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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관계와 타인에게로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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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4.20 추운 봄; Un Printemps Froid
2023. 4. 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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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한 편 읽었는데도 강렬하게 머릿 속에 남을 때 있다. 

마음이 아리고 바람이 들어오는 순간이다.

단편소설이 주는 묘미다.

그 짧은 이야기 속에 든 삶은 여러가지 의미를 포함한다.

의미를 알게 되면 내 삶과 주변을 돌아보고 챙기게 된다.

겨울과 봄 사이 꽃샘추위 하나 얹어 널뛰기하는 날씨에도 봄은 먼저 와 있다.

시간 순서대로 꽃이 피고 지며, 초록은 더 짙어지고 무성해진다. 

삶도 그렇게 봄여름가을겨울처럼 나아간다.

책 [추운 봄; Un Printemps Froid] 이다. 

 

여든 넷의 작가로부터 나오는 글들은 그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깊이가 있다. 

그 깊이까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찬찬히 읽어보려고 한다. 

녹록치않은 시간과 삶을 보낸 작가의 시선은 따뜻함과 함께 쓸쓸함,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늙어감과 죽음, 고독과 외로움, 부재와 상실은 꿰를 같이 한다.

작가가 살아온 1940년대 이후의 삶과 지금 2023년 삶의 시간에 간격은 있지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하나로 모아진다. 연민이 아닐까!

 

책 [추운 봄; Un Printemps Froid]은 역설적이다. 

사람마다 삶에서 꼭꼭 숨겨온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난다.

봄이지만, 봄인지도 모르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사실적 묘사가 우울함으로 스며든다.

마음 속 잘 드러나지 않는 감정들을 아주 섬세하게 잘 표현했음에 애틋하기도 하고.

 

그들 발치의 조그만 헝겊 뭉치 속에서 죽음이 마치 마지못해 다가오는 저승사자처럼 천천히,

통스럽게 다가와 자리 잡았다. 이 출구 없는 행로에서 악착같이 매달리고 있는 작은 짐승을 보다가

그들은 역한 냄새와 움푹 파인 가슴팍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피하려고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264쪽/ '영원히 명랑한' 중에서)

 

노모와 딸과 14년간 함께 했던 반려견의 죽음 직전의 모습은 허망하다. 

같이 나이듦에 대한 시간의 허무함과 그 빈 자리는 아무래도 쓸쓸하다. 

그 기분에 오래 머물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하고, 다른 말들로 채워도 감당하기 힘든 감정이 있기 마련이다. 

함께 있어도 홀로이고, 혼자가 익숙한 시대와 사회는 서로를 들여다 볼 다정함도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냉정한 봄, 추운 봄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욱 그렇지 않을까?

서로에게 다가가는게 쉽지 않지만 관심이 사람을 살린다는 말이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아울러 인간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는 것 같기도 하다. 

담긴 단편들이 범상치않고 아주 보통의 우리네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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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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