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꽃잎 흩날리는 봄이 곁에 있다. 고개를 돌려봐도 온통 봄날이다. 이 좋은 날 오랫만에 봄편지를 받았다.
어느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봄날의 편지는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기억 속에 오래 머문다. 잊지말라고.
츠바키 문구점의 3번째 이야기가 쓱 들어왔다. 나는 아직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옮긴 학교에서 얼떨결에 낀 독서 동아리 마음 돌봄의 운영비로 개인별 한 해 5만원 지원금을 준다.
독서 동아리니깐 책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것조차 어색하다. 내가 언제 책을 샀나? 아이 수험서와 자습서는 수시로 구매했는데...
띄엄띄엄 시간으로 인해 책을 사고, 읽고, 정리해나가는 과정을 다시 시작하려니 모든게 아득하다. 습관의 물들임이 중요했다.
맞지 않은 옷을 다시 껴입어야 하듯 차암 낯설다. 그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읽기와 쓰기를 시작하려고한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어둑해질 때까지 홀로 있는 시간이 많으니 무엇을 하든 시간의 물들임은 필요한 부분이니깐.
한참을 쉬었는데도 오히려 읽기는 순적해졌다. 읽기 그 자체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래저래 생각 많았던 어려운 읽기였는데.
차츰 나를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다행이다. 츠바키 문구점의 3번째 이야기 <츠바키 연애편지>로 인해 행복한 봄날이다.
살다보면 내 감정대로 말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담스럽거나 불편할까봐 항상 마음은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기분)을 상처주지도 않으면서 깔끔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할 겨를 없이 거침없이 나오는 말보다 때론 생각의 틈을 줄 수 있는 글이 효과적일 때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말로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 뿐 아니라 쓰는 것도 배워보지 않았으니깐 쉽지 않다.
이럴 때 대필가는 어떤 사람의 삶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된다.
츠바키 문구점의 주인장 선대에 이어 대필업을 이어가는 손녀 포포는 대필가다. 말로 전하지 못하는 사연들을 편지를 써서 대신 마음을 전한다. 삶의 모양이 다 각각이라 포포가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다양하다. 사람을 만나 듣는다. 그 사람이 된다.
차마 전하지 못하는 진심을 담아 봄날과 함께 부쳐진다. 시간이 흘러 꼬였던 실타래가 풀어지듯 관계가 회복된다.
그 회복되는 과정이 대필가로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지점이다.
대필가 포포가 가정을 꾸미고, 아이들을 낳은 후 시간이 흘러 다시 츠바키 문구점을 열었다.
할머니가 대필업을 하면서 손녀 포포를 키워냈다. 다정하고 살가웠던 할머니는 아니었지만 할머니의 뒤를 이어 대필가로서 삶을 살아왔다. 할머니의 흔적은 곳곳에 있고 친밀하지 않았던 관계였지만 할머니의 빈 자리와 그리움은 커질 찰나에 다시 대필을 시작하면서 할머니의 봄날처럼 풋풋하고 순수했던 20대 사랑의 흔적을 발견한다. <츠바키 연애편지>의 새로운 이야기다.
그 젊은 날에 할머니도 쉬이 사라질 말보다 긴 여운을 남기는 편지로 사랑을 했구나. 보이지않지만 더 애틋하고 보고싶은...
할머니가 사랑했던 사람도 부쳐지지 않았던 편지도 따스한 봄날의 시간 속에 머물러있다. 계신 곳으로 보내드리는 숙제를 마친다.
벚꽃이 피는 4월의 봄날은 츠바키 문구점의 포포가 생각난다. 그 이유를 나도 모르겠다. 흐드러지게 핀 봄 때문에 마음이 동해서일까? 젊은 날에 쓰고 받은 편지를 꺼내보았다. 30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 사랑스러웠던 그 날들의 흔적에 마음이 벅차오른다.
때론 힘들었고 좋았고 감사했고 보고싶고 마음 설레게했던 나날들이 삶의 무늬로 새겨져있네. 그 무늬가 지금까지 없어지지않고 내 마음을 지지하고 있네. 봄꽃처럼 피우고 여름처럼 무성한 가지를 뻗어내고 있다.
봄꽃 봄빛처럼 환하게 왔던 아이의 빈 자리가 생겼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하면서 똑같은 일상을 견뎌내는 아비토끼의 빈 자리를 홀로 메워야하는 내 삶의 시간표가 시작된다. 츠바키 문구점 포포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보면서 무엇을 해서 시간을 채워넣는 것보다 좋아하는 읽기와 쓰기로 시간의 물들임을 해야겠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홀로 있을 때 대충 한 끼 때우는 것이 아니라 잘 챙겨먹는 것도 잊지말고(중요!). 밖으로 나가는 것에 귀찮아했는데 짧은 산책으로 동네 한 바퀴 도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볕과 바람, 꽃들을 좋아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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