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말 걸어올 때, 이제 말동무가 된다.
봄여름가을겨울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을 마음에 담는 순간,
아주 자연스레 말을 건넨다.
괜찮아요? 평안한가요?
그리고 오늘처럼 몸이 고단하고 머릿 속 생각이 많을 때
詩 한 잔으로 마음이 쉬어간다.
달라진 내 삶 속 한 장면이다.
도서관 오며가며 詩集을 빼먹지 않고 빌려오는 이유다.
자, 조금 쉬어갈게요.
사람인지라 마음이 충만함으로 채워질 때 있고, 가끔 기분이 가라앉을 때 있다.
다양한 마음의 모양대로 마음이 풀리게끔 물들임하는 것도 방법이다.
좋을 때는 오히려 잠잠히 마음의 소원을 풀어놓는 말씀 묵상을 하고,
가라앉을 때는 오늘처럼 詩集을 읽고.
언제든 읽어도 좋지만, 특히 봄과 가을에 느낌 있는 나태주 시인의 시집은 언제나 옳다.
「당신 생각하느라 꽃을 피웠을 뿐이에요」속 詩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
밝고 맑고 곱고 순수하고 아름답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많은 감정들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언어의 꽃밭에 초대된 것 같다.
詩라서 가능하다. 자연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넬 수 있음은^^
그리고, 여전히 세월이 흘러도 저런 감성이 나올 수 있음은 시인이라서 가능하지 않을까!!!
'수필보다 시에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10년 전에 들었던 말이다.
속으로는 부인했다. 아니요, 저는 시인보다 글쟁이가 되고 싶어요.
수필이나 시나 글인데 뭣이 중요할까마는 그 때 나에겐 중요한 문제였나보다.
지금은 시도 글도 내 마음이 가는대로 쓴다. 그야말로 봄날이다^^
삼월의 봄을 많이 기다렸나보다!
시도 좋지만, 담백하게 그려진 그림까지 봄빛이다.
마음은 가을빛을 향해 있지만.
소박한 삶이 시에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움과 보고 싶은 감정, 아쉬움까지 종합셋트처럼.
시인의 꽃밭에서는 삶이 살아있다.
그리고 그 삶을 잘 살아내도록 위로 한다.
어쩌면 그 위로가 듣고 싶어 시인의 언어의 꽃밭에 어슬렁거린다.
♥가을, 마티재♥
산 너머, 산 너머란 말 속에는 그리움이 살고 있다
그 그리움을 따라가다 보면
아리따운 사람, 고운 마을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강 건너, 강 건너란 말 속에는 아름다움이 살고 있다
그 아름다움을 따라나서면
어여쁜 꽃, 유순한 웃음의 사람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살기 힘들어 가슴 답답한 날 다리 팍팍한 날은 부디
산 너머, 산 너머란 말을 외우자
강 건너. 강 건너란 말을 외우자
그리고서도 안 되거든
눈물이 날 때까지 흰 구름을 오래도록 우러러보자.
달과 별을 좋아한다고 그것을 따 올 수 없다.
내가 달과 별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언제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매일 아주 가까이서 볼려고 소유하는 순간,
더이상 달과 별은 아니다.
제 이름을 가지고 자기 자리에서 빛 나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하늘 한 자락, 물고기 몇 마리, 흰 구름 한 송이, 새소리 몇 웅큼은 거기에 있는 이유가 있다.
친구는 소유하기보다 서로를 향해 바라보는 것이다.
담장에 넝쿨 장미가, 지붕을 타고 내려오는 능소화가 내 눈에 예뻐보이는 것은,
오며가며 지나갈 때 보는 즐거움이 크고 그 자리에 늘 피어있어서 좋다.
오늘도 예쁘게 피었구나, 감사하네^^
모든 자연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나태주 시인의 詩에는 스토리(이야기/사연)이 있다.
그래서 나는 좋아한다. 그 사연을 따라가보면
그리움이 되고, 추억이 되고, 현재가 된다. 선물 한 보따리 받은 기분이다.
시인의 詩들을 통해서 수필도 충분히 詩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가 몽글몽글 녹아져 있다.
예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나팔꽃♥
여름날 아침, 눈부신 햇살 속에 피어나는 나팔꽃 속에는 젊으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어 있다.
얘야, 집안이 가난해서 그런 걸 어쩐다냐. 너도 나팔꽃을 좀 생각해보거라.
주둥이가 넓고 시원스런 나팔꽃도 좁고 답답한 꽃 모가지가 그 밑에서 받쳐주고 있지 않더냐?
나는 나팔꽃 모가지밖에 될 수 없으니, 너는 꽃의 몸통쯤 되고 너의 자식들이나 꽃의 주둥이로 키워보려무나.
안돼요, 아버지. 안 된단 말이에요. 왜 내가 나팔꽃 주둥이가 되어야지, 나팔꽃 몸통이 되느냔 말이에요!
여름날 아침, 해맑은 이슬 속에 피어나는 나팔꽃 속에는 아직도 대학에 보내달라 투덜대며 대어드는
어린 아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리는 젊으신 아버지의 애끓는 목소리가 숨어 있다.
♥금세♥
그러자
그렇게 하자
네가 온다니
네가 정말 온다니
지금부터 나는
꽃 피는 나무
겨울이지만
마음이 봄날이다.
평범한 날들 속에서 평안을 만끽하는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이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감사함이다.
겨울은 길지 않아서 금방, 오래지 않아 봄날이 온다.
시간은 생각 외로 빠르다.
날마다 좋은 공기에 감탄하고, 따뜻한 볕을 맞이할 수 있음은
다르지 않은 일상에서 늘 누리는 것인데....
어느새 당연한 듯 감사를 잊어버렸다.
매일 말씀을 읽고 묵상하듯 아침을 활짝 연다.
오늘 하루도 좋은 날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고백하는 詩처럼 잘 살아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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