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사춘기인지 말도 잘 하지 않고, 자꾸만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방문을 자꾸 닫으라고 한다. 뭐 이해한다. 사춘기니깐^^ 그리고 언제 그랬느냐듯 분위기 살피면서 자꾸 엄마에게 뭘 갖다달라고 시킨다. '지지배, 지 필요할 때만 헤헷거려' 투덜거리면서도 다 해준다. 어느 날 효진이가 별 중요하지 않은 듯 무심하게 말한다. '엄마, 내 친구들은 엄마랑 별로 친하지 않은가봐. 말도 잘 하지 않고, 엄마가 잔소리 하거나 신경질 낸데. 울 엄마는 안 그러는데, 내 말 잘 들어주고" 무심한 아이의 말 속에서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자기의 평소 말과 행동을 의식하는구나. 어떤 말이든 잘 들어주는 엄마가 있어서 아이는 불평하면서도 평안함을 느끼는구나.... 때가 있다. 그리고 모든 때는 다 지나간다. 단지 그 때를 지혜롭게 잘 넘겼으면 좋겠다. 아이의 말을 평소에 담아두는 성격도 아니고, 그냥 내 아이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잠잠히 잘 들어준다'..... 이 말이 나는 좋다. 내 모든 삶의 모범이 되는 가장 중요한 물들임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자연스레 소통에 관한 책에 관심이 간다.
톤 텔레헨의 책 <다람쥐의 위로>가 그렇다. 저자의 책 중 「고슴도치의 소원」을 읽어 그 느낌 안다. 우화 형식의 어른이 읽는 동화라 할 수 있다.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람쥐다. 다람쥐에게는 친구들이 많다. 찾아오기도 하고 찾아가기도 하고, 특기는 '잘 들어주는 것' 친구들을 위해 버드나무 차, 버찌나무 꿀 등 다양한 차와 꿀을 세심하게 준비한다. 특별히 얘기를 많이 나누는 친구는 개미다. 거북이, 코끼리, 고슴도치 등
우문현답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궂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엉뚱하면서도 이상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잠잠히 들어줄 뿐이다. 의견을 물어볼 뿐 해답을 찾지는 않는다.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도 오래 심각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의 고민에 도움이 못 되었을까봐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사람들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외로움과 고민, 자존감 상실을 다양한 동물들의 대화를 통해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거북이) 내 마음은 지금 평안한가?(고슴도치) 익숙했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면 그 곳은 낫을까?(개미) 아픈데, 자꾸 습관이 말을 해. 다시 뛰어내려 시도해봐?(코끼리) 다 아는데, 머리속 가득 또 채우려고 하니 머리가 아파. (딱정벌레의 고민).... 하는 일 마다 안 돼, 자꾸 넘어져, 울적해...... 미안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네. 그냥 들어줄 뿐이야. 다람쥐에게 고민을 가지고 오는 친구들, 홀로 있고 싶지만 불쑥불쑥 외로움과 그리움,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밀려와. 친구들은 많은데 정작 '내 마음은 어떡해? 누가 들어줄까?' 나도 그럴 때 있으니깐. 어찌할 수 없는 허허로움이 찾아올 때..... 내 마음을 돌아보지 않았음에 대한 빨간 경고등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다. 꽤 도움이 된다. 다람쥐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겨울이었다. 이미 오랫동안 다람쥐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창가에 앉아 너도밤나무 가지들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차를 한 잔 따랐다. 뜨겁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였다. 다람쥐는 생각했다. '차는 사실 정말 친절해' 차와 담소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녕, 차야" 잠시 조용한가 했는데, 잔에서 "안녕, 다람쥐야" 라고 작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차야" 다람쥐가 다시 말해보았다. 그렇게 차와 담소를 시작했다. 둘은 향기에 대해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에 대해서, 그리고 겨울에 대해서 이야기는 나누었다. 차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차는 다람쥐에게 찻잔을 비우라고 했다. "내가 식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다람쥐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안녕, 차야" 그리고 찻잔을 비웠다.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네가 필요하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게, 다람쥐야"
모든 사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개미가 다람쥐는 조금 부러웠나보다. 남의 말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자기 말을 들어주는 대상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다람쥐의 소박한 바람이 이해된다. '담소하다' 말은 말 하기도 하고 들어주기도 하는 쌍방의 대화이다. 웃으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언제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감사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지금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효진이와도 때가 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겠지. 그 날을 기대하면서...^^ 조금 답답한 날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코로나19로 적응이 되나었 싶은데 담소하고 싶다. 삶에 낯섦과 균열을 낸 사회적 재난은 모든 개인들에게 도전하는 듯 하다. 이겨내라고..... 외로움도 고통도 힘겨움도.... 환하게 웃으며 수다떠는 날이 오기를^^
이유가 있는 제목이다. 새는 허술하게 집을 짓지 않는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어쩌면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에.
