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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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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와 존재 속에서 우리네 삶은 계속 이어진다. 

선명한 상실과 알 수 없는 '모호한' 부재 사이에서 답답해하기도 한다. 

곁에 사람이 존재해도 없는 것 처럼 모호할 때가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의 간극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상실과 부재의 의미를 다룬 책을 많이 들여다봤다.

막상 누구네 이야기로만 듣던 그 상실과 부재가 내 가까이 있다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되는 책, 「모호한 상실」을 읽었다.

 

분명하고 명백한 상실로도 순간의 마음은 버겁지만 슬픔을 이해받고 위로를 받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가 되고 아물어진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슬픔은 현재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생사를 알 수 없는 모호함이다. 

해결되지않은 그 모호함의 깊이 속에 빠져서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잠식당한다. 

가족 구성원이라면 그 이름으로 받아야만 하는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 상태,

이민자들이 겪는 문화와 언어의 차이, 입양아가 느끼는 단절과 고립,

알츠하이머/기억상실/정신질환으로 인한 공감과 유대감 부재에서 오는 상실감 등등.

지금 처해진 상황 그대로를 인정하기까지가 참 어렵다. 

어쩌면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야 될 숙제이니깐. 

 

 

작년에 시어머니 치매 판정을 받으셨다. 

그 누구보다 활달하고 외향적인 어머니셨는데, 가족 모두 놀랬다. 

아버님께서 고생 많으셨다. 아들 중 막내 아들(며느리)인 우리에게 전화를 주셨다. 

갑작스레 우리와 같이 살고 싶으시다고....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우리는 언제든 오시라고 했다. 

아버님도 당신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몸과 마음이 힘드시니 즉흥적으로 말을 건네신 듯.

반세기 동안이나 함께 했던 배우자는 몸은 곁에 존재하지만 기억은 점점 사라져가는 부재 상황이다. 

모호한 상실은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채로 서서히 다가온다. 

 

시어머니 치매 판정 후 2년이 되어가는 상황에 가족 모두의 대화와 설득을 통해

시어머니는 주 3회 센터를 다니시고, 치매 증상이 악화되지 않았다.

힘겨워했던 아버님은 당신만의 시간이 조금 주어졌다. 

시가 곁에 집이 있는 딸은 시부모님께는 천군마마이고,

두 분의 시아주버님은 격주 주말마다 시가에 교대로 오며가며 하고,

멀리 떨어져있는 우리는 더 자주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했다.

 

모호한 상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참 힘든 시간을 지나왔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아울러 내 부모님들을 향한 마음도 깊어졌음을...

모호한 상실을 회복하려면 과거가 아닌 '오늘에 집중한다'는 말이 너무 깊이 와닿았다. 

 

 

해결되지 않은 모호함이라면 모호함과 함께 살아가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무기력도 학습된다고 한다. 피하지 말고 오롯이 마주하라.

현상에 지쳐 변화를 찾기 위해 고립을 깨고 나온다....

자주 경험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는 것처럼. 

 

그러나... 섣불리 타인인 내가, 우리가 모호한 상실에 대해 희망을 말하기는 어렵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다 이해하며 공감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조심스러움이 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우리 사회 속에서 사건, 사고를 통해 모호한 상실과 마주한다.

규명되지 않은 모호함 속에서 재발 방지하겠다는 약속은 그 때 뿐이고 얕기만 하다. 

그럼에도 현재를 살아내야 하니 남은 힘을 낼 뿐이다.

 

상황이 바뀌지는 않지만, 모호한 상실을 돌파하는 개인의 태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상실이 회복의 기회가 되는 터닝포인트로 전환한 사람들은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모호한 상실과 부재 속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나눈다.

 같은 마음으로 같은 힘겨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꺼이 다가간다. 

서로에게 조금이나마 기댈 언덕이 되어준다. 

직접적인 도움은 못 되지만, 같은 마음으로 기도한다. 

모호함을 넘은 따뜻한 연대가 아닐까?

우리도 여기 있어요. 같은 마음입니다.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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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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