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안 여러 세대가 모여 살아간다는 것은 지금 시대에 비춰보면 놀랍다.
너도 나도 서로 돌아볼 겨를 없이 참 바쁜 시대인데...
불과 몇 십 년 전에는 집안이 북적였던 적도 있다.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아 오히려 힘이 되었던 시간들은 이제 기억 한 켠이 되었지만.
단독 세대가 늘었고, 세대 간에 시골과 도시를 경계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 편하고 익숙한 곳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니까.
분명한 것은 사람들 마음 속에는 소망하는 고향을 품고 있다.
언제나 또 언젠가는 돌아가고 싶은...
이런 향수로 인해 책과 음악, 영화 등 보거나 들으면서 마음을 달랜다.
《츠바키 문구점》오가와 이토의 책 「패밀리 트리」를 읽었다.
여름방학만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처럼 풋풋함이 곳곳에 펼쳐진다.
시골 할머니 집에 가면 산과 들 동네마다 사방천지 놀이터다.
도시에서는 잘 먹지 않던 자연먹거리들도 많다.
엄마 아빠는 매일 집에서 이것 해라 저것 해라 하면서 잔소리를 늘어놓는데,
시골로 할머니집에 가면 엄마 아빠의 잔소리로부터 해방이 된 것 만으로도 자유다.
밤에 귀뚜라미 소리와 큰 별★들이 검은 하늘을 수놓으며 반짝이는데 아름답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마음에 아름다움이 뭔지 모르고 그냥 다음 날 해 떠서 놀 생각에 들떴다.
책「패밀리 트리」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호타카는 산으로 둘러쌓인 작은 농촌이다.
호타카에서 오랫동안 여관을 운영하며 삶을 꾸려나가는 주인공 류의 증조 할머니 기쿠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여름이 설레고 기다려지는 것은 그녀 릴리가 오기 때문이다.
류와 릴리의 여름과 성장 이야기를 다뤘다.
황순원의 '소나기'? 풋풋한 사춘기 시절 소년과 소녀의 로맨스와 비슷해서.
대자연 속에서 기쿠 할머니의 보호를 받아 자라는 아이들... 알프스 소녀 하이디 이야기와도 닮은 듯.
소녀와 소년의 이야기 외에도 제목처럼「패밀리 트리」 가족나무(가계도)는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여름 볕, 가쿠 할머니와 스바루 아저씨의 보살핌 속에서 소녀와 소년은 자란다.
화재로 인해 가족과 같은 반려견 '바다'는 그들의 따뜻했던 추억과 아프고 슬픈 기억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흘러 살아내고 또 살아간다.
자라고 익숙했던 곳을 떠나 각자 바쁜 삶을 살아가면서 풋풋했던 첫사랑의 설렘은 퇴색되어져간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서로에 대한 희망과 약속은 어느새 희석되어 소홀하게 된다.
익숙함과 소홀함은 무미건조한 무기력함을 가져온다. 삶 뿐 아니라 관계에서도.
가쿠 할머니, 반려견 바다 등 서로 함께 공유했던 연결고리가 사라지게 되면 자연스레 멀어진다.
그럼에도 다시 함께 할 수 있음은 여전히 고향이란 장소가 주는 어릴 적 추억 때문이다.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들은 추억을 소환한다.
오가와 이토 작가의 스토리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사람과의 연결고리가 이어진다.
홀로가 아닌 서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살아가기에 위로가 된다.
「패밀리 트리」 가족나무(가계도)는 서로를 향해 돌아보라고 촘촘히 연결되어있다.
누구네 집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인데 그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본다.
느슨해진 관계는 이별과 절망, 부재와 슬픔을 마주하며 기억과 추억을 자양분 삼아 회복된다.
부침을 거듭하지만...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글감 삼아 쓸 수 있음에 작가의 내공이 역시나!
특별함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탁월해질 수 있구나....
그런 글을 쓰고 싶은데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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