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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2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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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 처음으로 체해서 몸이 힘들었다.

만화에 보면 머리가 뱅뱅 돌아가는 장면처럼 어지러웠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있어도 뱅글뱅글~~~

열은 나지않고 이마가 차가웠다.

아비토끼는 이런 경우를 자주 경험해보았기에 알고서 사혈침과 실, 휴지를 가져왔다.

늘 내가 등을 두드려줬는데, 처음으로 아비토끼가 내 등을 두드려주고 손가락에 실을 칭칭 감고

사혈침으로 오므린 손가락에 바늘을 찔렀다. 따끔했다.

검은 피가 솟구쳤다. 많이 체했다.

이후로 밥 양을 줄였고, 믹스커피도 마시지 않았다. 10일 정도.

그 때는 믹스커피를 마시면 왠지 안 될 것 같았다.

잘 지켰는데........ 소슬 바람 스치는 가을에 졌다.

 

 

종이컵만한 저 커피잔에 커피 한 스틱과 따뜻한 물을 부으면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커피와 프리마의 섞인 모양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틈 사이로 들어오는 가을 잔 바람에 향기가 올라오는데........

이 좋은 것을 가을에 놓칠 수 있나?!

저 믹스 커피 한 잔으로부터 받는 묘한 안정감이 좋다.

믹스커피보다 블랙커피가 좋다는건 알지만,

좋은 것보다 익숙한 것에 몸이 반응하기 마련이다.

내 몸의 반응 속도가 가을에 무뎠다면 체했다는 핑계를 대고 더 오래 참았을텐데....

가을은 나도 어찌할 수 없다^^

 

어떤 계절을 좋아하세요?

이젠 말할 수 있다. '지금요'

여름 끝트머리에서 가을 소슬바람이 코끝으로 스쳐지나갈 즈음요.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처서(處暑)와

밤에 기온이 내려가 흰 서리가 맺히는 백로(白露) 사이에요.

하늘도 높고 파아랗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구름이 흩어진 날들.

짧은 옷 입기에도, 긴 팔옷 입기에도 애매한 지금이 좋다.

한 켠에 차지했던 선풍기의 먼지를 털어내고 씻고 닦고 창고에 들여야하는 날들.

밤에 바람이 차가워 창문을 닫고 이불을 턱 위에까지 덮어야 할 것 같은.......

겨울이 오기 전,

짧은 가을에 많이 행복해져야 할 것 같다.

 

가을에 마시는 커피에는

틈새 바람도 들어가고, 가을볕도 들어간다.

구름, 새, 하늘과 함께 마신다.

어느새 온화해진 내 마음이 더 영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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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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