새 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자기들의 생존에 유리하게 집을 짓는다. 생명을 낳고 키우기 위해서도 그렇고.
저마다의 처해진 환경에 적응해나가기 위해서도 집을 짓는것은 가장 본질적이면서 중요한 삶의 과정이다.
생존 환경에 맞게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개성을 담아 가장 최적화된 집을 짓는다.
둥우리 재료를 통해 자연(생태) 환경에 따라 새들의 서식지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우리가 지금 심각하게 직면하고 있는 지구온난화 변화를 통해 환경오염 상태 검사하고 증명할 수 있다.
인류가 환경을 변화시켜온 과정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새도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깐.
바느질에 능한 새들의 둥우리는 보는 내내 경이로웠다.
딱 이름만큼 값어치를 하는 '재봉새'들은 거미줄이나 나방의 실을 이용하고, 자신의 날카로운 부리를 바늘 삼아 잎을
한 땀 한 땀 꿰매어 가장 편안한 아기 방을 만든다. 정교하면서 멋지다. 재봉새가 둥우리를 만드는 목적은 육아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둥우리는 용도에 맞게 쓰임새를 달리한다. 아기새를 숨기기 위한 위장 효과도 있는 둥우리다.
제비의 조상은 원래 나무 구멍이나 바위굴에 둥우리를 틀고 번식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인류의 농경 생활로 인해 자연 환경이 바뀌면서 자신들의 먹이인 곤충의 수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농지가 있는 곳에는 곤충도 많았다. 제비는 더 많은 먹이를 잡아 다음 세대를 기르기 위해 점차 인류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오래지 않아 제비, 퍼시픽스왈로우, 귀제비는 자연을 등지고 인류의 건축물에서만 둥우리를 틀게 되었다. 닭과 오리가 인류의 먹고사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조류라고 한다면, 제비와 참새는 인류와 가장 친밀한 반려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8쪽)
제비가 콘크리트를 활용해 집을 짓고 인류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가 밝혀졌다.
환경에 맞는 적응이었다. 비단 제비만 그런게 아닐거다. 다시 생기고 퇴화되는 반복으로 자연에 동화되어간다.
'소형 조류가 세심하게 공들여 지은 둥우리에 비해 중대형 조류의 둥우리는 상대적으로 거칠고 소탈하다.
주로 쌓아올리기와 다지기의 반복이다. 비교적 체형이 큰 조류는 낡은 둥우리를 반복해서 재사용하는데 익숙하다.'
둥우리 짓는데 있어서도 꼼꼼함과 허술함으로 차이가 나는게 우습다. 새들도 성향따라 다르지 않구나 싶다.
둥우리를 빌려주고 기생충의 침입을 막아주는 희안한 공생 관계도 있다. 함께 둥우리를 짓고 공동으로 알을 낳는
아주 이례적인 방식도 있다고 한다. 새들도 다 생각이 있구나..... 흥미로웠다.
역시나 새들에게서도 번식과 생존의 중요성이 둥우리의 활용성에 정점을 찍는다.
일부 조류가 유달스레 강렬한 향기는 내뿜는 향기 식물만 찾아 둥우리를 짓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류는 왜 향기 식물을 좋아할까? 궁금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3가지 관점이다.
향기 식물은 둥우리 내부 기생충을 죽이거나 막을 수 있다.
향기 식물의 휘발성 물질은 새끼의 면역 기능 증진에 도움을 준다.
수컷이 향기 식물을 많이 수집할수록 암컷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짝짓기 기회가 늘어난다.
단순하게 3번째 관점이 그럴듯하게 생각된다. 비단 조류만이 아니라 인간이나 모든 동물들도 본능적이지 않을까?
둥우리 짓기는 당연히 구애, 짝짓기와 관련이 있고, 둥우리 건축 능력은 짝을 고르는 조건 중 하나라고 말한다.
좋은 집은 많을수록 좋다?! 다르지 않구나.... 씁쓸한데^^;;;
책을 읽고 나니 제비 둥우리 외 다른 둥우리를 발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기사 제비 둥우리도 요즘엔 쉽게 보이지 않는 듯 하다. 환경이 너무 많이 변했다.
숲이나 늪, 습지, 강가, 도시... 어느 곳에서든 환경에 맞는 새가 서식을 한다. 일부러 찾지는 않겠지만
혹여나 내 눈에 띄였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다른 것보다 그냥 순수하게 둥우리 모양만 보고 신기해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