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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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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저씨를 안지 꽤 시간이 흘렀다.

수더분한 외모에 꼭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인상을 풍겼는데......

입담은 더 장난 아니다. 박식한 척 하는건지 허풍쟁이인지 난감하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 쎈 언니가 있다면, 모르긴해도 이 아저씨는 분명 쎈 아저씨 축에 들어간다.

절대 말에서 꿀리지 않는다. 재담꾼이라 하지.

까칠하면서도 할 말, 하고 싶은 말 다 풀어놓는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의 쌉싸름한 영국 여행기

책「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이다.

까만 글만 있는 여행기는 이 아저씨 책이 독보적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나름 편견을 가진다.

사진이 글보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책은 여행기가 아닌 카탈로그 아닌가?

사진에서 주는 위로가 있고 감흥이 있는데, 내가 너무 재단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일 뿐인데.

여행 작가의 책을 읽음으로 함께 여행하는 착각을 한다.

보이는 사진 속에서 시각화됨으로 여행에 대한 로망에 불 지피고, 쓰여진 글을 통해 상상한다.

여행 작가와 더 깊이 밀착된 느낌을 받는다.

미국 횡단과 유럽 산책을 이미 함께 동행한터라 빌 브라이슨의 익살맞은 이야기가 더 기대되었다.

물론 다른 책들도 빌 브라이슨의 해박한 지식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 출신의 작가가 유럽을 여행하다 유럽의 매력에 빠져 20살때 부터 20년간 영국에 거주했다.

그리고,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영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쓴 책「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이다.

1975년에 처음 와서 1994년 20년이 지나고서야 영국을 제대로 둘러본다.

처음 밟은 땅, 남부 지역 도버에서부터 시작이다. 20년이 흘렀지만 옛 모습 그대로인 곳도 있고,

많이 개발되어서 흔적없이 사라진 곳도 있다. 20년 만에 제대로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영국 곳곳을 누빈다.

"나는 심란한 마음으로 거리를 걸었다. 내 기억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곳이 이렇게 낯설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도 이 발칙한 아저씨를 처음 알았을 땐 30대였는데, 지금은 40중반이다.

같이 나이 먹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그 때 읽었을 땐 마냥 웃겼는데, 지금 읽으니 느낌이 조금 다르다.

이제 제대로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다.

 

낯선 땅에 와서 낯선 사람들과 부딪히고, 같은 영어 문화권인데도 언어의 결도 조금씩 다르고,

무엇보다 삶의 방식이나 문화가 다르니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은 다반사이다.

그럼에도 특유의 입바른 소리와 익살맞은 이야기로 감정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모습이 곳곳에 담겨있다.

여행하는 지역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더 좋아진 곳은 엄지 척, 더 나쁘게 변한 곳은 아쉬움이 묻어난다.

지도 하나만으로 20년 전의 기억의 흔적을 찾아가는 모습은 당당하기까지 하다.

빌 브라이슨의 책을 제법 읽었으면서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그가 진정 도보여행자라는 사실에 감탄이^^

책 곳곳에서는 몇 마일(몇 Km) 걸었다는 언급이 계속 되었다.

하루에 기본적으로 적게는 5,6마일(8Km~10Km)를 걸었음은 그를 '걷기 예찬론자'로 불러도 될 것 같다.

물론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편하게 되도록이면 여러 군데를 두루 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여행자들은 대개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빌 브라이슨의 사소한 행동들?도 이해된다.

그 마음 중심엔 하룻밤이나 며칠 지낼 곳으로 싸고 안락하고 부족하지않게 잘 구비된 방이 있다면 금상첨화~

하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여정을 제법 그럴듯한 선술집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하루 마무으리~~~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이 몸으로 겪고 체험한 소중한 여행기이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살지만 자기가 태어난 곳 이외의 지역은 평생 가보지 않은 낯선 곳이다.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부산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본 적이 없었다. 아비토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방 여행자가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더 잘 아는 것과 통한다. 빌 브라이슨이 그렇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고 체험한 영국은 영국 사람들보다 더 영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20년이란 시간 너머 여행지의 민낯과 장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날 것 그대로의 여행기라 재밌다.

