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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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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도구 사용은 시대를 같이 살아낸다.

자연물은 인간이 있기 전부터 거기 있었지만, 도구/사물은 인간의 발명품이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사물은 인간이 살아내기에 편리함과 빠름을 선물했다.

늘 인간의 삶과 함께 해온 사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예술가들은 인위적인 사물(책, 붓, 연필, 타자기, 카메라, 호미, 자전거, 가방, 구두 등)로

무위의 자연물을 찬양함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문장노동자이면서 '대추 한 알'의 장석주 시인이 펴낸 사물에 대한 고찰 책 「예술가와 사물들」 이다.

 

   사물들은 생의 불가피한 동반자이다. 산다는 것은 우리의 필요와 욕망에 부응하는 사물들과 함께 하는 여정이다.
   사물은 한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생의 필요조건이다. 우리 생애주기와 사물들의 사용주기는 포개진다.
   어떤 사물은 과거의 기억을 여는 끄나풀이다.

시대를 주도했던 많은 유,무명의 예술가(화가,시인,작가,음악가,철학자 등)에게도 아끼는 사물이 있었다.

그 사물은 예술가들의 삶을 규정하기도 한다.

작품 활동을 할 때 꼭 필요한 것, 즐겨했던 것, 추억과 기억의 소산물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120명 예술가들의 삶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을 만났을까? 직접 또는 책을 통해서.....

「예술가와 사물들」 의 정리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 생각도 해봤다.

 

   우리는 물건의 집합 위에 삶을 세운다. '나'와 '내 것(물건)' 사이를 가르는 경계는 흐릿하다.
   내 물건과 '나'는 하나다. 물건은 그 소유자의 감수성, 취향, 지위를 드러낼 뿐 아니라 욕구와 필요의 흔적,
   때로는 자아를 대신한다. 물건은 미적 감수성과 취향에 연관된 경험의 중요한 부분이고,
   우리 내면의 보이지 않는욕구를 증언한다.

여기서 만난 예술가들의 삶은 왜 이토록 한결같이 지랄맞을까? 싶다.

제대로 피어보지 못하고 이 세상을 빨리 등졌거나, 평생 아프거나, 가난에 허덕이거나......

고단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을 겨우 살아내는 그들의 불운함을 탓해본다.

대신 그 자리에 그들과 함께 했던 사물만 남았다.

사물은 예술가들의 삶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다.

결국 사물과 자연도 인간과 관계를 맺을때에 비로소 본연의 의미를 갖는다.

 

곁에 두고 아끼는 물건은 피붙이처럼 친근해서 더 애착을 갖게 된다.

누구나 애착을 갖는 물건이 한두 개씩은 있다.

박완서 작가가 감탄하며 도구적 완벽성에 거듭 놀라는 '호미'가 그렇다.

호미를 사용하는 것은 땀 흘리는 자발적 노동에 대한 예찬이며, 우리 삶을 보람되게 세우는 근본이라고 말한다.

 

아비토끼에게 아끼는 물건 있냐고 물어봤다.

3형제 중 막내이고 어릴 적 추억이 많지 않았는데 형들과 찍은 사진 한 장만 남았다고.

본가에서 앨범 정리할 때 발견한거라 소중한 기억의 한 부분이고 기분이 새롭다고 말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고 말해주고,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둔 사진을 한번 더 닦았다.

 

그리고 나에겐 어렸을 때 사진도 없지만 대신 지금의 나를 규정해주는 사물이 있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쓴 일기장 3권이 남아있다.

그 속에는 내 학창시절의 삶과 정서가 들어있고, 우리집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별로 행복하지 못했던 기억들, 일기를 적음으로써 혼자 겪어내야했던 아픔들도 있었다.

마음이 잘 견뎌왔고 커 왔음을 알 수 있다. 새삼 잘 견뎌왔던 10대,20대의 내가 고맙다.

 

나와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나와 함께 할 사물에 대해 애착을 가져야겠다.

그 사물은 내 일기장처럼 흐른 시간만큼이나 나를 많이 지지해 줄테니까.

예술가들과 함께 한 사물들처럼.

내가 노트를 자꾸 사고, 아끼는 이유를 알겠다.

지금 내 삶의 시간 흐름을 쌓아가는 기도노트가 있다.

눈물이 있고 아픔이 있고 감사가 있고 기쁨이 들어있다.

나 뿐 아니라 타인을 향한 기도도 적혀있다.

지금 가장 나와 가까이 있는 아끼는 사물이 되었다.

삶의 아주 작은 변두리지만,

거기에 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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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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