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으면 찾아아겠어요' 드라마가 생각났다.
책 <무슨 일 있으면 톡하지 말고 편지해> 읽다보니..... 왜일까?
산장 직원으로 12년차 일하고 있는 저자의 유쾌한 산장 이야기에 마음이 뛰어서
당장 산장 식객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이틀 머물다 가는 산장에서의 짧은 추억을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산장은 세상으로부터 외따로 떨어져나온 사람들을 반긴다.
산장의 존재 목적이 아닌가싶다.
전문가 냄새가 폴폴 나는 산장 직원의 생생한 산속 생활기가 펼쳐진다.
산 속이라 모든게 부족하지만 산 아래 세상에서 줄 수 없는 마음의 풍족과 평안을 가져다준다면 이 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날씨가 좋으면 언제든지 자연스레 발걸음이 옮겨질 것 같은 매력에 빠져들 것 같다.
나도 산 좋아하고, 산골 생활에 대한 로망도 있다.
물론 좋아하는 거랑 현실적인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럼에도 충분히 시도는 해보고 싶다. 처음부터 산골 생활에 최적화 된 사람은 없으니깐.
부러우면 지는건데, 저자는 그림까지 잘 그린다.
자기가 좋아하는 산장에서 일을 하며, 주변의 자연에 매번 뭉클하며 바쁜 가운데 일을 즐긴다.
생생한 산장체험을 귀여운 그림으로 소통하니 더 잘 와닿는다. 지루하지도 않고 재밌다.
마치 좋은 여행상품이 나왔다고 산장투어란 이름으로 홈쇼핑에서 파는 듯한 느낌?**
바로 신청 접수하지 않으면 매진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다.
야무지고 딱부러지는 프로 산장러의 두메산골 살림 일기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본다.
배경이 되는 구로베 원류지도를 봐가면서 산장과 지형을 찾아보고 읽으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구로베 강을 따라 '다로다이라 산장/야쿠시자와 산장/다카마라하라 산장/스고놋코시 산장
4개의 산장을 이소지마 상사가 운영한다. 다로다이라 산장이 주거점 산장이고, 저자는 야쿠시자와 산장에서
12번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산장은 6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3개월 반동안 문을 연다.
산장지기와 산장직원, 산장규모에 따라 3,4명 이상의 아르바이트 직원과 함께 꾸려나간다.
"산장 생활은 여행 같다. 매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
없는 것 빼곤 갖출 건 다 갖춘 야쿠시자와 산장이다. 초창기의 산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불편함을 많이 해소시켰다.
그럼에도 불편한 부분은 여전히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손님들 생각의 몫이다.
산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부러 산장을 찾아오는 오래된 손님들이 있다는 방증이다.
또 일부러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산장에서 해마다 일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이 산장이라는 장소에서는 산 아래 세상 이상으로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에 서툴러서 산에 간다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산이라기에 앞서 이곳은 산장이라는 폐쇄된 공간이다.
낯선 사람과 아침부터 밤까지 같이 있어야 한다.
결국 가족이든 남이든 같이 사는 사람과는 무엇보다도 사이가 좋아햐 한다.
여름 한 철의 유사 가족이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동료와의 한 번 뿐인 시간이다."
산장은 다른 작은 세상이다. 이 작은 세상에서 소통하지 못하면 다른 어떤 큰 세상 속에서 소통이 가능할까?
다름을 인정하는데서부터 소통은 시작되는거니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산장은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
산장이 문을 열면 할 일이 많다. 수리하고 재정비 해야 될 부분이다.
물 사정을 알아보고, 전기와 전파, 등산로 정비, 불어난 물과 홍수 대비, 이불 널기와 식량 사수를 위한 곰과 쥐와의 싸움? 아니면 동거? 특히 산장 개장하고,8월 초, 8월 말의 3번에 걸친 물자수송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헬기가 동원된다.
이번 시즌 분량의 연료, 음료, 잡화, 쌀, 식재료, 냉동식품 신선식품이 더해진다. 가장 짐이 많다.
8월 첫 주 성수기는 식재료와 일용품을 날라주는데, 사정이 완전 다르다.
헬기로 모든 물자를 운송하는데 일정은 헬기 회사의 사정과 날씨로 좌우된다.
헬기가 뜨지 않음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면역이 생겨서인지 대개의 일은 어떻게든 되고,
어떻게 안 되는 일은 어쩔 수 없다. 걱정하지 않고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듯 하다.
오래된 시간과 경험의 축적에서 나온 생각이리라.....
