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함안 악양생태공원은 우리의 산책 코스다.
봄과 가을의 공원은 눈을 즐겁게 한다.
나는 바람을 가르는 공기와 하늘의 색감을 좋아한다.
가을이 되면 각 지자체의 공원들은 축제가 열리고 사람맞이에 분주하다.
꽃과 특산물 등 고장 특색에 맞게 축제들을 준비해 진행한다.
축제 기간에는 차車와 사람들로 붐벼 제대로 축제를 즐기기보다 사람 구경이다.
그럼에도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에 자꾸 밖으로 나오게 된다.
유달스레 여름이 길었고 무더웠다.
가을이 제대로 물들지않고 그냥 건너뛸 줄 알았는데....
9월 늦더위, 10월 잦은 비, 11월 갑작스런 추위와 포근함이 널뛰기를 하더니
11월의 아흐레가 지나더니 완연한 가을이 돌아왔다.
너무 자주 와서 식상할 수 있지만 악양생태공원의 가을은 매일 자랑하고 싶다.
가을의 꿈은 바람따라 살랑살랑 흔들린다.
악양생태공원 가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핑크뮬리가 맞이한다.
핑크에서 바람과 볕 따라 점점 옅어진다.
연갈색 옷으로 입혀지고 있다.
악양생태공원의 축제가 끝나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할 무렵이다.
조용하게 오롯이 가을 속을 걷는다.
생뚱맞게 전화박스도 무심하게 홀로 사람을 기다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사라졌다.
노란 민들레는 봄부터 지금까지 땅 위에서 꼿꼿하게 피어있다.
꽃이라고 나비들이 쉬어간다.
자연은 서로가 서로를 기댈 수 있도록 곁을 내어준다.
사람들도 자연에게서 많이 배워야할텐데...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는 일은 각박하고 피폐한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아이들이 없어서 그네를 탔다.
고개를 하늘 위로.... 이토록 자유롭고 좋을수가!
전화박스만 홀로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다.
곳곳에 노란 벤치도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그 풍경의 이름은 쓸쓸함이다.
나무 색감은 곱게 물들어가지만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겨울이 오면
잎들이 떨어지고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서 벤치는 적막이 흐를수도....
겨울과 노란 벤치는 어울리지 않지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나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보이는게 다 아니라는 진실 너머에 닿게 한다.
아비토끼가 좋아하는 버들마편초 자리가 휑하다.
풀을 다 벤 듯 향기 대신 풀내음만 남았다.
그 많았던 각양 나비와 벌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비와 벌들에겐 버들마편초 꽃물이 달달하고 향기로웠을텐데...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마음을 황량하게 한다.
악양생태공원의 깊어져가는 가을은 아름답다.
핑크뮬리가 아니더라도 공기가 다르고 하늘이 파랗다.
나무가 입은 옷감색이 아름답고 곱다.
내 마음도 평안하다.
내가 좋아하는 곳으로 하루 잠깐 산책이 내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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