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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의 계절 #밤가시마을 #도자기 공방 소요 #도자기 굽는 건 마음을 굽는 일 #가마온도1250도와 도자기 #관계와 중심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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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6.09 「공방의 계절」밤가시마을 소요에서♥
2023. 6. 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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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읽어내는데, 쓰는 일이란 참 어렵다.

읽은 책은 생각과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적음으로써 정리되어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생각이 많아지고,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읽어낸 글을 나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쓰고 싶은데 멍하니 그냥 앉았다.  

뜸 들이는 시간이 늘어난다. 

 

쉬어가는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강박적으로 해야 될 일들은 쌓여가고, 몸은 지쳐가고, 자아는 잃어간다.

조급한 삶의 시간을 느릿느릿 맞춰본다. 그리고, 괜찮다.

남의 삶을 엿보며, 그들의 삶 속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소설 읽는 시간이다. 「공방의 계절」이다.

 

 

여름의 무더위와 닮은 소설이다.

치열하게 살았던 삶 속에서 상처받은 몸과 마음은 기댈 곳 없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도로변의 차양막은 잠깐이라도 피할 공간이다.

그 차양막과 같은 공간처럼 몸과 마음이 쉬어가는 공간이 삶 속에서 필요하다.

사람이 될 수 있고, 장소가 될 수 있다. 

'밤가시마을'과 도자기 만드는 공방 '소요' 그리고 각자 나름의 고민과 상처를 가진 사람들.

가을볕에 잘 여문 밤과 밤을 둘러싼 가시와 고슴도치....

상처받을까봐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과 자기 안에서만 맴도는 사람들은 닮았다.

사람과의 관계 단절에서 오는 고립과 고독은 자의 반 타의 반이다.

더욱 밖으로 볕 씌러 나가야한다. 이왕이면 마음을 굽는 공방, 소요로.

 

중심 잡기라는 건, 어쩌면 가장자리부터 살펴야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동안 정민은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쉽게 손을 놓았고, 쉽게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말 한마디에도 토라졌으며 깊은 굴 속에서 나오지 않았고 다가오는 사람을 경계했다.
타인에게 내어줄 주먹만 한 공간도 허락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자신의 마음을 촘촘히 걸어놓은 외딴 전시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시선을 받지도 못하고 팔리지도 않는 마음들은 정민의 전시실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도자기 공방에서 손물레의 처음은 중심 잡기라고 한다.

타이밍과 힘 조절과 속도가 맞아야 흙과 함께 춤출 수 있다고... 모양잡는 일은 나중의 일.

흙기둥을 높였다가 다시 뭉개고 높였다가 다시 뭉개는 작업을 반복해서 꼬인 흙의 결을 풀어주는 일.

하물며 삶과 사람 사이에서 중심잡기는 얼마나 중요할까? 

가장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매번 상처받고 아프고 곁을 내어주지 못하고 맴돈다.

나와 타인, 호흡 있는 것과의 꼬인 관계를 풀고 회복하는 일은 우리네 삶의 우선순위다. 

 

"도자기를 굽는 건 마음을 굽는것과 같아요.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볼수록 예뻐지고 소중해지죠.

꺼내 보기도 싫은 못난 마음도 계속 시선을 주면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제대로 보이잖아요.

미움만 있는 줄 알았던 마음 안에 애정과 연민... 그러면 그 못난 마음도 소중해지는 순간이 와요."

 

물레를 차면서 흙으로 중심을 잡은 후 모양을 만들기까지 정성은 사람의 손이다. 

이후 1,250도라는 뜨거운 가마의 온도를 버티고 나와야 도자기가 된다. 

내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고 해도 뜨거운 온도를 버티는 것은 오롯이 도자기의 몫이다.

정성을 다해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끈끈한 관계는 쉬이 깨어지지않는다. 

내 마음에 먼저 다가가 손 내밀며 솔직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 마음 보듬어안듯 타인에게 조금씩 다가갈 수 있으니까. 

 

심하게 가슴앓이를 했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조금은 평안해졌다. 가을 밤가시마을에서 나를 찾았으니까. 

그 겨울에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따뜻하게 받아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봄을 맞이한다. 

다시, 「공방의 계절」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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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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