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site-verification: google3339f54caf24306f.html
2020. 5. 21. 22:37
728x90
반응형

그냥 책만 읽고 싶은 때 있다.

요즘 내가 그런가보다.

딱히 귀찮은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그런가보다.

이팝나무 꽃 떨어지고 빨알간 넝쿨 장미가 피었다.

넝쿨장미 아래로 지나간다.

장미는 향기가 없는데, 그냥 그 아래로 걷고 싶었나보다.

걸으면서 무심하게 살짝 건드려본다.

혼자 기분 좋아 베시시 웃는다.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피는 넝쿨 장미가 좋아졌다.

 

 

정오 12시,

볕과 그늘이 나눠지는 시간인가?

화단에 풀 정리가 말끔하게 되었고, 그럼에도 풀꽃들은 살아서 꽃을 피운다.

내 눈에 포착된 멋진 풍경 하나,

나무 옹이에 괭이밥이 정착해 자랐다. 헉... 뭐지???

보고 또 봤다. 앉아서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뭐야? 정말 거기서 싹 틔운거야?

이 낯선 풍경을 볼수록 눈물이 핑~ 돈다.

말끔히 정리된 화단에서, 베어진 나무 옹이에서 살아내다니.....

살아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며, 경이롭다.

크고 놀라운 일은 어쩌면 별로 주목하지 않는 하찮은 곳에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펑범함 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것은 절대 사소한 일은 아니다.

크고 화려함을 기대하는 우리 마음이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 마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덤덤히 그 자리에서 자기의 일을 감당하는 것이 작은 일이 아니듯....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도 내가 눈여겨 본 나무 옹이에 자란 괭이밥은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여기저기 사방에서 괭이밥 노랑꽃이 피고 '너, 참 예쁘다' 말했지만,

저 나무 옹이 괭이밥에겐 '너, 참 대단하구나. 볼 때마다 놀라워'라고 말한다.

매일 오며가며 지긋이 볼 수 있어서 좋다.

 

지금 밤 10:17 바람이 들어온다.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은 아씨들」 걸 클래식 컬렉션 마지막 책이다.

948 페이지에 압도당하지만, 벌써 500 페이지 이상 넘어갔다.

어렸을 때 본 만화가 파노라마처럼 오브랩 되어서인지 수월하게 잘 읽혀진다.

오늘처럼 바람 스며들어오는 밤에 계속 읽어나갔다.

같이 읽고 있는 책 이도우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맘때 밤의 풍경과 퍽 잘 어울린다.

낮에는 이야기님 선물,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도 읽고 있다.

 

내 마음이 방해 받고싶지 않은 날들인가?

참 이상하다. 이런 날이 별로 없었는데...........

그냥 좋은 시간을 덤으로 선물 받았다고 생각한다.

복잡하지않게 단순하게.

혼자 준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나보다. 아무에게 말하지 않고.

시간을 물들임해야 하는건가보다.

오랫만에 덩범대지않고 조금 진지한 나를 보니.....

낯설지만, 나름 괜찮다.

밤은 역시 좋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20. 19:00
728x90
반응형

아이는 사춘기인지 말도 잘 하지 않고, 자꾸만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방문을 자꾸 닫으라고 한다. 뭐 이해한다. 사춘기니깐^^
그리고 언제 그랬느냐듯 분위기 살피면서 자꾸 엄마에게 뭘 갖다달라고 시킨다.
'지지배, 지 필요할 때만 헤헷거려' 투덜거리면서도 다 해준다.
어느 날 효진이가 별 중요하지 않은 듯 무심하게 말한다.
'엄마, 내 친구들은 엄마랑 별로 친하지 않은가봐. 말도 잘 하지 않고, 엄마가 잔소리 하거나 신경질 낸데.
울 엄마는 안 그러는데, 내 말 잘 들어주고"
무심한 아이의 말 속에서 나는 뿌듯함을 느꼈다. 자기의 평소 말과 행동을 의식하는구나.
어떤 말이든 잘 들어주는 엄마가 있어서 아이는 불평하면서도 평안함을 느끼는구나....
때가 있다. 그리고 모든 때는 다 지나간다. 단지 그 때를 지혜롭게 잘 넘겼으면 좋겠다.
아이의 말을 평소에 담아두는 성격도 아니고, 그냥 내 아이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잠잠히 잘 들어준다'..... 이 말이 나는 좋다.
내 모든 삶의 모범이 되는 가장 중요한 물들임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자연스레 소통에 관한 책에 관심이 간다.


