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갔거나 익숙한 곳을 산책했다.
집 옆에도 1시간 남짓 걸리는 구봉산이 있다.
집 옆에 산책할 수 있는 좋은 산이 있어도 마음 먹어야만 오르게 된다.
아비토끼와도 늘 말로만 설악산을 3박 4일 일정으로 한번 가야하는데...
비교적 사는 곳에서 가까운 지리산도 올라봐야 하는데...
가을에는 내장산에 가서 산채비빔밥 먹고 오면 딱인데...
우습지만 말로만 하는 계획 짜기는 누구보다 많이 한다.
언제쯤 가보려나?
1년 전의 약속을 지키다
학교 영양사샘이랑 미루고 미뤘던 창원 천주산 진달래 보러 주말에 가게 되었다.
약속하고 꼭 1년 만이다. 나는 약속을 지켰다^^
오며가며 거의 한나절 걸리는 등산을 해본 적 없다.
오르는데 2시간 반 정도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처음 오른 등산 치고는 꽤 힘들었는데 샘은 나보고 처음 산을 오르는데 잘한다고 칭찬해줬다.
약속을 했는데 힘들다고 하면 함께 오르는 사람에게 미안한 일이니깐^^;;;
씩씩하게 나름 잘 올라갔다.
샘이랑 am8:30 석전동 경남은행 본점에서 만나, 천주산 등산을 하기 전
경남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마산 지혜의 바다 도서관에 잠깐 들렀다.
예전에 내가 한번도 안 가봐서 가봐야겠다고 했는데.... 샘이 그 말을 기억했나보다.
가는 길에 들르서 잠깐 건물 안을 봤다. 시간은 am8:40. 문 열기 전이다.
기억해주고 배려해주는 그 마음이 고맙다.
천주산 오르기 전부터 사람들이 많았다.
다행스레 오전 9시 이전에 도착해 산 아랫부분 도로에 주차할 곳이 있었다.
이미 새벽에 온 사람들은 천주산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차를 주차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평지와 오르막 내리막이 적절해서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흐르고 있다.
다리에 힘도 없어지고.
산 입구부터 아래에는 진달래의 '진'자도 보이지 않았다.
날은 산행하기에 완전 좋은 날이었다. 미세먼지 좋음, 초미세먼지 보통.
볕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하늘 위로 쭉쭉 뻗은 소나무가 완전 멋있다.
소나무 사이 사이로 볕이 들어오는데 특유의 숲향이 짙어졌다.
그래 산은 이런 향에 이런 맛이지!
이 날 나는 진달래도 좋았지만, 소나무가 잊혀지지 않는다.
힘들었는데 소나무 그늘과 솔솔 바람에 땀이 나도 기분좋은...^^
나는 김밥 2줄과 물을 준비해갔고, 샘은 컵라면이랑 이런저런 간식을 싸왔다.
산 정상에 올라가서 밥을 먹는게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완전 좋았다!
오를 때 4번을 쉬었다 간 것 같다.
평소에 먹는 물이 500ml였다면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먹었던 물이 2l는 더 된 것 같다.
그만큼 내게 등산이 만만치 않았던 것!
그래도 1년 이맘때 봄에만 볼 수 있는 진달래를 보겠다는 마음을 품고 왔으니 정상까지 가야지.
만남의 광장을 지나고 1차 전망대를 지나고 산봉오리와 능선 사이로 붉음이 도드라져 있다.
진달래 핀 산의 군락들이 보였다. 등산의 끝이 보이구나!
가까울수록 가뿐해지는 마음과 가벼워지는 발걸음,....
소나무 사이로 진달래가 피었는데 너무 예뻤다.
작년에 아들이랑 오른 샘은 올해 진달래 색깔이 덜 예쁘다고 하는데....
작년에 보지 않았고, 누가 찍은 사진으로만 봤던 나로서는
직접 오르면서 본 진달래 핀 풍경이 너무 황홀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직접 내 발로 오르면서 보게 되다니....
산에 오르는 그 마음들이 이해된다.
오르는 그 과정은 힘들지만 진달래가 정상에 있기에 오른다는 것은 완전 공감!
저 아래 창원시가 한 눈에 보이는건가?
내년에도 꼭 같이 오기로 했다.
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올랐더니 배가 고픈 것 당연,... 산에서 먹는 점심은 어떤 맛?
말해 뭐해 꿀맛이지^^
김밥과 컵라면의 조합은 말로 설명이 안 된다.
후식으로 그냥 쓱쓱 까서 베어먹는 오렌지의 달달함과 시원함은 엄지 척이다.
잊을 수 없는 달콤함이라자주 먹는 오렌지가 새롭게 보이더라.
올라온 길은 많이 힘들었는데, 산 정상에서 점심 먹고 내려가는 길은 홀가분했다.
다리가 풀리고 후들후들거렸지만,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거의 빛의 속도로?!
내려가는 길의 여유가 있어서인지 물소리도 잘 들리고 새소리도 선명했다.
땀 조금 식히려고 계곡에서 흐르는 물에 내려가 양말을 벗고 발을 담궜다.
헉..... 이런 시원함이 너무 좋았다. 아픈 곳이 낫을 것 같은?!
자연을 즐긴다는 것이 이런 것이지.
물을 마셔도 계속 목 말랐다.
커피까지 샘이 챙겨왔는데... 보온병에 챙겨온 물이 모자라 아쉽지만 패스~
대신에 천주산을 내려와 작은 카페에서 샘이 시원한 레몬에이드를 사줬다.
커피가 고팠는데, 커피보다 시원함의 갈증이 우리에게 더 필요했나보다.
등산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학교에서도 친하지만 더 친밀해진 것 같다.
기억할 이야기를 함께 나눴음에 어쩌면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을 함께 오른다는 것은 퍽 유쾌한 일이다.
천주산 진달래꽃 mission C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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