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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5. 2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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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책만 읽고 싶은 때 있다.

요즘 내가 그런가보다.

딱히 귀찮은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그런가보다.

이팝나무 꽃 떨어지고 빨알간 넝쿨 장미가 피었다.

넝쿨장미 아래로 지나간다.

장미는 향기가 없는데, 그냥 그 아래로 걷고 싶었나보다.

걸으면서 무심하게 살짝 건드려본다.

혼자 기분 좋아 베시시 웃는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피는 넝쿨 장미가 좋아졌다.

 

 

정오 12시,

볕과 그늘이 나눠지는 시간인가?

화단에 풀 정리가 말끔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풀꽃들은 살아서 꽃을 피운다.

내 눈에 포착된 멋진 풍경 하나,

나무 옹이에 괭이밥이 정착해 자랐다. 헉... 뭐지???

보고 또 봤다. 앉아서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뭐야? 정말 거기서 싹 틔운거야?

이 낯선 풍경을 볼수록 눈물이 핑~ 돈다.

말끔히 정리된 화단에서, 베어진 나무 옹이에서 살아내다니.....

살아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며, 경이롭다.

크고 놀라운 일은 어쩌면 별로 주목하지 않는 하찮은 곳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펑범함 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것은 절대 사소한 일은 아니다.

크고 화려함을 기대하는 우리 마음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 마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덤덤히 그 자리에서 자기의 일을 감당하는 것이 작은 일이 아니듯....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도 내가 눈여겨 본 나무 옹이에 자란 괭이밥은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여기저기 사방에서 괭이밥 노랑꽃이 피고 '너, 참 예쁘다' 말했지만,

저 나무 옹이 괭이밥에겐 '너, 참 대단하구나. 볼 때마다 놀라워'라고 말한다.

매일 오며가며 지긋이 볼 수 있어서 좋다.

 

지금 밤 10:17 바람이 들어온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걸 클래식 컬렉션 마지막 책이다.

948 페이지에 압도당하지만, 벌써 500 페이지 이상 넘어갔다.

어렸을 때 본 만화가 파노라마처럼 오브랩 되어서인지 수월하게 잘 읽혀진다.

오늘처럼 바람 스며들어오는 밤에 계속 읽어나갔다.

같이 읽고 있는 책 이도우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맘때 밤의 풍경과 퍽 잘 어울린다.

낮에는 이야기님 선물,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도 읽고 있다.

 

내 마음이 방해 받고싶지 않은 날들인가?

참 이상하다. 이런 날이 별로 없었는데...........

그냥 좋은 시간을 덤으로 선물 받았다고 생각한다.

복잡하지않게 단순하게.

혼자 준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나보다. 아무에게 말하지 않고.

시간을 물들임해야 하는건가보다.

오랫만에 덩범대지않고 조금 진지한 나를 보니.....

낯설지만, 나름 괜찮다.

밤은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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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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