8월 말 3번째, 식재료 주문에 대해 매우 신중해진다. 부족해도 안 되고 여유가 있어도 곤란하고.
특히 채소나 냉동식품의 장기 보관이 문제이다. 부지런하게 채소의 보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헬기 수송에 대해 걱정이 많다.
산장 생활은 크게 개선되었지만 매해 상승하는 고액의 헬기 사용료는 부담스럽다.
짐 수송 방법에 대해 고민과 함께 요즘 뜨는 드론 수송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해본다.
그러나, 지금도 헬기 대신 모든 짐을 운반하는 지게꾼이 나라마다 있다.
지게꾼은 숨이 턱턱 막히는 산을 몇 십년 오르내리며 생계를 꾸려왔을텐데.....
세상만사 편리함으로 대체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새롭고 빠른 것으로 대체되면 어떤 누군가는 하나를 잃어야 하니깐.
산장에서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아침과 저녁 식사 준비를 눈썹 휘날리듯 마치고 나면 중간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다.
저자가 좋아하는 곤들매기 낚시는 수준급인 듯 하다.
낚시 장비에 대해서도 전문가급이다. 계류 낚시가 주는 즐거움 또한 즐거운 산장 생활의 활력소.
열심히 일한 자, 마음껏 누리고 쉬어라 구호가 딱 들어맞는 삶인 듯......
찾아보면 자연과 어울리는 쉼들이 사방에 널려있어서 심심할 것 같지는 않다.
왠지 넉살 좋아보이고 사람 좋아하는 저자의 품성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많이 행복할 수 있구나 싶다.
그럼에도 산장은 긴장을 늦추지않아야 한다.
고립되고 폐쇄적인 공간이라 어떤 일이 불시에 일어날지 모르니깐.
특히 공감되는 것은 산장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역시 사람과의 관계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저자는 여러번 말한다.
"산에서 생활하고 산에서 사는 인간은 돈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해야 한다.
자신이 산에서 어떤 재해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해두어야 한다.
많은 사람의 협력이 있기에 산장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산이라기보다는 생활의 장이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익숙해지더라도 이곳은 자연 한가운데다.
항상 상상력을 발휘해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산장 생활에서나 사람에게서나 융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전파가 닿지 않는 산 속에 있으니 어떻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
휴대전화 대신 평소에 쓰지 않는 편지를 쓴다는데, 산장에서 스케치한 그림을 그림엽서로 사용하고.
산장에 자주 들르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산 아래 우체국에 넣고, 답장은 한 달에 한 번 헬기로 받는 짐에
들어있거나 산 아래서 올라오는 지인이 가져다준다고 한다.
불편한 것 알고 산 속으로 들어갔기에 불평 불만은 형식적이다.
그나저나 산장에서 스케치한 그림으로 편지를 받는 사람은 좋겠다.
치열한 여름의 흔적들이 그림에 생동감있게 싣렸을테니 얼마나 행복할까?!!!
그림그리는 것에 영 소질이 없어서. 그래서 내가 그림 예쁜 편지지도 집착하나보다.
카톡이 아닌 편지로 보내는 아날로그 감성, 캬아... 자연과 어울리지 않을 수 없다.
예쁜 것을 산 속에서 보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되니 저절로 힐링이 되겠다.
9월 후반 되면 산장의 문을 닫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된다. 산장 개장 작업을 되감기 하듯.
힘들었지만 얼마나 아쉬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3~4개월 동안 머물고 정들었던 곳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것을 해마다 해왔지만 늘 마음 한 켠에는 앓이로,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유해진과 손호준이 삶은 거북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어떻게 다듬었지?
잠깐동안 기억의 혼란이 왔을 때, 뭘 채집하고 따는 것 체질이 아닌 차줌마 차승원이 몸이 기억한다고....
잊은 듯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때가 되어 산장으로 올라가면 몸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해낸다.
늘 새로운 듯 전혀 새롭지 않은...... 아쉽지만 홀가분하듯.
유쾌발랄한 이 평범한 여자의 산장일기가 끝나게 되어 나도 무척 아쉽다.
"다카마가하라 산장의 영업도 내가 좋아하는 곤들매기 낚시도 9월 말로 끝난다. |
시즌마다 다른 기분이 들텐데, 그럼에도 시작할 때나 끝날 때 매번 모든 자연과 사람에 감사함을 잊지않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쉽지만 행복했다고 말하는 듯 하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과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보는 듯 잠시 착각했다.
조금 특별한 산 속 일상 이야기는 나에겐 충분히 매력적이고 다시 불을 지핀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정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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