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 google3339f54caf24306f.html
반응형

구멍가게를 찾아 나선 여행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아련함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반응형
  1. 2020.08.21 그 기억 너머에「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2020. 8. 21. 16:43
728x90
반응형

시간에 밀려 사라지는 것들이 많다.

어렸을 적 뛰어놀던 집 앞 넓은 공터에 건물이 생기고, 전봇대가 없어졌다.

그리움과 애틋함이 녹아있는 공간에 대한 기억이 하나씩 사라지는거다.

다시 찾을 때 혹시나 흔적이 남아있나 싶어 애닳은 마음으로 그 공간을 오래도록 본다.

도로가 나서 문방구(점방)은 오래 전에 문을 닫았다.

낡은 건물들이 많고 거주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어서 시간에 녹슬은 간판은 그대로인 채....

대저 아빠 이발소도 그렇는데.....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일 하시고 계심에 존경스럽기도 하면서

그 연세에 편하게 지내셔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형편에 자식으로서 마음 한 켠 늘 아프다.

글자 모음 자음이 떨어져 나간 오래된 간판 구청에서 새로 달아줬다고 하니 마음도 한결 낫다.

한 자리에서 오래 생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분들이 건강하고 평안하시기를 기도한다.

 

<청운면에서/봄여름가을겨울>

전국의 구멍가게를 찾아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그 시간의 흔적을 남기는

멍가게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다.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3년만이다.

<동전 하나로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을 반갑고 옛 추억이 생각나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을 닫는 구멍가게들이 많아지고 시간을 견디며 굳건하게 오래도록 있어주면 좋겠는데...

녹록치않은 저마다의 삶의 사정이 안타깝다.

 

그려진 구멍가게와 그 주변의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시간이 멈춘 듯 묘한 이질감과 평안함이 함께 깃들었다. '그냥 좋다' 말이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낡은 양철 지붕 아니면 특색없는 기와, 가게 앞에 늘 놓여있는 평상은 왜 노란 장판으로 다 깔려있을까?

빨간 우체통은 그냥 거기에 계속 있은 듯 시간의 먼지가 쌓여간다. 편지 한 통 없이 그리움만 쌓인다.  

가게 창문마다 적힌 '담배'는 여전히 근심 깊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주나보다.  

구멍가게는 낡고 빗바래지는데, 우두커니 가게와 함께 했던 꽃 피고 초록을 드리우는 큰 나무는 여전히

봄여름가을겨울을 살아내고 구멍가게를 빛나게 한다.

심고 피워낸 가게 앞 색색깔의 꽃들은 가게 주인장의 고운 심성을 닮은 듯 발걸음 멈추게 하고 따스한 눈길을 보낸다.

세워둔 자전거는 주인아저씨가 갑갑할 때 마실 나가려고 '항시 대기' 중이다.

철제 대문을 사이에 두고 안집과 가게는 연결되어 있다. 밥 짓는 소리가 가게 안에서도 밖에서도 들린다.

밥을 먹다가도 가게에 손님이 오면 '예~ 갑니다' 손님에게 '식사 좀 하실래요?' 정겨운 인사를 빠뜨리지 않는다.

오며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구멍가게라서 이야기도 넘쳐난다. 사랑방이 된다.

 

♣ 물건과 사람은 서로 인연을 맺고 살고 있습니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시간이 지나도 기억 속에 온전히 존재할 때 비로소 나의 것이라 느낍니다.

딱지, 풍선껌 안에 들어있던 작은 만화책, 만화경이나 유리상자, 열쇠, 돌맹이, 인형, 카드, 우표,

누더기가 된 퀼트 이불의 부드러운 촉감, 시간마다 쩌얼꺽 하며 시간을 알리는 괘종시계의 소리,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껍데기, 흑백사진, 맨 처음 갖게 된 샤프, 오르골, 책갈피에 꽂아 말린 나뭇잎과 꽃잎들,

구멍 난 스웨터, 닳아 너덜거리는 소매의 옷, 이사할 때 장농 뒤에서 그렇게 찾아 헤매던 물건을 발견할 때의 기쁨,

박제된 허물의 먼지를 털어낸 사물을 통해 내 안에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그 순간의 냄새, 풍경, 색깔, 감정이

바람처럼 다녀갑니다. (153쪽) ♣

 

흐른 시간만큼이나 너무 변해버린 나는 그 때 별 쓸모없다고 느껴진 사물과 눈여겨보지도 않았던

꽃과 나무에게 마음을 준다. 소중함의 가치를 항상 늦게 알게 된다.

언제나 내 앞에서 든든하게 서 있을 것 같은 내 아버지를 향한 연민도 그렇다.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아직 가지고 있다. 3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그 편지는

내 학창시절을 잘 보내게했던 위로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오래되었지만 행복한 시간여행을 한 것 같다. 선물과 같은 그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그 때 그 위로가 지금의 내 삶이라 생각하니 참 고맙다. 잘 살아냈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이 물음이 마음에 꽂힌다. 행복보다,

평안하다.

 

 

여름이 뒷꽁무니만 남았을 즈음에, 추석이 다가오면 양산 배냇골 외갓집에 갔다.

구포에서 버스를 탔는데, 다 고향으로 가는 길이라 앉을 자리도 없었다.

길도 험했고, 구불구불 고개를 몇 개나 넘었고, 점점 올라갈수록 산 아래 절벽이 아찔했다.

다행스레 기사 아저씨들은 다 운전 베테랑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몰았다.

도착한 외갓집은 마당이 넓었다. 물 맑은 계곡이 있어서 놀러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할머니 집은 아주 작은 시골 점빵도 하고 있다. 정말 딱 필요한 생필품만 있는.....

계곡에 놀러 오는 사람들에게 밥도 해주었다. 시골 토종닭으로.

냉장고가 없어서 수돗가 빨간 큰 고무 대야에 물을 틀어놓으며 음료수를 시원하게 해놨다.

덩달아 큰 수박도 대야마다 한가득이었다. 계곡에서 여름 마지막 한 때 신나게 놀며

목 말라 할머니 몰래 음료수를 대야에서 살짝 꺼내먹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시원한 나무 마루에서 낮잠 자던 날들, 오늘처럼 큰 나무에서 매미는 마지막인 양 그렇게 울어댔다.

그리고 외할머니, 할아버지는 배냇골에서의 삶을 정리하시고 부산으로 왔다.

내 유년의 추억 한 켠도 사라진거다. 거기 계속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부산에서의 삶이 녹록치 않았기에.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는 그 구멍가게들이 계속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낯선 곳에서 마주하게 된 허름한 구멍가게가 다른 위로를 안겨줄지 모르니깐.

뜻밖의 선물을 발견할수도 있으니깐.

고마워요^^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google-site-verification: google3339f54caf24306f.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