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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1. 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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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만 되면 아빠 이발소는 쉰다.

봄, 여름, 가을에 날이 따뜻하니 이른 아침마다 대저에서 명지까지 운동삼아 자전거를 탄다. 

화요일 아침만 되면 알람처럼 아빠에게서 전화가 온다.

자전거 타고 명지 왔다고^^

 

날이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었다.

봄여름가을 따뜻한 날 아침 자전거 타기엔 너무 좋지만

찬바람 불고, 추위가 밀려올 때면 걱정이 된다.

옷은 두툼하게 입으셨는지, 장갑은 꼈는지, 허전한 목은 바람 맞아 추울텐데...

 

 

짧게 전화 통화를 하면서 묻는다.

장갑은 꼈고, 목도리는 있는지?

말끝이 흐려지고 그냥 얼버무리신다. 없나보다....

'아빠, 그럼 조만간에 갈 때 목도리 하나 준비해갈게'

나도 본래 답답해서 목에 뭐 걸치는 것은 엄청 싫어했는데.

왠걸 목도리 한 번 휘리릭 둘렀더니 온 몸이 다 따뜻했다.

몇 년 동안 찐분홍 목도리로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다.

언니가 직접 짠 목도리인데 꽤 오래 되었다. 

 

기성품 목도리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아빠 목도리는 딸래미가 직접 뜨개질해서 드리고 싶었다.

통화를 마치자마자 온라인쇼핑몰에서 털실을 샀다.

중국산 털실이 거의 대부분인데, 한국산 털실을 샀다.

색깔도 여러가지 조합으로 예뻤다. 파란색 계열로.

 

 

 

털실 택배로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 앉아서 뜨개질 시작~!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털실로 목도리를 뜬지 제법 되었는데, 손의 감각은 잊혀지지 않았고 느낌이 살아있다.

어제 털실 도착했는데.... 학교에 가서도 뜨개질 할 생각에 기분이 마구 up~up~~

꽤 길게 짜여졌다. 짙은 파랑색과 파랑색 두 색깔이 나왔다. 

하늘색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번주 주말까지 다 뜨기엔 무리겠고, 다음주 되어서야 드릴 수 있을 듯.

아빠가 자전거 바람을 맞으면서도 딸래미가 짠 목도리를 하면 춥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니

내 마음이 덩달아 따뜻해진다. 진즉에 해드렸어야 했는데....

 

무언가 해야 될 일이지만 괜시리 기대되고 기쁜 감정 오랜만이다. 

누군가를 위해 하고 있는 일인데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더 행복해진다면 그 삶 잘 살아가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내게 있는게 너무 뭉클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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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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