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멋지고 빛깔 고운 가을날을 본 적 있나요?
내 삶에서 마흔 일곱번의 가을이 오며갔지만,
이렇게 예쁜 가을빛은 그동안 기억이 없네요.
아담한 산 곱게 물들여져서 햇살에 반짝이는데......
매일 마음 속에서 소리가 들려요.
예뻐~ 너무 예뻐~~~
하늘도 진한 푸른빛이고요.
나무 사이로 깃들었던 새들이 줄지어 날아오르는데
아름다워서 뭉클해져요.
잎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햇살이 머물고
풀섶에 핀 주름잎 꽃이 얼마나 예쁜지.....
그 작은 풀꽃에 마음을 줍니다.
초겨울에 들어왔는데,
햇살에 피워낸 아주 귀한 꽃이라서요.
어떤 척박한 환경에서라도 꽃을 피우는 강인한 민들레꽃일지라도
추위를 뚫고 꽃을 피워내는 일은 보통의 일은 아니잖아요.
보드랍지 않은 땅에 딱 붙어서 뿌리 내린 모습을 보니
또 뭉클해지더군요.
아...... 살려고, 살아내려고, 꽃을 피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들꽃도 있는데....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움켜쥐려하고,
시작도 하기 전에 쉬이 포기하려던 마음,
편안한 것에 안주하려는 내 모습이 생각나요.
제 계절이 아닌데, 꽃을 피워내는 괭이밥까지.....
동네 도서관을 오며가며 눈여겨봤던 가을날의 풀꽃을 만납니다.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것,
오롯이 느끼는 것,
웃음 짓습니다.
속상한 일 있습니다.
나를 탓해봅니다.
내 마음의 문제였으니까요.
오후의 볕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니었구요.
한 발짝 멀찍이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소박한 털별꽃아재비 꽃을 보면서
마음을 다시 붙잡습니다.
가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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