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둘째날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를 갈 땐 가을볕이 좋았는데,
산굼부리에 도착해서는 먹구름이 끼었다.
바람도 조금씩 불고.
여자,돌,바람이 많은 섬이란걸 잠시 잊었다.
첫 날 새별오름 갔을 때 장관이었던 억새가 산굼부리에도 펼쳐졌다.
제주의 가을하면 잊혀지지 않을 그 억새다.
내 평생에 볼 억새를 이번 제주 여행에서 다 본 듯...
나는, 좋았다♥
「천지연폭포-정방폭포-산굼부리-비자림-만장굴」
또 오르막이냐구 투덜투덜대는 아빠와 딸,
그래도 새별오름보다는 난이도가 낮다.
급경사가 아닌 완만한 오르막이다.
산굼부리의 주인공은 단연 억새이지만
오르막이 지나면 평평한 길 옆에 탁 트인 곳,
천연기념물 263호로 지정된 둘레가 2km가 넘는 분화구가 있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용암이나 화산재의 분출없이 폭발이 일어나
그곳에 있던 암석을 날려 그 구멍만이 남게 된 것이다.
한국에는 하나밖에 없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희귀한 화산이라고 한다.
대접을 엎어놓은 다른 화산과 달리 산굼부리는 대접 안이다.
이 대접 안으로 바람과 공기, 물 등 들어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꿈틀댈까?
생명이 꿈틀대는 그 곳이 내려오라고 손짓하는 듯 하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화산재 분출없이 폭발만으로 자연스레 생겨난 곳이라서 그런지
작은 풀꽃들이 지천에 피어서 풀밭에 소풍 온 기분이다.
꼭 소풍가는 날, 날씨가 놀리는 양
하늘에 잿빛 구름이 둥둥둥~~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볕이 말갛게 나오기도 했다.
풍경만으로도 산굼부리는 충분히 아름다운데,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품은 의미와 가치는 얼마나 대단한걸까?
대자연 앞에서 괜히 숙연해진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것 만으로도 축복이다.
자꾸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 속이 아닌 자연 속으로 들어가려는 마음이 짙어진다.
가을도 이렇게 멋진데,
산굼부리의 봄은 어떤 모습일까?
제주 땅을 밟게 될 봄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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