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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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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가 부담스러운 날들이 꽤 오래되었는데, 일하는 공간에서는 책으로 둘러쌓여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눈으로 먼저 보이는게 책들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작은 학교 도서관에는 따끈따끈한 새 책과 아이들 손 때 묻지 않은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있다.

언제든지 내 마음과 시선이 가는 책이라면 읽을 수 있는데... 책 읽기가 그토록 힘들었나보다.

그림책 뿐 아니라 문고판 도서가 책장에 진열되어 꼭 자기를 읽어달라는 듯 눈짓한다. 

책을 정리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마음은 마구 욕심이 생긴다.

읽기까지 한참이란 시간이 걸릴 줄 알면서도.

그림책도 좋지만, 글밥이 제법 되는 문고판 도서에 눈이 간다.

읽으면 뭉클해지는 그 마음.... 아니깐. 책 [감자가 싫은 날] 이다. 

 

한참 친구들과 놀려고 하면 엄마는 부른다. 그 타이밍이 기가 막히다. 

뭘 사오라고 시키거나, 장날이니 엄마 따라 시장 가자고 한다.

장바구니 챙기지도 않고, 집으로 올 땐 양손 가득 검은 봉다리 하나씩....

혹여 아는 친구 마주칠까봐 고개는 땅만 훑는다. 

부끄러워서 어디 숨고 싶고, 얼릉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다.

 

「엄마가 들고 있는 감자 봉지를 바라봤다.

엄마는 내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감자 봉지를 다른 봉지들 사이로 숨겼다.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것, 숨겨도 너무나도 잘 보이는 것, 우리는 똑같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

 

 

엄마 따라 시장을 갔는데, 엄마가 값을 치르지 않은 감자 한 봉지를 훔쳤다. 

그리고 엄마가 값을 치른 다른 감자 한 봉지는 엄마 손에.

잘못 본 것일까? 아이는 혼란스럽다.

값을 치르지않고 가져온 것은 도둑질이다.

엄마는 아이가 못 봤다고 생각했을까?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것일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아이다.

어른인 엄마의 비양심적인 모습에 아이는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마음이 힘들다. 

 

아빠는 직장에서 몇 달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

대출로 생활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집 안 형편은 점점 기울어져가고.

생활비의 무슨 항목을 줄이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결국엔 아이의 학원도 끊는다.

엄마 아빠의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아이는 불안하다.

 

한창 커가며 예민해져가는 아이는 엄마의 감자 도둑질에 대해 터 놓을 사람이 없다.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부)식비를 줄여야 하는 엄마의 마음과 사정은 이해된다.

그렇다고 용서가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터, 꼬리가 길면 결국은 밟힌다.

 

엄마의 꼬리가 결국 밟혔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힘들 때,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어른이라고 매번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하고 실수하되,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실수가 아니다. 고의적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게 진정한 어른이다. 

 

「나는 엄마가 고른 감자 봉지 안에서 감자 두 알을 빼내 옆에 놓인 감자 박스로 옮겼다.

이렇게 몇 번을 더 하면 우리가 몰래 가져간 감자 값이 될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

 

아이의 죄책감과 양심으로 인한 행동이 오히려 어른을 부끄럽게 한다.

나이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어른이다. 

[감자가 싫은 날] 책을 통해 어른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늘 아이가 보고 있다........ 행동에 책임을 지는 어른!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는 어른!

아울러 삶이 힘들더라도 지켜야하는 도덕과 양심 앞에서 길을 잃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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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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