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가득해서 볕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 있다.
애기사과 꽃 아래 오롯이 그늘진다.
4월 봄빛의 싱그러움이 여기에 있다.
애기사과 꽃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순백색의 꽃에 빗방울 무늬 새겨졌다.
볕 나고 반짝반짝 빛나서 한참이나 나무 아래 머물렀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것 처럼 마음 한 켠 쉴 수 있는
나만의 꽃 그늘이 생겼다. 좋다!
아지트에 자주 놀러와야겠다.
앵두나무에 알알이 붉은 앵두가 옹기종기 달렸다.
노란 민들레가 앞다퉈 피었다.
피고 진 자리에 민들레 홀씨 되어 꽃 피울 자리를 찾겠지.
세잎클로버 잎이 크다랗다.
네잎클로버 찾으려고 토끼눈마냥 크다랗게 뜬다.
눈보다 손끝에서 찾는 행복감이 더 크다.
못 찾아도 괜찮다.
그 자체로 감사하니깐.
하얀 눈처럼 소담하게 달려있는 애기사과 꽃을 해마다 보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일까?
내 마음 씀씀이 때문에 그럴까?
애기사과 꽃을 보는 눈은 이미 꿀 떨어지듯 다정스레.
2021년 처음 학교에 왔을 때 낯선 마음이 힘들었는데,
학교 정원 애기사과 꽃 때문에 조금씩 위로받았던 생각이 난다.
봄 햇살 가득한 3월인데도 꽃샘추위처럼 겨울이 옆에 있었다.
마음은 겨울에 닿아있었다.
꽃 피고 화려한 4월의 봄이 눈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는가?
시간은 흘렀고 알아가고 조금씩 덜어지고 홀가분해졌다.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지 않았고,
예쁘고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좋은 것을 보게 된다.
내 마음도 둥글게 둥글게~
내가 좋아지고 사람이 좋아지고 마음에 여유가 들어왔다.
살만해져서 생기는 여유가 아닌 평안~!
연둣빛 애기사과 꽃 그늘에서 나는 호올로 자라갔다.
초록빛 싱그러운 초여름이 시나브로 들어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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