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3 아이는 작년까지 2년동안 학교에서 방송부 활동을 했다.
무얼 찾아서 하는 아이는 아닌데, 고등학교 올라가자마자
방송부에 지원해 면접 보고 덜컥 부원이 되었다.
살다보면 남 앞에서 말해야되는 일들이 많은텐데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의 생각을 곧잘 말하는 것 같다.
부모도 모르는 아이의 다른 모습이다.
고3이라서 이제 방송부 활동은 하지 않는다.
방송부원으로 활동하면서 학교 자체적으로 만든 문집도 발간하나보다.
보랏빛 얇은 책을 건넨다. 수...줍....게...
자기가 쓴 시詩라면서 한 페이지를 보여주는데 '읽지 마라'면서 읽어주는 건 뭐지?
아... 읽어야 되는갑다. 시집이다!
정말 딸이 쓰고 편집한 시집이다.
뒷면에는 바코드와 가격까지 나와있다.
에고 시쓰기 프로젝트 시인선 414 임효진 시집 삶에 짙은 순간
시詩를 쓰고 느낌을 적으면서 아이는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우정/사랑/그리움/분노/과거/현재/미래/좌절/학교/가정/자연/도시'를 주제로 쓴 시詩들은
아이의 지난 날과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고마워하는구나... 힘들었겠네.... 재밌던 기억들, 설렘과 따뜻함이 잘 드러났다.
무엇보다 엄마 아빠에 대한 감사를 자주 표현했는데 '다 컸네!'
깍두기(詩/임효진)
나는 체육 시간 깍두기
배구, 배드민턴, 킨볼, 티볼....
김치가 되기 위해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몸의 반응이 거부한다.
난 태생부터 깍두기였던 걸까
다른 김치들처럼
덜 맵고 납작해질 수는 없는 걸까
매시간, 매시간
김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깍두기.
나.
국어 선생님이 표현도 좋고 잘 썼다고 한다.
아이가 체육 시간이 재미없다고 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다른 팀과 경기할 때마다 가만히 서 있는 이유가 팀에게 피해갈까봐...
애초에 가만히 서 있는게 돕는거라 생각한다는 것에
체육 시간만 되면 아이가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지난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짠~해 온다.
저주(詩/임효진)
나는 저주를 받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날카롭게 쭉 뻗어있던 나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꼬불 꼬불 꼬불 꼬불 꼬불....
시간이 더 지나서는
겉잡을 수 없는 사자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매년 사자의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엄마의 지갑에서 빠져나갔던 오만원 두 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저주였찌만...
어린 사자의 불행을 행복으로 바꿔주고 싶어했던
엄마의 사랑에서 따스함을 느낀 나는,
이 저주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반곱슬 머리를 닮은 딸아이다.
아이에게는 쭉쭉 뻗은 찰랑찰랑거리는 머리를 물려주고 싶었는데^^;;;
내 탓인 양 일 년에 두 번 의식처럼 미용실로 가서 저주를 풀어주었다. 헷헷~
사자머리... 기억난다. 사랑스러운^^
고3이더라도 마냥 어린 줄만 알았는데, 아이는 나름 마음과 생각이 커갔다.
적당한 때에 볕 보면서 물주기를 잘 한 것 같다.
마음 여린 아이는 따뜻하게 자랐다.
나를 닮은 듯?^^;;;; 글 쓰는 재능이 있다.
맞춤법도 틀리고 글자 오타도 눈에 많이 띄더니 자기 글은 제대로 쓰는 아이였다.
목표가 있으면 그 방향대로 나아가는 아이였다.
아이의 글마다 따뜻함이 담겨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행복해졌다. 아비토끼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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