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첫 날,
가을 장마로 문을 열었다.
계속 습함이 올라왔다.
하늘 위 구름이 느리게 흘러가거나 머물러있다.
습함으로 무거운 날이니 더 덥다.
끈적끈적한 날들이다.
때 이른 선선함과 때 늦은 무더위가 바뀐 듯 하다.
학교에 온지 딱 6개월 지났다.
1학기 때 아무것도 모르고 묻고, 찾고, 헤매는 과정을 겪은터라
지금 2학기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윤곽이 잡히고 느낌이 온다.
처음부터 훨씬 빠르게 수월하게 업무를 하고 있다.
기분이 참 좋다.
책임감 있게 성실하게 무언가를 해낸다는 자체의 성취감이 이런거구나!
교무실 교무행정 샘과 동갑이라 말이 잘 통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여행과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내 평생의 소원이 아이슬란드에 가서 오로라 보는 거라 했더니,
샘, 가슴이 뛸 때 가야된다.
맨날 생각만 하고 시간이 흘렀을 때 그 가슴은 더이상 뛰지 않을 수 있다고......
그 때는 몸도 따라주지 않을거라고....
한 번 갔다 온 여행, 시간이 흐르면 잊은 듯 했지만 또 생각이 나는거라고.
그게 여행이라고......
이런저런 것 다 따지면 절대 여행 못 간다고.
그래서 여행에 관한 생각만 하면, 매일 도돌이표였다.
생각만으로는 여행 수 천번 갔을 듯 싶다.
샘과의 대화는 유쾌하다.
나를 웃게 한다.
6학년 여자 아이들이 도서관에 자주 온다.
책을 빌리러 오는게 아니라 도서관에 있는 나를 보기 위해서^^
오고 나갈 때, 한 목소리로 아이들은
선생님, 사랑합니다^^
뭉클했다.
선생님도 너희들 많이 사랑해♥
4학년 여자 아이들은 점심 시간에 도서관으로 온다.
같이 놀자고^^
오늘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아얀 쪽배에~~~'
손 유희로 같이 놀았다.ㅋㅋㅋ
늘 친구들과 하는 게임을 나에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잘 못 따라 하는 선생님을 위해 시범도 보여주고.
도서관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기분좋은 놀이터이고.
아이들이 교실보다 도서관을 편하게 생각해서 행복했다.
감사하게도 그 행복한 공간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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