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로 깔린 세상 속 소음과 분주함에 익숙해져서 쉬어가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쉬어가야지 생각하면서도 다시 일상의 분주함 속으로 들어와있다.
바쁜 현대인들의 '쉼'은 누군가에겐 뒤쳐지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서 잘 쉬어갈까?
아비토끼와 나는 가까운 동네 한 바퀴를 돌더라도 나간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 애써 시간을 꼭 붙잡는 것 같지만, 밖으로 나가면 시간은 자연스레 흐르는 듯.
닷새 동안 일터와 집을 오며가며 크고 작은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얽히고 설킨 짐들을 내려놓으러
잠잠히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산으로 둘러쌓이고 나무가 있다.
봄이니까 꽃도 피어나기 시작한다. 아비토끼는 버들나무를 좋아한다.
아름드리 버들나무 있는 곳에는 물이 있는 경우가 많고, 그늘을 드리운다.
여름의 땡볕을 피하는데는 버들나무 아래가 최고 명당자리다.
시골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쉬는 곳도 버들나무 아래 평상에서다.
대나무로 만든 평상은 시원함이 덤이다.
쉬어가는 곳.... 나무가 먼저 생각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 옆을 거닐어도 그 자체로도 회복이 되곤 한다.
새삼 예술가들 특히 화가들도 삶에서 밀려드는 고단함이 만만치않을텐데 어떻게 풀었을까?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쉬어갈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을 주로 그렸을까?
사람의 마음은 거기서 거기 비슷해서 그들도 자연에 살포시 마음을 얹을 것 같다.
하늘, 호수, 꽃, 나무, 별, 바람, 햇빛, 숲, 노을, 열매 등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이름의 모든 것....
특별히 나무를 사랑한 화가들이 많음을 알았다. 책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을 보면서.
나무는 화폭의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일 수 있는데, 그 나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화가들.
꿋꿋하게 때로는 세월을 못이겨 스러져가는 나무들을 보면서 계절감과 함께 아름다움, 시간의 유한함을
동시에 느끼며 그 속에서 위로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나무 그림 하나를 보더라도 화가마다 개성이 드러난다.
어떤 화풍의 영향을 받았고,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책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은 1920년대 이후 그려진 그림들이 많다.
현대 화가의 그림들은 정형적이지않고, 어디에도 구속되지않는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
선명한 사진을 찍은 것처럼 아주 사실적이거나, 초(비)현실적이거나 등 명확한 경계가 구분되는 것 같은데
숨겨진 의미는 현대인의 초상을 형상화해놓은 듯 판박이처럼 비슷해보인다.
본질적인 피곤함과 외로움, 단절 등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배경에까지 닿는다.
나무는 화가들에게도 작품에 영감을 주는 매개체이자, 숨 쉴 틈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작년 10월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이다.
마지막 날 제주도 마방목지(제주의 제주마 방목지)에 들렀다. 아쉽게도 말은 보지 못했다.
볕 좋은 가을이었지만, 날이 추워서 말이 초원으로 나오지 않는 시간이었나보다.
말 대신 드넓은 초원과 높고 파아란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나무는 아주 좋은 배경이었다. 나무가 없다면...... 몽골의 모습일까?
저렇게 선명한 사진 속 나무처럼 화가의 그림 속에서 나무는 살아 움직이고 있는 듯 했다.
진심 화가들의 그림 속에 나무는 어쩌면 화가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3월 찬란한 봄을 맞이하는 지금, 힘든 시간이지만 그래도 흘러간다.
어느 때보다 쉼표와 마침표를 적절하게 잘 섞어야하는 시간표에 서 있다.
나무 그림만으로도 지친 마음 쉬어가는 것 같다.
주말에는 밖으러 나가자! 쌓인 것 잘 털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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