   다시 한번만 더 '영국 최대' 라든가 '영국 최고'라는 표현을 사용한 전단지를 보면 당장 그 곳으로 달려가
   방화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놓고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지독하게 조촐하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특색있는 명소라는게 '공짜 주차장' '선물가게' 그리고 늘 빠지지않는 창의력을 위한
   '놀이공원'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꼴랑 정글짐 하나와 스프링 달린 플라스틱 동물모형 두어 개가 전부인 사진을
   실어놓는 아둔함을 보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 곳에 대체 누가 가지? 정말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p193~194)

특히, 빌 브라이슨의 모든 책에서는 발음과 억양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영국식과 미국식으로 조금씩 다르기에 언어적인 해학이 많은 것 같다. 빌 브라이슨식 유머!!

능청스럽고 익살맞고 넉살이 좋을만큼 음흉하기도 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언어에서 오는 억양의 차이다. 자존심 센 영국인들의 비위를 건드리기도 한다. 위험한데??

아마 영국인이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 빌 브라이슨을 욕할지도 모른다.

뭐 욕해도 우리의 까칠하면서도 발칙한 아저씨는 귓등으로 듣겠지만....

그래도 영국에 20년 동안 살았다고 영국에 대한 애정이 많이 묻어난다. 그래서 달콤쌉싸름하다.

사람이 칭찬하는 소리는 잘 잊어버리고 듣기 싫은 말은 귀가 뻥~ 뚫리는 법이니까^^

 

빌 브라이슨의 여행지 중 '버지니아 워터'가 있다.

작가도 버지니아 워더가 재미난 곳이고, 매력이라고 했다.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이었을까?

그 곳은 이상하면서도 마음이 닿는 곳, 특히 그 곳 사람들이 그냥 좋은 느낌!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당시 버지니아 워터에 특별한 마력을 더해준 건 따로 있다. 정신병자들이 마구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머리가 혼탁하거나 걷는 모양새가 엉성하고 주춤거려도, 혼자 뭐라뭐라 중얼거리고 다녀도,
   잘 가다가 갑자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도, 완전히 정신이 외출한 사람이 보이는 징후 수백 가지를 해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마음을 헤매고 다니다 얌전히 요양원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일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며 싸구려 담배나 사탕 종류를 사고 있는 정신병자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차를 마시거나 가냘픈 목소리로 힘없이 뭔가 항의하고 있는 정신병자를 만날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버지니아 워터는 영국에서 가장 특이하고 별난 지역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미친 사람들과 부유한 사람들이 똑같이
섞여 지내기 때문이다.
   상점주인들이나 지역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보이는 태도 역시 정말 존경스럽다.
   그들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듯 지냈다. (p113~114)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데..... 정신병원을 짓는다하면 피켓 들고 현수막 걸고 난리날거다. 땅 값 떨어진다고.

특수 학교가 들어선다고 하니 거세게 반발하는 지역주민들, 그리고 무릎 꿇은 장애 아동 엄마들의 호소.......

저 부분을 읽으니 생각이 많았다. 성숙한 인간과 인간의 격이란 것이 있구나!!!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든 다 비슷비슷하지만, 많이 다른 곳도 있구나 싶다.

최소한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와 양심이 있는 곳은 특별하고 다르네. 그 마인드 자체가 부럽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영국 특유의 이슬비는자욱하게 허공을 메우고 있으면서 암암리에 사람들의 정기를 빼내가곤 한다.

성공적인 도보여행의 비결은 언제 멈춰야만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데 있다."

변덕스런 영국 날씨는 여행자들을 힘들게 한다. 햇살이 좋은 날도 있지만 갑작스레 내리는 빗줄기에

황당한 경우가 여러번이다. 이 낯선 곳에서 비를 영접하는 일은 여행자들로서는 매번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럴 땐 잠깐 걷기를 멈추고 빠른 교통 수단으로 대체해 머물 곳을 찾아야 한다.

도보여행자들의 융통성이 필요할 때이다. 오래 길게 재미있게 여행을 끝까지 하려면.

아,.... 늘 500페이지의 긴 이야기를 보고 있는 발칙한 도보여행자의 '찐팬'으로서 그의 이야기는 매번 흥미롭다.

배꼽 잡으면서 이제 웃지는 않지만, 흐뭇하게 킥킥거리면서 본다. 몇 페이지 남지 않음에 아쉬워한다.

그래서 또 다음을 기대한다. 어떤 이야기를 들고 나올지 궁금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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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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