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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작가 남효민 #그래서 라디오 #사소한 일상을 서로 듣고 공유하고 힘을 얻다 #라디오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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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2.16 따뜻함과 그리움이란 이름으로,「그래서 라디오」
2020. 12. 1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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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듣는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하루를 열고 닫는다.

목소리로 들려지는 세상이지만 그 속에 사람이 산다.

저마다의 사연 속에 희노애락이 깃든 세상은 바로 라디오 속 세상이다.

라디오와 소통해왔던 사람들도 라디오와 함께 나이듦이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다양한 매체들이 눈과 귀를 자극하지만 일방적이다.

늘 옆에 사람이 있지만 마음을 나누기에는 부담스럽다.

'홀로'이지만 끊임없이 이해하고 이해받고 소통하기를 은연중에 바란다.

그 매체가 라디오였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사람을 기다린다.

ON AIR방송중입니다.

 

지역마다 송출되는 라디오 채널이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

75년생 토끼띠 1994년 20살, tvn 방영했던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알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갓 새내기들이 신촌하숙에 머물면서 듣게 된 이문세의 별밤~

문화적 혜택도 서울과 지방은 참 다르구나!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수다 떨 때, 친구들의 로망이 '서울'에 살았다면.... 살고 싶다....

좋아하는 가수, 배우 등 어쩌면 길 가다가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맨날 들을 수 있고, 기분이 혹시나 업 되면 엽서도 자주 보낼 수 있는데....

친구들의 하소연과 부러움이 귀에 생생히 들리는 듯 하다.

특히, 스산함이 감도는 겨울에 야자(야간자율학습) 하면서 선생님 몰래 귀에 이어폰 꽂고

목도리로 칭칭 감고 들었던 라디오는 위로이자 선물이었다.

어쩌면.... 선생님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 그냥 넘어갔을 것 같다.

그 때는 많은 친구들이 라디오에 푹 빠졌고, 모두 감성적이었다.

 

20여년 전에 창원극동방송의 어떤 라디오 프로였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전화 연결된 몇 명이 성경퀴즈를 풀고 맞추면 선물을 받았다.

교회에서도 성경퀴즈대회를 하면 매우 흥미로워하며 꽤 잘 참여했던 나로서는

매력적인 라디오 프로였다. 늘 듣기만하다가 용기를 내어? 참여했는데, 덜컥 전화연결이 되었다.

내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부산, 경남 쪽으로 다 방송된다는 것이 신기했고 떨렸다.

처음이라..... 침착하게 잘 풀고 1등을 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 어떻게 얘기를 나눴는지도 모르겠고,

선물로 연대기 성경이 집에 도착했다. 그 때 마침 갖고 싶었던 성경이라 도전을 했는데^^

라디오를 통해 받은 신선함과 놀라움, 뭉클함이 생각난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그래서 라디오」 이다.

어느새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해졌고, 귀로 듣는 것에 시간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다.

아무리 날마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세상 속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은 따뜻함으로 품어주었고 힘겨운 날들을 견디게 해줬다는 것을.

시대의 변화에 못견뎌 사라질 줄 알았던 라디오가 여전히 건재함은

그 속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피디, 디제이의 콜라보레이션은 라디오를 풍성하게 만든다.

그러나 제대로 라디오가 구실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청취자'들이다.

아낌없이 호응해주고 박수쳐주고 때론 쓴소리도 보태주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라디오를 만든다.

장수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청취자들과의 소통과 서로에 대한 신뢰 때문일거다.

그 끈끈함은 개편의 칼날도 피해간다.

 

20년차 라디오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 나누고픈 추억과 기억들이 책 한 권에 담겼다.

매일 방송되는 라디오의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지? 쓰이는 글감은 어디에서 구할까?

마감에 쫒기지는 않는지? 등등 궁금했는데 조곤조곤~~~

라디오를 들을 때 궁금했던 것, 라디오 안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오랫동안 라디오 작가로 지내면서 생각한 조각들,

「그래서 라디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담겨있다.

또 하나의 라디오를 듣는 듯 편안하게 다가왔다. 역시, 라디오 작가는 조금 남다르구나!

 

'라디오'는 햇살, 바큇살, 부챗살처럼 중심에서 어딘가로 뻗어 나가는 '살'이란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라디오에는 소리를 내보내는 기계라는 뜻 이전에

빛이나 열을 널리 퍼뜨린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빛과 열의 따뜻함. 그 따뜻함이 멀리 뻗어 나간다는 뜻.

 

음악만 나오는 라디오는 라디오라 할 수 있을까?

사람의 목소리와 그 속에 담긴 온기가 없으니 라디오 구실을 못하는거다.

라디오의 의미를 안다면 더 잘 와닿을 듯.

라디오는 사람의 온기가 더해져야 생명력을 획득한다.

누군가를 살리는 라디오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라디오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 같은데.

 

 

 

누군가의 사연은 내가 되기도 한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감정이입이 퍽 자연스럽다.

나와 너, 우리는 같은 마음이 된다.

서로를 보고 있지 않지만, 지금 있는 그 삶의 테두리 속에서 안부를 묻는다.

괜찮아요. 우리 다 괜찮아요. 힘 내어 보아요^^

 

사람들이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하는 얘기는 그냥 이렇게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대한 담론이 아닌, 사소하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들.

누군가에겐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가장 소중했던 오늘의 일상.

그 사소한 일상에 담긴 건 그래서 기뻤다는 얘기, 그래서 속상했다는 얘기,

그래서 위로가 필요하다는 얘기.

 

라디오에게 물음표를 건넨다.

그 물음표를 받는 사람은 각자의 '라디오'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한 공간에서 연대한다.

라디오가 사물이 아닌 사람인 이유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심스러운 위로로, 든든한 위로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동질감으로 다시 메아리되어 스며들어간다.

익숙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것, 그대로 머물러주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라디오를 통해

세상과 마주하며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손에 잡히지 않아서, 이해할 수 없어서, 다 이해되지 않아서

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엔 있다.

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서 고마운 것들.

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

 

일을 하면서 효율은 떨어지더라도 내가 수기로 직접 작성해야 되는 것들이 있다.

나만의 마법 노트였는데, 자꾸 그것을 버리라고 한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확하지도 않은데 왜 자꾸 그것을 움켜쥐냐고.....

새로운 것으로 익히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것도 하고, 예전의 익숙했던 것도 같이 한다.

 

「그래서 라디오」 읽다보니 겨울의 스산함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마음이 그렇다는 얘기^^

밤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도 좋고, 디제이의 목소리도 좋고

들려주는 얘기도 좋다. 하루를 시작하고 여닫는 라디오는 조근조근 잘 들어주는 말벗이다.

모두가 의지하는 이유가 있는「그래서 라디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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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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