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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0. 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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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시월의 추위는 낯설다.

완연한 가을을 즐길 어쩌면 1년 중 가장 좋은 나날들이 시월인데,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의 먹구름이 걷혀지지도 않았는데,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들고 삶은 녹록치않다.

무엇을 시작해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은 점점 희박해져간다.

마음을 나눌 온기가 있는 곳(사람, 사물, 자연...)이 있다면 좋을텐데.....

그러면 지친 마음 조금 쉬어갈 수 있을텐데......

사람들 마음의 문은 지금 꼭꼭! 닫혔다.

자꾸 가까운 사람들을 향해 뾰족가시를 세운다.

그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데....

 

요즘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

없는 것 빼곤 다 갖춘 편리함의 상징이자 1인 가구의 취향이 집약된 곳이다.

가장 문턱이 낮은 곳이다. 

어떤 친밀함도 없이 사고 파는 단순함만 있을 뿐이다.

가장 무심한 곳이어서 편한 곳이 된다.

이런 편의점이 진열한 물건 종류도 적고, 이벤트도 없는 편이고,

동네 구멍가게처럼 흥정이 되는 것도 아닌 아주 불편한 편의점이라면 어떨까?

그「불편한 편의점」이라도 어쩔 수 없으니까 갈 수 밖에......

'어쩔 수 없음'에 가게 된「불편한 편의점」은 그러나, 특별함이 있었다.

 

 

보통의 평범한 우리네 삶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다.

서울역 노숙자 독고, 잃어버린 파우치, 편의점 주인 염여사, 편의점 알바 직원 시현과 오선숙...

그리고 편의점에 오며가며 하는 우리네 이웃들, 그들의 다양한 삶과 아프면서 안타까운 사연들.

always 편의점에 가면 서울역 노숙자에서 편의점 알바생이 된 독고가 있다. 

자기가 누군지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 독고는 이상하지만 묘하게 끌림이 있다. 

마법과 같은 옥수수수염차, 산해진미 도시락, 삼각김밥, 참참참(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

원플러스원, 진상, 네 캔에 만원, 폐기상품....

많은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밤 10시~다음날 오전 8시 근무하는 독고와 만난다.

생각해보면 독고만큼 기막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데.....

오히려 사람들은 독고에게 점점 마음의 문을 연다.

참 이상하고 「불편한 편의점」이 독고가 있음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 바람은 가슴 따뜻한 훈풍이다.

 

무엇보다 이 곳의 따뜻한 온기가 좋았다.

옆구리를 간질이는 온풍기의 열기도,

앞에 마주 앉아 바람을 막아주는 큰 덩치의 사내도,

직원들 생계를 위해 돈 안 되는 가게를 접지 않는다는 사장이 있는 편의점도. (222쪽)

 

독고와 이웃을 이어주는 온풍기와 옥수수수염차....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주 특별한 물건이거나 음식일 줄 알았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마시는 사소한 거였다. 

누구에게는 흔한 그냥 물건이 어느 누구에게는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 된다. 

어느 사람에겐 「불편한 편의점」이겠지만, 

이런 불편한 편의점인 것 알고도 자꾸 자석처럼 끌림이 있다면,

그 곳에 독고가 있을 것이다. 

「불편한 편의점」 always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항상 그 곳에 없을 것 같지만 있는 편의점,

유/무형의 실타래처럼 얽힌 감정들이 풀어진다.

 

우리는 어쩌면 감정에 서툴고 어설퍼서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모를 수 있다. 

소통하는 것에 익숙치않아 상황 그 자체만으로 판단하고 화를 낸다. 

조금만 시간을 들여 서로 이해하고 다가가는 법을 알았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며 기다려줄텐데.......

어쩌면 「불편한 편의점」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처와 편견,

말 못할 사정으로 인해 자기의 속내를 꽁꽁 싸서 숨겼을거라 생각하니 아려온다. 

특별하지도 다르지도 않은 삶이라 더 와닿은 책 「불편한 편의점」이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내고 계속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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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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