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읽고 난 후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한 권의 책이 내 것이 된다.
10년 이상 읽고 쓰기의 습관이 들어서인지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다음 책을 읽는다는게 나는 불편하다.
책상 위에는 깨끗해야하고, 어지럽게 쌓여있음을 못 견뎌한다.
꼭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기분처럼.
글로 정리할 때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집중하지 못하면 적는 것을 잠깐 쉰다.
왜 이렇게 나는 긁적임에 대해 집착 아닌 집착을 하게 될까?
20여 년 전에 어떤 회사를 다닐 때 누군가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그런가보다.
처음 일을 하면 익숙하지 않고 정말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시간이 점점 쌓이면서 일을 배우면서 알게 되고 내 옷에 딱 맞는 것처럼 잘 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자기가 처음 일을 배울 때 생각은 못하고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 판단한다.
느릿느릿하고 일 센스가 없다고 일을 흘린다는 소리를 들은 이후로
나는 '메모'란 방법을 통해 나름대로 노력을 했다.
그리고, 일을 열심히 수월하게 했다.
일을 미루지 않았고 일에 대한 시간을 지켰다.
글로 적는 메모는 내 삶에 빠지면 안 되는 부분이 되었다.
포스트잇을 애지중지 모으는 이유가 있다.
누구에게 일로 말 듣기 싫어서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이 있다.
지랄맞도록 책임감이 강하다.
이런 쓸데없는? 책임감이 책을 읽고 정리하는데까지 영향을 주는 듯.....
책 읽고 정리하는 것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할 말이 많았나보다.
오늘 읽은 책「나의 다정하고 씩씩한 책장」에 대해서 적어야 하는데, 괜히 생뚱맞게 서두가 길었다.
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책을 통해 은연중에 위로를 받았고
그 긴 시간 동안의 사귐이 참 행복했음을 고백한다. 지금도 여전히 책 읽기와 쓰는 즐거움이 좋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많은 시간 책과 함께 했다.
책이 쌓인 책장을 보면 밥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것 처럼.
늘 어디를 오며가며 하더라도 가방 안에, 손에 늘 책을 가지고 다닌다.
책 읽기는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또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이 된다.
그 경험이 낯설기도 즐겁기도 하면서 괴이하고, 무척 이상하기도 하다.
현실과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있는 듯 허탈함과 씁쓸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너무나도 닮은 현실적인 세상과 마주하면서 두렵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다.
아파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일반인이 아닌 작가들의 책장이 늘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지.
우리와는 조금 다르겠구나. 그들의 책장과 읽는 책들은 특별할 것 같은데.... 그러나,
작가들도 우리네 삶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비슷한 생각을 하되 조금 다른 느낌으로 책을 대하는 듯 했다.
그들의 생각의 틈이 칼럼으로 책으로 문학작품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책을 읽고서 삶과 유리되지 않은 한참동안 그 생각들을 품어서 글로 풀어낸다는 것이 부럽다.
생각의 끈이 짧고 어떤 때는 항상 막히곤 하는데.......
빵빵한 풍선이 바람 빠지듯 생각이 허무하게 빠져나가서 머릿속이 하얗게 될 것 같은데.
그럴 때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을 바라보면 아주 잠깐 후회한다.
책 모으는데만 좋았지, 읽는 것에 참 허술했구나! 탓한다.
어떻게 하면 작가처럼 '다정하고 씩씩한 책장'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아니 책이 나에게 때론 다정하게 때론 싹싹하게 말 걸어올 수 있을까?
씩씩함이 아닌 싹싹함으로 고쳐본다.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완벽함과 책임감이 아닌 조금은 유연하고 싹싹함으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읽은 책들이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고 고백하는 작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작가의 책장이나 나의 책장, 다른 느낌과 생각의 책들이 꽂혀있지만 그 책들을 통해서 나란 사람도 많이 변했다.
책은 한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성장시킨다. 그 성장은 자존감을 높여주고, 자신감을 부여한다.
책의 마법이다. 그 마법의 혜택을 나는 받아왔다. 아주 잘~~~
책을 통해 사람을 깊숙이 알아간다.
"타자를 알기 위한 여행에서 역설적으로 나를 알아가는 것, 비록 타인은 영원히 타자로 남겠지만,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한 발짝 다가가는 것.
모든 관계의 시작은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소설은 넌지시 알려주고 있었다."
결국은 책(이야기) 속 인물을 통해 내 본연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읽기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아닐까!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에 집중하면서 읽어야될지 참 감이 안 왔는데.....
「나의 다정하고 씩씩한 책장」작가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감정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그 감정들을 파고드는 글들이 읽기에 너무 좋았다.
읽은 책들과 자신의 삶을 잘 버무려 놓은 글이 와닿고 위로가 된다.
다시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한다. 작가가 읽은 책 중 읽고 싶은 책 제목을 적고 pick~~~
얼핏 나도 소박하지만 담백하게 진솔하게 글을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면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은 작가만의 것은 아닐것이다.
책 읽기와 글 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겠지.
오늘, 다정하고 씩씩한 사람이 되자^^
참 사랑스러운 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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