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은 주말 아침에 아이 학교 데려다주려고 나왔다.
차를 탔는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주 큰 팔랑거림이 앞유리를 통해 보였다.
나비인가? 나방인가?
이런 큰 팔랑거림은 보지 못했다.
악양생태공원에 조성된 버들마편초 군락에서 다양한 나비와 나방을 보았지만...
볼수록 신기했다.
벌레나 곤충을 싫어하는 아이다.
이렇게 큰 곤충은 특히 눈에 거슬리나보다.
나는 마냥 기분이 좋은데...
나비보다 나방이라 불러줘야겠다.
크기도 압도적이지만 펼쳐진 날개의 무늬와 색깔을 보라!
뭔지 모르게 부티나게 생겼다.
사는 곳이 도심에서 빗겨난 곳이라서 꽤 자연친화적이라 생각한다.
귀뚜라미가 집 안으로 들어와서 뜬금없이 울음소리를 들려주고,
아침에 출근할 때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인지 올빼미인지 모르는 새가 울고,
아침에 새들의 지저귐에 잠이 빨리 깨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큰 나방을 보는 것은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처음 봐서 호들갑을 떨었다.
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촌이라 말하는 곳에서 나방은 일상다반사다.
한번씩 도심의 공기가 궁금할 때 있는데
어쩌면 나방도 촌에서 도심으로 콧바람 씌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서 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가장 편안한 자리가 부릉부릉 차車~~~
절대 떨어지지 않을꺼야...
아이는 질색팔색하고 엄마는 다소 희안한 풍경을 너무 좋아하고,
아비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무던하고...
우리 식구들의 평소 반응이자 풍경이다.
나방도 희안한데, 아이를 학교에 내려주고 집으로 가는 길에
더듬이가 유달스레 길고 멋진?(내 기준으로) 이름 모르는
곤충 한 마리
앞 유리가 아닌 차 본네트 끝에 아슬아슬하게 보란듯이 눈맞춤하고 있다.
이건 또 뭐지?
얘는 도심에 사는 곤충인가? 촌집으로 가려고 무임승차했나?
먹잇감도 득템한 것 같고.
나방만큼이나 크다.
더듬이에서 풍기는 아우라가 장난 아니다.
공교롭게 큰 곤충을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와 함께 오며가며 했다.
그 많은 차車 중에서 우리 차가 선택되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이런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을 곤충들도 아는구나 하는 느낌적인 느낌!
끌어당김... 이처럼 모두,
제각각으로 살아가고 살아내는구나!
여름 덥다고 계속 집에만 머물렀다.
나방과 더듬이 긴 아이처럼 콧바람 씌러 나가야겠다.
'알록달록 빛나는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웃음이 스며드는 맛, 씻은 묵은지 볶음김치 (1) | 2024.09.04 |
---|---|
뭉클하다 (1) | 2024.08.31 |
다시 글밭으로 나오고 (0) | 2024.08.19 |
일상의 발견: 빨래판에 버섯이... (0) | 2024.06.28 |
알알이 방울토마토♥ (0) | 2024.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