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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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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조금 힘들 때, 밝음이 묻어나는 단편소설을 읽는 시간이다.

제목과 함께 표지가 내 마음에 닿을 때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위로를 받는다.

봄날에 의기소침한 내 기분을 낫게 만든 책, 「아스파라거스 꽃다발」이다.

표지가 '빨강머리 앤'의 앤 셜리 꽃모자가 생각난다. 

처음으로 학교 간 날 꽃으로 모자를 만들고 종 치자 후다닥~ 교실로.

다른 아이들과 다른 모습에 뾰족 까탈스렇게 생긴 선생님의 화를 돋우고.

썩 유쾌하지 않았던 앤의 처음 학교 간 날이 기억난다.

꽃모자 대신 대신 채소(토마토,가지,감자,양상추,레몬,올리브,치즈,아스파라거스)로 엮은

모자를 쓰고 있는 소녀에게서 건강함이 느껴진다. 몸과 마음에서 평안과 행복이 느껴지는...

 

아이가 태어나고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처럼,

식물과 화초, 과채를 키우는데도 많은 보살핌과 정성이 들어간다.

사람의 손길만 아니라 하늘과 자연의 도움도 필요하다. 

키우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손수 키운 식재료로 먹는 것은 많은 양념이 필요치않다.

본연의 맛을 먹고 즐기는 그 자체로 소박함과 담백함의 상징이다. 

사람에게서만 아니라 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에서 선량함을 발견한다. 

책「아스파라거스 꽃다발」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다. 

 

 

일본 각지의 채소 산지를 무대로 '어쩌다 농사'일을 하게 된 여자들의 이야기 8편.

팍팍한 도심의 삶과 한발짝 물러선 듯 느릿느릿 느껴지는 도심 외곽 농촌의 삶.

모두 치열한 삶의 현장인데 느낌이 다른 이유는 경쟁하지않고 키워내고 북돋아주는데 있다. 

삶의 보람과 고마움을 발견하는데서 오는 삶의 만족감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함으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은 바쁨과 틀에 박힌 시간 속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라도 내 몸과 마음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다. 

'어쩌다 농사' 일은 결국 나를 찾는 아주 작고 사소한 일 중의 하나이지만, 귀한거다. 

 

단편 중 책 제목이자 4번째 이야기 '아스파라거스 꽃다발'을 읽으니 그냥 눈시울이 붉어진다.

농업대학교에서 만난 야채학과, 과수학과, 화훼학과, 축산학과의 4명의 친구들은 성향이 모두 다르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 서로에 대해 이야기도 깊이 나눠보지 못했으니 일부만 알 뿐.

그 다름과 얕은 앎만큼이나 그냥 웃는 미소 뒤에 숨겨진 고뇌와 각오를 알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다가가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이 참 예뻤다.

「아스파라거스 꽃다발」은 사람을 향한다. 

상대의 의도하지않은 불편함 이면에 마음 한 켠 아려오는 그 기분이 뭉클함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으면서 행복해지는 기쁨을 뭐라하지? 어디에 비유할 수 있을까?

서랍 속에 내가 좋아하는 사탕을 넣어두고 하나씩 까먹는 평범한 듯 소소한 기쁨?!

아낀다는 것의 의미가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마주하는 감정이라니....

스며듦이 차암 행복하다....... 자극적이지 않은 순수한 동화책처럼.

단편이 주는 따뜻함이다. 뭉클해져서 천천히 읽어야 될 것 같은. 

 

이야기 속 채소(토마토,가지,감자,양상추,레몬,올리브,치즈,아스파라거스)들은 주되거나, 부재료로 쓰이는 식재료다.

고유의 맛을 낼 수 있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그냥 곁가지인 듯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아삭아삭한 싱싱한 양상추를 씹었다. 갓 쪄낸 감자도, 탱탱하고 굵은 아스파라거스도, 깜짝 놀랄 정도로 맛이 깊었다.

듬뿍 뿌려진 농후한 올리브 오일의 풍미에 상큼한 레몬 산미가 어우러졌고,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그래도 튀긴 가지와 

부드러운 치즈가 절묘한 향을 더했다.' (339쪽)

각각의 식재료가 놀라운 것은 단독으로 있을 때보다 하나의 요리로 만들어졌을 때의 조화로움이다. 

사회 속에서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혼자 보다 함께~~~ 행복하자!

「아스파라거스 꽃다발」을 읽은 5월 어느 날의 늦은 밤, 행복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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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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