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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산문집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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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5.21 [2025_산책3] 흰 2
2025. 5. 2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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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한강 작가의 책을 계속 읽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한강 작가의 책은 읽어보는게 아니라 읽어내야 할 것 같은... 왜 그럴까? 아마 내 생각의 깊이가 얕은 부분도 있다. 사연을 알면 작가의 문체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한강 작가는 많이 걷는다고 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가고 들여다보고 느껴보는 것... 그리고, 마음과 생각을 정리해 이야기를 덤덤하게 써내려간다. 사람과 삶에 대해 생각하고, 상황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하는 것 같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또 걷는다는 것은 수많은 질문과 마주한다. 얼마나 많은 물음 속에서 흔들렸을까? 
 
정해진 답이 없음은 '흰'이다. 사람에 따라, 다른 상황 속에서 여러가지로 해석되어진다. 흰 것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색을 입힐 수 있다. 이사를 가면서 새로이 들어갈 집에 도배를 한다. 흰 속에 다른 색깔로 포인트를 준 무늬가 은은하게 새겨져있다. 집이 넓어보인다고 한다. 싱크대와 서랍장도 흰으로 맞추는 것도 마찬가지로 넓고, 깨끗해보여서라고.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는 것처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분 좋은 이사의 의미도 그렇지 않을까? 반면, 태어남과 죽음의 의미를 '흰'처럼 명료하게 보여주는 단어가 또 있을까? 한강 작가의 책, 《흰》의 시작은 어린 엄마의 산고 끝에 태어난 아이가 2시간 만에 죽어 슬픔과 상실의 아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흰 강보, 흰 배냇저고리 그리고 흰 수의... 한 사람이 오고, 한 사람이 가고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이 오고 간다. 
 
눈雪, 소금, 달, 쌀, 파도 등 흰 속에서도 삶이 담겨져있고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있다. 사람의 삶의 무늬가 흰 바탕 위에 그려진다. 
사라져가는 것이 아닌 채워져간다. 흰 눈만 오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쌓이고 쌓여 볕이 나면 녹아서 사라져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 자리에 이슬이 맺힌 것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그 이슬은 풀과 나무, 들꽃을 다시 키우고 지나가는 크고 작은 동물들도 마신다. 죽음 옆의 공허함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충만함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간이 덜 되거나 안 됐으면 음식 호감도에서 떨어진다. 음식의 간을 담당하는 흰 소금은 뜨거운 여름볕에서 땀으로 배츨되어 음식으로 적당량 꼭 섭취해야한다. 흰 소금도 음식 속으로, 몸 속으로 스며들어가 균형을 유지한다. 아침 나절에 퇴근하지 않은 흰 달을 본다. 아침으로 기울어져가는 시간이 아쉬워서일까? 흰 달과 붉은 해가 같이 흰 바탕에 그려져 같이 존재하는 뭉클함을 본다. 오월의 초록을 더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것은 거리의 이팝나무 꽃이었다. 흰 쌀밥들이 나무에 피었다. 흰 쌀이 밥상에 올라오기까지 쌀米(八十八) 88번 농부의 손길을 거쳐야하는 그 수고로움과 고마움을 생각해본다. 자연과 사람의 합으로 만들어진 것은 세상에 귀하지 않은게 없다. 일 년에 한 번씩 바다로 향하는 것 같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그저 바다 앞에서 밀려드는 흰 파도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나씩 얹어놓는다. 하얗게 일어나는 포말 속에 떠밀려 보낸다. 마음을 안아주는 나만의 방법일 수 있겠다. 이렇게 나를 살아낸다. 
 
책 한 권을 읽고 다르게 보는 시선을 가지고 싶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내 삶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작가의 의도와는 많이 다르게 읽혀질 수 있는 지점이지만 괜찮다고 생각한다. 조곤 조곤 얘기하듯 한강 작가의 산문집《흰》은 부재와 상실의 아픔과 슬픔도 있지만  순수하고 담백하고 밝고 따뜻했다. 사람을 향해 있어서 그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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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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