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져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동시대의 사람이 아니라면 화가의 그림을 짐작할 뿐이다.
가장 그럴듯한 해석을 정설로 믿게 된다.
여전히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채..... 아니 영원히 묻히게 될 진실이다.
이름과 그림만 남겨져 있으니까.
그림에 대해 몰라도 보는 것은 좋다.
화가의 작품에 대한 책을 읽고 계속 반복적으로 보니까 그림이 익숙해진다.
그렇다고 그림 속 내막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모른다고해도 그림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림을 좀 볼 줄 아는 사람들은 그림에 대해 칼럼도 쓴다.
그 사람들이 쓴 그림 이야기는 꽤 재밌다.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그림 속 이야기들도 들을 수 있으니 궁금하고 호기심이 번진다.
덩달아 이해하기도 쉽다면 몰입도가 올라간다.
책 <다락방 미술관> 이다.
그리는 것 말고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나 말고 이 책을 쓴 저자도 그렇네.
미술관 특유의 냄새를 좋아해서 어느 미술관에 누구의 전시회가 있다면
전시마다 관련된 책을 읽는다고 했다. 꼭 전시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떤 책에서 읽은 화가가 인상깊이 남는다면 그 화가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서
화가의 삶, 작품들까지 연달아 읽는다. 관심이란게 그렇다.
문학과 미술, 예술과 역사와 같은 강의를 듣고 공부를 했다는
저자의 열심이 어쩌면 책을 내는데까지 닿지 않았나싶다.
사람을 향하는 그런 이야기, 무조건 반긴다.
그림을 좀 봤다고 화가와 작품 이름도 꽤 익숙하다.
그림의 사연을 따라 가보면 자연스레 화가가 추구하는 화풍도 이해된다.
학창시절 땐 작품 따로, 화가 이름 따로, 화풍 따로 전부 따로 외웠으니 연결이 안 되었는데,
눈에 익숙한 그림이 정말 누구의 작품이란 걸 알았을 때, 시대와 시대적 배경도 알게 된다.
작품 속 사연과 맞아떨어질 즈음에 화가를 다시 보게 된다. 편견이란 옥의 티를 벗는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이해하게된다.
화가는 하나의 인격이다.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다. 루소는 이상한 그림을 그린다. |
상처와 부재, 그리움, 사랑, 미움, 아쉬움..... 많은 감정에 대해 연민을 가진다.
올려다보는 사람이 아닌 같은 눈높이로 보게 되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27명의 화가들의 삶은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 삶을 선택했을 뿐이다.
매순간 선택의 길 위에서 품었던 생각, 살아낸 삶들이 작품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세상의 작품들은 감히 세상 속 잣대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술가로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일은 작품 활동을 하거나, 인지도(명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전시회에 작품을 꾸준히 출품하더라도 사람과의 접점이 없으면 작품 활동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화가들은 특히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과 교류했다. 시인, 음악가, 작가, 꽤 잘 나가는 화가들.....
신예들이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인맥이란 것을 알게 된다.
이 인맥의 영향으로 화가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구현하기도 한다.
아니면 완전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되기도 하고.
화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사연을 들여다보니 이런 연결고리가 더 두드러지게 보였다.
한참 지난 후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화가들의 사연들이 어느 책 속에서 또 접하게 된다면
그것 또한 반갑지 아니한가! 생경한 듯 신선한 듯....
에곤 실레가 항상 예술인지 외설인지 논란이 되는 그림만 그린 것은 아니다.
여자 남자 어린이 풍경 초상화 등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그는 회화가 진실,
즉 본질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강박이 수많은 자화상을 탄생시켰다.
여느 자화상과 달리 그의 자화상은 비틀거리고 잘리고 일그러져 있다.
미화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고 해체시킴으로써 '나'라는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다. (p206)
늘 불안했던 젊은 천재 화가 에곤 실레가 꿈 꾼 삶이 아주 평범한 것이었음을 알았을 때,
비단 에곤 실레만의 삶이 아니라 많은 화가들의 삶과 비교해봤을 때,
지금 나는 얼마나 평안한가? 자유로운가!
툴루즈 로트렉 말이 들린다.
"산다는 것은 충분히 슬픕니다. 그래서 그것을 사랑스럽고 즐겁게 나타내야 하지요.
그것을 그리기 위해서 푸른색과 붉은색 물감이 있는 것입니다."
그림에 관한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아쉬운 부분이 늘 있다.
에피소드는 흥미로운데, 작품을 많이 엿볼 수 없다.
지면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책에 싣어줬으면 좋겠다. 작품을 많이 넣으면 책 단가가 올라가려나?
언급된 작품들은 폰으로 검색해 찾아본다. 스토리를 읽으면서 작품을 보면 이해가 쉬우니까.
없는 작품들도 있는데 덜 알려진 아주 희귀한 작품이다.
그런 희귀한 작품들에 대한 스토리도 꽤 흥미로울 듯 한데.......
화가 이야기가 끝나면 세계의 미술관이 소개되어있다.
화가의 작품들을 품은 미술관들, 자국의 화가를 기념하기 위해 화가의 이름으로 세워진 미술관들.
여행이 계기가 되어 미술관 나들이로 계획을 세워도 좋을 듯 싶다.
친절하게 약도까지 수록되어 있어서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갈 수 있을까? 싶다. 그림을 실물 영접하려면 미술관이 딱인데, 가고 싶다. 아쉬움을 남긴 채,
책「다락방 미술관」잘 읽었다. 다락방에서 보물찾기 하듯^^
'마음 한 뼘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슬픔에 대해서 (0) | 2020.11.13 |
---|---|
까칠한 도보여행자의 익살맞은 이야기를 들어보자,「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0) | 2020.11.12 |
어떤 집에 살고 싶으세요?「집을 위한 인문학」 (0) | 2020.11.05 |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위해 (0) | 2020.11.03 |
가을에,「당신 생각하느라 꽃을 피웠을 뿐이에요」 (0) | 2020.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