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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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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 할머니들 처음으로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는 뭉클한 소식과 늦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젊은이들 못지않게 넘쳐서 인생 제 2막을 열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듣게 된다.

무엇이 할머니들의 가슴을 뛰게 할까? 배움에 대한 갈증이 아닐까.

어렸을 땐 집안 형편이 힘들어서 배우지 못했고, 커서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배움의 시간을 훌쩍 건너뛰었다. 그리고 아이들 다 키우고 밖으로 보내고나니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먹고 살기가 조금 괜찮아지니 다시 마음 한 켠 허전함이 덩그러니 있음을 알았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없지만 못 배웠던 한을 풀고 싶다.

어느새 나이가 7학년을 넘어서고 8,9학년의 시간 속에 있다.

그 시간 속에 응어리진 삶의 사연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다 풀어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고 긁적일 공책 수십 권은 될 것이다. 우리 할머니들의 삶이다.

전라도 장흥 월림마을 여섯 할머니들이 의기투합해서 글을 배우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두근두근 생애 첫 시와 그림을 엮어 책을 냈다. <할매들은 시방>이다.

 

삐뚤빼뚤 글씨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할머니들의 글을 만났다.

할머니들의 글을 감히 평가를 할 수 없다. 날 것 그대로의 할머니들 삶이기에.

평생의 할머니들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기장과 같아서 조심스레 펼쳐보는 것 같다.

희노애락이 다 들어있는 삶 그 자체로 소중한 기록이다.

문법과 어법에 맞지 않고, 서툰 말, 틀린 글씨, 이해되지 않는 말들이 많았지만 뭐가 중헌디?

이해 불가능한 말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할머니들의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읽다보니 할머니의 삶들이 다 보이는 듯 했다. 마음 한 켠 짠한 글도 있었고.

어렵고 마음에 와닿지도 않은 시들은 읽기에도 부담스러운데, 할머니들 글은 이상하게 자꾸 더 읽고 싶었다.

그 녹록치않은 삶들을 잘 견뎌왔고 살아온 시간에 대해 고마움을 담아 인사를 건네고 싶다.

 

살아 생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할아버지(영감)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 할머니들의 시 속에 한 편씩 있는 듯 하다. 남편 얼굴을 5년동안 9일 밖에 보지 못했다던 할머니의 사연에 가슴이 먹먹했다.

사랑을 받지 못해서 느끼는 것도 없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는 할머니의 글에 시선이 멈춘다.

아.... 어떡해. 할머니의 삶이 얼마나 허했을까? 그 삶은 아무도 모른다.

또, 사랑이란게 옆에 빈 자리가 있음으로 비로소 생각나는걸까?

다른 세상에 살면서도 안부를 묻는 할머니들의 사랑법이 이런 것일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금 옆에 있는 내 사람에게 말로 몸짓으로 많이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시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나에게」,「욕심」이다.

물론 다른 시들도 마음이 뭉클해지고 따뜻하니 너무 좋다.

그동안 힘들었지만 수고한 당신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고마움과 다시 살아갈 앞날에 대한 믿음과 위로가

굳건해보였다. 정말 자신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느낌을 받았다.

반대로, 삶의 유한성 앞에 더이상 욕심 부리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할머니의 아주 간단명료한 시가 턱하니 마음에

부딪히는데 희안하게 위로를 받는다. 새끼들도 다 잘 사니깐 내 마음밭을 가꾸며 지금 이대로의 평안함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 같기도 하고. 다 다른 할머니들의 삶의 결이 느껴지는 시를 읽는다는 것, 행복한 시간인 듯^^

정제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계속 보고 싶다.

 

인생의 더할나위없이 꽃을 피우고 계신 할머니들의 삶이다.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 시간의 연륜은 아무때나 발휘되는게 아니었다.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때가 있다.

그 모든 삶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제 때 물을 주고, 가꾸고, 보살피는거다.

할머니들의 시를 보니 삶의 매 순간마다 때 묻지 않은 마음을 얼마나 잘 가꿔왔는지를 알 수 있다.

부족함과 부재가 삶을 변화시키고,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삶의 활력을 준다는 것을 할머니들은 미리 아셨다.

 

 

해마다 똑같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오고, 시골살이 할 일도 넘쳐나지만 기쁘다.

여전히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고 그것을 먹는 기쁨도 좋지만 얻은 수확물을 자식에게 줄 수 있음에 더 좋고

늘 앉으나 서나 다 큰 자식들 걱정에 마음이 번거롭지만 타지에서 자식들이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이란 생각에 힘을 내는 할머니들이다.

옆에 있을 땐 모르지만 없을 땐 더 생각나는 영감, 시어머니, 자식들... 그 이름이 그리움으로 머물러있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낸 흔적이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부자이고, 아무리 바빠도 재미가 있음은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선물 같다.

시인과 화가가 모두 여기에 계시다. 『할매들은 시방』 바쁘다.

때마다 땀 흘려 일해야 하고, 한글도 배우고, 시를 짓고 그림도 그려야 하니깐.

 

서툰 글이지만 또박또박 재밌게 쓰고 그리는 일에 열심을 내는 할머니들이 사랑스럽다?^^

그럭저럭 살아왔다는 할머니의 말에 위로를 받는다.

반면 열심히 하지도 않고, 쉽게 그만두는 나는 숨고 싶다.

나는 시방 할머니들의 소박한 글을 많이 읽고 싶다.

꾸미지 않은 예쁜 할머니들의 마음을 닮고 싶다.

그러면 좋은 글 쓸 수 있을텐데.... 글은 마음이 가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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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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