿐 아니라 대출과 반납 업무도 맡았다.
여러 책들이 있었지만 책방과 숲에 관한 책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림책 「광릉숲의 요정」이다.
숲에는 우거진 나무 사이 사이로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아간다.
어떤 동물들이 살아가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과학자들은 직접 숲에 가지 않고도 알아낸다.

카메라 트랩이라는 사진기를 숲 속 곳곳에 설치해놓는다.
동물들이 움직이면 자동으로 사진이 찍히는데, 찍힌 사진은 과학자의 컴퓨터로 바로 전송된다.
과학자가 카메라 트랩으로 찍힌 사진들을 인공 지능 프로그램에 넣으면
프로그램에서는 동물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바로 알려준다.


숲 속 사진으로 야생 동물들을 찾아내는 인공 지능 프로그램은 정말 신기했다.
사물 인터넷의 진화로 삶이 아주 편리해졌음을 느꼈는데..... 획기적이다.
가끔은 카메라 트랩에 눈으로 보고도 이해할 수 없는게 찍힌다.
숲에 사는 요정이라면 이해될까?
호기심이 왕성한 과학자라면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사실 확인을 해야한다. 휴가를 내어 숲으로 간다.
요정이 아니라 숲에 숨어있는 야생 동물을 관찰하러 간다는 어설픈 나름의 변명으로.
그리고 신기한 경험을 한다.


과학자가 동물로 변한다. 뭔가 그럴 듯 하다. 과학자라서....

느닷없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났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침대 속에 한 마리의 커다란 해충으로 변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장수하늘소, 삵, 참달팽이,..... 겨울이 찾아와 고라니, 소쩍새, 너구리로 변신!
얼마나 답답할까?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 변신한 동물의 습성을 되새긴다.
생존하기 위해 주변 동물의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눈에 띄지 않게, 나는 법도 배우고, 울음소리도 흉내내고,....
주변의 환경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팽이가 되니 숲의 향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구나.
이 꽃향기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익숙한 듯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네.
달팽이가 되어서 그런지 이제 숲의 모든 향이 다 특별하게 느껴지네.
참달팽이는 닭의장풀 꽃향기에 반해 그 근처에서 다음 보름달이 뜰 때까지 지내기로 결심했어.
풀잎이 이슬을 머금으면 그 이슬을 마시고 옆에 핀 멸가치 잎을 갉아 먹었어 .
널찍한 멸가치 잎은 참달팽이가 먹기에 딱 알맞게 부드러웠어.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느릿느릿 풀잎 위를 기어가면
여름 숲의 짙은 풀 내음이 섞인 바람이 온 몸으로 전해졌어.'


동물들은 주변의 소리와 촉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구나.
생존 본능이라 그런가보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동물로 변신한 과학자의 모든 감각으로 느끼는 자연 속 탐험이 놀랍도록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의 차이라고나 할까! 가히 시청각 교재의 끝판왕~~
<광릉숲의 요정>이 아니라 광릉숲의 숨겨진 순도 100%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듯.
자연의 순리대로 숲은 피고 지고 봄여름가을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꽃향기가 변신의 열쇠였다.
텐트 속으로 스며든 감미로운 나도개감채 꽃향기를 맡으며 눈을 떴다. 장수하늘소
함박꽃나무의 꽃향기가 그윽하게 퍼지는 밤, 비행을 마치고 어지러움을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다. 삵
보름달이 뜨자 삵은 도라지꽃 향기를 맡았어. 노곤함이 밀려오면서 잠에 빠져들었어. 참달팽이
닭의장풀, 패랭이꽃, 용담꽃 향기와 함께 고라니, 소쩍새, 너구리....
꽃이 없는 겨울 숲, 그리고 너구리의 겨울잠, 전설의 꽃은?

환한 보름달이 떠오르자 숲에 쌓인 흰 눈에 달빛이 반사되었어.
쓰러진 채 달빛을 받으며 눈을 뜬 너구리 앞에 두껍게 쌓인 눈을 뚫고 한 송이의 노랑앉은부채가 피어올랐어.
햇빛의 도움도 없이 홀로 차가운 눈을 녹여 머리를 내미는 꽃, 전설의 꽃!

모두 한 밤의 꿈이었다.
과학자는 숲에서 평생 잊지 못할 감각적인 경험을 한 것 같다.
<광릉숲의 요정>은 이 숲의 주인일텐데,
이 숲의 주인이라면 숲과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동물과 식물들이 아닐까!
그들을 빼고는 요정을 말할 수 없을테니까.
그리고 변신 제대로 된 과학자도 포함해서^^


그림책 <광릉숲의 요정>을 읽고나니, 아이들이 꽤 흥미로워 할 것 같다.
숲에 사는 다양한 동물과 식물의 종류와 습성과 생태에 대해 조사하는 숙제를 해야 한다면,.....
그리고, 딱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떤 동물로 변했으면 좋겠는가?
아마 온 몸으로 체험하는 좀 스펙터클한 모험을 하지 않을까!
숲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숲의 소중함과 가치, 하늘다람쥐와 동막새처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의 의미....
결국 숲도 사람 사는 세상도 다르지 않으니까.
역시 그림책은 옳다.
좋은 그림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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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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