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참 바빴다. 지금도 그렇고.
모르면서, 알고서도 바빴다.
새로운 업무, 계획에 따라 정해진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느라 바빴다.
바쁘면서 시간은 흘렀다.
내 마음이 어떤지도 잘 알면서 모른 척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정신 챙겨보니 12월이다.
여전히 나는 해야 할 일 속에 있다.
나의 탁상 달력은 언제나 챙겨야 될 일로 깨알처럼 빽빽하게 적혀있다.
그나마 한 달의 첫 주는 숨 돌릴 틈 있고.
3월 첫 출근부터 쓰기 시작한 수첩에는
하루가 멀다고 하루 하루 적어갔던 업무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다.
나의 보물과 같은 노트이다.
무엇을 어떻게 어떤 업무를 했는지 미주알 고주알 다 적혀있다.
선생님들이 지나가면서 힐긋 보고 놀랜다.
완전 꼼꼼하다고.
어떻게 지금까지의 업무가 다 적혀있냐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매번 다시 묻기를 반복해야하는데....
같은 일인데 자꾸 물으면 상대방이 짜증날 것 같아요.'
아...... 메모, 생각해보니 내가 잘하는 일이었다^^
낯선 곳에서 3월부터 지금까지 꾸역꾸역 일을 해왔다.
처음에는 몸과 마음이 함께 피폐되어가더니, 지금은 몸보다 마음이 지쳐간다.
일은 점점 익숙해졌는데, 마음 한 켠은 계속 여유가 없다.
그 마음 한 켠 틈에 뭔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켜야하는데..........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이 시간마저 후딱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뿐이다.
덩달아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적는 것도 공백이 생긴다.
나를 너무 내팽개쳤나?!
한 해가 저물어가는 즈음에 나를 생각하게 되다니........
'연희야, 너무 했네.' 혼자서 투덜거려본다.
들꽃과 풀꽃, 집에서 돌보는 식물에게는 관심과 애정을 듬뿍 주더니
정작 나에겐 무관심했음을 고백한다.
나에게도 바람, 볕, 물 등등 필요한게 많은데....
힘들어서 시들시들한 잎도, 아직 틔워보지 못한 새순도 있는데.......
매일 조금씩 나를 가꾸는 마음 씀씀이가 필요할 것 같다.
1cm 시리즈,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그 작가의 책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읽을수록 생각이 깊어지고 괜시리 마음이 좋아지는 책이 있다.
의지를 솟구치게 할 정도로 실행력 '갑'으로 만들어주는 책을 만났다면 횡재했다.
그러나..... 어쩐담...... 언제든 달달할 것 같은 내 마음이 뭉클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고장났나?
감정의 메마를 정도로 나란 사람이 변했나?
책에 대한 내 취향이 변했나?
바빠서 만사 귀찮고, 마음의 여유가 없나?
밑줄 긋고, 좋은 구절 메모도 했을텐데...........
나란 식물에 대한 '셀프가드닝'은 공감되지 않은 이유로 실패!
내 마음이 붕붕 뜨기까지 아무래도 시간이 흘러야겠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래도 내 마음을 챙기기위한 셀프가드닝은 필요한 법.
라면을 좋아하는데, 자주 먹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라면 먹는 횟수를 줄이기로.
엄마가 면역력 강화와 근골격계에도 좋고, 골다공증 예방 등에도 좋다고
흑염소 엑기스를 보내줬다. 잘 챙겨먹어야겠다.
한 팩 어제 마셔봤는데, 속이 부글부글했지만 본래 그런갑다... 하고 마신다.
물을 자주 마시지 않았는데, 생각날 때마다 마신다.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늘 피곤해 피부가 까칠해져야하는데, 피부가 보들보들해진 느낌~
힘겨웠음에도 긍정적으로 마음 컨트롤을 자주 했나보다.
일은 힘들지 않는데, 사람이 힘들다.
방과후학교 업무 외 도서관 업무, 다른 업무도 복합적으로 맡다보니
일을 익히기까지 고생을 좀 했다. 담당 선생님과 합이 맞지 않았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하는 일들 모두 꽤 꼼꼼하게 처리하는 중이고,
담당 선생님은 입지가 곤란하게 되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늘 겸손했고 배려하며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넬 때,
담당 선생님은 쎄~하면서 교만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 일은 잘 하지 않으면서 말은 그럴듯하게 하는.....
자기 섭섭한 것만 알고 다른 사람 불편하게 한 것은 모르는 사람.
'겸손하되 당당한 사람이 되는 것' 이 말이 내게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겸손함과 당당함에서 나오는 인격이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나를 가꾸는 마음씀씀이다.
-내가 마트의 비닐봉지도 아닌데/146~147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내가 마트의 비닐봉지도 아닌데,
모두가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그 사람이 갓 구운 빵도 아닌데,
누구에게나 맞는 다용도 비닐봉지가 되려 노력할 필요 없고,
맞지 않는 사람을 나에게 맞추라 강요할 필요 없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풀이 죽지 말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 때문에 날이 서지 말라.
감정 낭비, 시간 낭비, 나를 낭비하지 말라.
가장 상처 줄 수 있는 말을 고민하지 말고,
일부러 길을 돌아가지 말고,
SNS에 주어 없는 글을 올리지 말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입맛을 잃거나
잠을 설치지 말라.
언젠가 끊어질 관계에 에너지를 쏟지 말라.
시간은 정리를 잘한다.
시간에게 맡겨라.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와 나에게 중요한 일,
내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그런 곳에 쓰는 것이다.
관계는 선택과 집중,
나를 길바닥에 놓아도 되는 비닐봉지가 아닌
새로 산 가방처럼 대해주는 사람,
갓 구운 빵 냄새처럼 생각만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서로 잘 맞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다 보면
관계는 더 윤택해질 수 있다.
관계는 숫자가 아닌 깊이다.
나름 서툴지만,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다.
어제 그토록 공감했던 말들 지금은 내 마음 곁을 내줄 수 없지만
다시 뭉클해질거라고 기대한다.
내 마음에게 시간을 내어주는게 지금 내게 필요한 셀프가드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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