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공휴일인 오늘 아침부터 계속 비 온다.
엊그제 토요일에는 먹구름 잔뜩 끼고, 비는 내리지 않았다.
어제 주일에는 오전에는 먹구름과 흐림 사이로 비가 왔다.
오늘까지 이어지는 연휴가 비와 함께다.
5월의 비가 잦다.
비 양도 많고, 한 번 내리면 오래도록...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다.
비가 잠깐 멈췄다.
산 너머 안개가 피어오른다.
날은 밝은데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비 소리와 차 소리가 섞여 낮 시간의 적막을 깬다.
악양생태공원 산책을 나섰다.
악양생태공원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다 본 듯 한데...
비 온 뒤 잠깐 소강상태의 악양생태공원은 처음이다.
겨울에 와서 우리들만의 산책을 즐긴 것 처럼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공원을 찾은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혹시나 몰라서 우산을 챙기고, 우중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어 캔커피도 가져갔다.
이런 날 커피는 따뜻해야하는데... 아쉽다.
비 온 뒤 초록의 풀과 색색깔 꽃들이 선명했다.
비바람에 금계국과 갈퀴나물이 같이 누웠다.
김수영 시인의 詩 '풀'이 생각난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비바람에 풀꽃이 누웠지만, 볕에 다시 일어설 것이다.
아스팔트 돌을 뚫고 나와 피는 풀꽃의 강인한 생명력을 알기에.
씨앗 떨어진 버들마편초의 꽃도 돌 위에서 피고 있다.
알알이 맺힌 작은 꽃들이 비바람에도 피워냈다.
앉아서 한참을 내려보았다.
너무 귀하고 예뻐서.
비 온 뒤 악양생태공원은 볕만 없을 뿐
움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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