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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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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신없이 한 바퀴를 돌았다.

다시 한 달이 시작되었고, 어제보다 조금 여유가 생겼다.

시간이 차곡차곡 모아질수록 어제보다 낫은 오늘이 될 것이다.

오늘은 마침표가 아니라, 잠시 쉬어갔다.

시간의 틈이 들어와 나태주 시인이 선물하는 하루하루 365일 쉼의 문장들을 음미했다.

「나태주, 시간의 쉼표」로 꿀맛 같은 오늘 하루를 선물받았다.

 

 

하루 한 페이지 아침에 혼미해진 정신을 깨우면서 시작하기에 딱인데....

시인의 詩와 문장들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읽어도 너무 좋으니까.

책갈피를 꽂아놓고 오늘은 1월, 내일은 2월, 모레는 9월, 글피엔 12월

마음이 가는대로 읽어도 좋다.

시인의 수많은 詩 중에서 선택되어진 문장들이다.

시의 처음과 끝이 다 수록되어 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잘 선택된 문장만으로도 시인의 언어는 충분히 마음을 동하게 한다.

 

 

특별히 의미있는 3일을 선택해 미리 보았다. 아비토끼, 효진이, 내 생일이다.

좋아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 바람 아, 나도 숨을 쉬기 시작했어요 / 지나고 보니 모두가 그리운 일이었다

삶이 늘 하하호호 웃는 일만 있는게 아니지만 바라보는 시선에서 먼저 좋다고 자꾸 건네면 웃을 일이 생기니까.

한 점 바람이 내 머릿결에 닿는 그 느낌, 아..... 비로소 숨을 쉰다. 바쁠수록 더욱 천천히 쉬엄쉬엄~~~

모든 평범한 하루하루가 지나고보니 평범하지 않았다. 그리움이 된다. 기억만 못할 뿐이지^^

나와 우리들을 상징하는 좋은 글귀들을 만나서 기쁘다.

 

 

일력으로 된 달력이 앙증맞게 생겨겼다. 좋아하는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린 귀한 책인데

읽는 것도 잘 해야겠지만 쓰는 것도 허투루 할 수 없어서 며칠을 고민한다.

휑할까봐 저렇게 있는 멋, 없는 멋도 집어넣는다.

부드러워진 듯 마음에 든다. 연말이니까^^

한 장씩 읽어가며 넘기는데, 그림 뿐 아니라 여백인데도 따뜻함이 전해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반짝이는 순간순간의 생이 고맙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본 기억이 나지 않는데 혼자 베시시 웃어도 봤다.

어김없이 계절은 오고 가고 자연이 먼저 반응을 하는게 신비롭다.

글로 읽고 있지만 머릿속으로 연상되어지는게 시인의 아름답고 순수하고 예쁜 詩이다.

 

♬ 반쯤 비어 있는 찻잔에 / 흰 구름을 가득 부어 / 마시면 어떨까?

더 많이 비어 있는 찻잔에 / 새소리며 바람소리를 채워 / 마시면 어떨까?

♥---------♥---------♥---------♥---------♥---------♥---------♥---------♥

가을이시여 오늘은 당신하고라도 마주 앉아

녹차나 따습게우려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만들어 내며 마셔볼까 그러합니다.

♥---------♥---------♥---------♥---------♥---------♥---------♥---------♥

하늘을 바라보고 눈물 글썽일 때 / 발밑에 민들레꽃

해맑은 얼굴을 들어 노랗게

웃어주었다.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시들은 '바람'이 전부 하는 일 같다.

시를 골라도 꼭 이런 시만 눈에, 가슴에 들어올까!

매번 희한한 일이다. 그렇지만.... 좋다.

 

 

내가 쓴 글들 중에서도 가을볕과 관련된 글들이 제법 된다.

봄볕과 가을볕 둘 중 고르라면(유치하지만) 나는 무조건 가을볕이다.

바람과 함께 드나드는 그림자 길게 드리운 가을볕은 넉넉함과 보드라움을 안겨준다.

가을 유달스레 힘들었던 날들, 볕이 머리 위로 비추어줘서 고맙던데, 그리고 웃었다^^

 

부분적으로 수록된 詩들을 보니 낯선 詩가 많았다.

많이 읽혀지거나 널리 알려진 詩가 아닌데, 궁금한 것은 못 견디는 성격이라 완성시를 찾아봤다.

시인의 시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6월 21일) 제비초등학교 앞길

조금은 섭한 마음 쓸쓸한 마음

흰 구름한테 주어버리고

때로는 억울한 마음 미안한 마음

나무한테 바람한테 맡겨버리고

돌아오는 가벼운 어깨 호숩은 발길

있는 듯 없는 듯 감자꽃이 웃고 있었다

보일 듯 말 듯 술패랭이꽃들도

손을 흔들었다

 

(10월 8일) 단풍

숲 속이 다

환해졌다

죽어 가는 목숨들이

밝혀놓은 등불

멀어지는 소리들의 뒤통수

내 마음도 많이, 성글어졌다

빛이여 들어와

조금만 놀다 가시라

바람이여 잠시 살랑살랑

머물다 가시라

 

(11월 19일) 눈물나것다

강물이 가다가 흘러가다가

힘이 부치면 여울 복판에

흙을 모두어 여름이면

풀꽃과 벌레들 불러모아 살게 하고

겨울이면 발가락 시린 물새들 또한

찾아와 쉬게 하듯이

 

아직도 내가 좋은 사람

그대 살다가 살아가다가

나도 모르는 지도의 오솔길

그 역시 낯선 번지수 어디쯤

띠풀 엮어 지붕 얽고 살아갈 때

나 어느 날 우연찮게 배낭 하나

달랑 등에 지고 지치고 배고픈

해 저물 녘 길손이 되어 그대

처마 밑에 문득 다다랐을 때

 

집 안에서 번져 나오는 된장국

굴품한 냄새 오래 잊었던

그 냄새 알아차리고 콧물

훌쩍이며 훌쩍이며 눈물나것다

맨 소주에 취해 얼굴 붉힌 노을 빛

건너다 보아준다면 더더욱 눈물나것다.

 

 

시에게 나를 잠시 맡겼더니, 시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괜찮다고, 무탈하게 잘 건너왔다고.....

속으로 투덜투덜대도 시간은 흘렀고 내 마음은 비로소 안녕하다고 한다.

한 해 끝을 향해 달리고 있고, 12월 시간 속에서「나태주, 시간의 쉼표」로 지난 날들 돌아본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평안 속에 거했다. 감사함이 넘쳤고, 기뻤다.

2021년은 올해보다 더 낫을거라고 희망을 품는다.

연하장이 두 장 들어있다. 시인이 직접 그리고 쓰고^^

고마운 분들께 한 해를 시작하면서 보내는 의미의 카드이지만,

나는 저 연하장에다 감사 제목과 소망을 품은 기도를 적고 싶다. 의미있을 듯^^

아울러 내 마음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모난 마음, 불안한 마음들 잘 견뎌주고 둥글게 둥글게 만들어줘서 고맙다!!!

오늘 내 하루「나태주, 시간의 쉼표」대로 잘 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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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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