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만히, 아무 말 하지 않고 잠잠히 옆에 있어준다.
사람을, 나를 위로하는 방식이란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어줍잖게 위로한다고 많은 말들을 곁들였는데, 생각해보니
경솔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뭐라고.......
지켜보는 마음은 아프다.
내가 어찌할 수 없기에 나서기도 참 그렇다.
내 마음도 그랬으니까.
그냥 가만히 놔뒀으면 좋겠는데, 힘 내라고 말을 보탠다.
고마운 마음은 아는데, 그 땐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기대기엔 참 버거웠나보다.
항상 가슴팍에 조개를 가지고 다니는 해달 보노보노,
느릿하고 어눌한 말투와 해맑음, 가끔 심오한 질문을 턱턱 던지는데.....
자연스레 보노보노가 옆에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보노보노는 내 마음을 알아줄 것 같은 왠지 「희한한 위로」 를 안겨줄 것 같다.
책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로 라디오 작가였던 강세형 작가를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대한 느낌이 너무 좋았고, 누군가 나에게 에세이 책 한 권 추천하거나 빌려달라고 하면
어김없이 이 책을 소개해준다. 읽을 당시에 나도 뭔가 모르게 힘들었나보다. 위로받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위로받았다. 사람의 말과 행동이 아니라 책으로. 작가도 이 책이 첫 책이었다고 한다.
작가의 책이 나올 때마다 빌려 읽거나 구매해 읽었다. 첫 느낌/인상이 중요한가보다.
작가의 후속작도 뜸했고 궁금하긴 했는데, 이렇게 또 책이 나왔다. 어떤 위로를 받게 될까?
기대했는데 아뿔싸 최근 몇 년 사이 작가가 제법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스스로 위로하고 싶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는 작가의 편지와 같은 이 글들 속에서 낯설지만
오히려 「희한한 위로」 를 받았다. 어떤 면에서 사람마다 삶의 모양이 다르지 않다는 것.
책을 다 읽고 작가는 지금 평안해졌을까? 궁금했다. 이 책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무심한 작은 배려 하나에 눈물이 핑 돌 때도 있었고, |
위로받는 마음이 소리없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위로받는데 무슨 존중이냐고? 배려받는 느낌이라면 될까?
'힘 내라, 다 잘될 거야,~~~' 이런 위로의 말을 사용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내가 오늘은 너보다 더 힘들다. 나 쫌 위로해줘라'....
이런 솔직함으로 다가가는 위로가 오히려 서로에게 미안하지도 않고 부담없이 다가가
(피식~)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와닿지 않는 형식적인 말보다 오히려 더 편안해질 것 같다.
작가의 말처럼 그냥 무심함으로 툭 던진 말이 상처가 아닌 희한한 위로로 다가올 때이다.
남 일 같지 않음이 위로란 틀 안에서 서로를 묶어주는 것 같은 마음들?^^
나는 그동안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만 있는 '운이 좋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근데 언니는, 왜 도와달라는 말을 안 해요? 언니, 그거 되게 이기적인 거예요. 언니가 도와달라고 해야, 나도 도와달라고 할 때 마음이 편하죠." 도움을 받는데, 조금 더 익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도와달라는 말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고맙다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받은 도움으로, 조금 더 밝은 사람이 되고 싶고, 조금 더 마음이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다. (85쪽~87쪽 틈틈이) |
읽으면서 가장 닿는 글이었다.
도와달라는 말은 사실 쉽지 않다.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도움을 주지, 되도록이면 살아가면서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도 살아가면서 어떻게 그렇게만 될까?
병명도 몰랐을 때 계속 무기력함과 반복되는 아픔이 찾아왔다. 의사들은 한결같이 '스트레스'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질병들이 스트레스가 원인 아닌게 어디 있냐고.
♣그래서 더 내 몸을 보살피게 된다. 남들보다 예민해서 자주 아프고 자주 외로워지지만 그래서
또 나는 나를 위해 그나마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나에게 필요한 말들을 주워 모으는 일,
그리고 또 어딘가에서 나만큼이나 예민해 불쑥불쑥 외로워지는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주는 일.
내가 느리게 느리게 조금씩 조금씩, 계속 움직이며, 게으른 애들 중에 제일 부지런하게 사는 이유는,
나를 달래기 위해서, 나를 우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겐 너무 행복한 그 게으른 시간을 죄책감 없이 만끽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정말 힘든 시간을 겪었을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고 책을 내었는지 조금은 알 듯 하다.
그녀가 처해진 삶의 리듬대로 참 잘 살아왔구나!!! 그녀가 받은 「희한한 위로」 이젠 내 순서구나.
나에게도 매일 하루의 삶의 리듬이 있다. 요즘 들어 생각이 든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거구나.
어떤 힘듦이 찾아와도 내가 해왔던 리듬대로 하면 시간이 흐르고,..... 괜찮아지네.
스스로에게 행하는 주술같은 마음 챙김이다. 그런 마음 챙김이라면 나눠줘도 될 것 같다.
그러면 위로를 받는 사람도 위로를 하는 나도 평안해질 것 같다.
자신을 위로하려고 쓴 책이 다시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 되었네^^
삶에서 주는 그 자잘한 보물찾기를 내가 지금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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