톤 텔레헨의 책 <다람쥐의 위로>가 그렇다. 저자의 책 중 「고슴도치의 소원」을 읽어 그 느낌 안다.
우화 형식의 어른이 읽는 동화라 할 수 있다.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다람쥐다.
다람쥐에게는 친구들이 많다. 찾아오기도 하고 찾아가기도 하고, 특기는 '잘 들어주는 것'
친구들을 위해 버드나무 차, 버찌나무 꿀 등 다양한 차와 꿀을 세심하게 준비한다.
특별히 얘기를 많이 나누는 친구는 개미다. 거북이, 코끼리, 고슴도치 등

우문현답으로 질문하고 답하는 그들의 이야기들을 궂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엉뚱하면서도 이상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잠잠히 들어줄 뿐이다.
의견을 물어볼 뿐 해답을 찾지는 않는다.
어떤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도 오래 심각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구의 고민에 도움이 못 되었을까봐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사람들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외로움과 고민, 자존감 상실을 다양한 동물들의 대화를 통해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거북이) 내 마음은 지금 평안한가?(고슴도치)
익숙했던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면 그 곳은 낫을까?(개미) 아픈데, 자꾸 습관이 말을 해.
다시 뛰어내려 시도해봐?(코끼리) 다 아는데, 머리속 가득 또 채우려고 하니 머리가 아파. (딱정벌레의 고민)....
하는 일 마다 안 돼, 자꾸 넘어져, 울적해...... 미안해,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네. 그냥 들어줄 뿐이야.
다람쥐에게 고민을 가지고 오는 친구들, 홀로 있고 싶지만 불쑥불쑥 외로움과 그리움,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밀려와.
친구들은 많은데 정작 '내 마음은 어떡해? 누가 들어줄까?' 나도 그럴 때 있으니깐.
어찌할 수 없는 허허로움이 찾아올 때..... 내 마음을 돌아보지 않았음에 대한 빨간 경고등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다. 꽤 도움이 된다. 다람쥐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겨울이었다. 이미 오랫동안 다람쥐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창가에 앉아 너도밤나무 가지들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차를 한 잔 따랐다. 뜨겁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였다. 다람쥐는 생각했다. '차는 사실 정말 친절해' 차와 담소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녕, 차야"
잠시 조용한가 했는데, 잔에서 "안녕, 다람쥐야" 라고 작고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차야" 다람쥐가 다시 말해보았다. 그렇게 차와 담소를 시작했다.
둘은 향기에 대해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에 대해서, 그리고 겨울에 대해서 이야기는 나누었다.
차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차는 다람쥐에게 찻잔을 비우라고 했다.
"내가 식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다람쥐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안녕, 차야" 그리고 찻잔을 비웠다.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네가 필요하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게, 다람쥐야"


모든 사물과 이야기를 나누는 개미가 다람쥐는 조금 부러웠나보다.
남의 말 들어주는 것도 좋지만, 자기 말을 들어주는 대상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다람쥐의 소박한 바람이 이해된다.
'담소하다' 말은 말 하기도 하고 들어주기도 하는 쌍방의 대화이다.
웃으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언제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감사한 선물이 될 것 같다.
지금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효진이와도 때가 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되겠지.
그 날을 기대하면서...^^
조금 답답한 날을 보내고 있다. 오랫동안 코로나19로 적응이 되나었 싶은데 담소하고 싶다.
삶에 낯섦과 균열을 낸 사회적 재난은 모든 개인들에게 도전하는 듯 하다. 이겨내라고.....
외로움도 고통도 힘겨움도.... 환하게 웃으며 수다떠는 날이 오기를^^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19. 11:36
728x90
반응형

코로나19로 닫혔던 도서관 문이 열렸다.

2월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고, 대출해야 될 책도 있어서 도서관을 향해 오랫만에 걸었다.

5월의 볕이 뜨거운 날이었다. 해가 저물 즈음에 나가야 했나?

문이 열려서 반가운 마음에, 볕이 좋아서 나섰는데....

역시 도서관 가는 길은 언제나 좋다.

열을 재고 방문일지를 쓰고 손소독을 하고 들어갔다.

집에서 검색했던 책을 찾으면 되는데, 도서관에 오면 욕심을 부린다.

결국 시집 4권까지 데려왔다. 나태주 시인의 책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유달스레 제목에 마음이 끌린 시집,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햇볕, 햇살, 볕.... 눈이 부시도록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 밝음이 주는 느낌이 좋다. 내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밝음과 맑음이 느껴진다.

고운 것을 찬찬히 보고 마음과 눈에 담는다. 그 감수성이 좋아 시인의 글이 차암 좋다.

내 마음이 잠시 머물러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지않은 언어들 쓰임대로 빛을 발한다.

더럽혀지고 구겨지고 마음대로 엉킨 내 마음을 어느새 뽀송뽀송하게 해준다.

예쁘고 사랑스런 말은 자주 들을수록 좋다.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시집은 사랑하는 딸에게 보내는 그리움의 편지인 듯 하다.

의미를 확장해서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바람의 풀꽃향기가 아닐까!!

세상은 복잡하고 다양해졌고, 마음은 함께 나누기에 팍팍해진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래서 더 내 딸아이는 잘 살아냈으면 좋겠다고 기도한다.

품 안에 자식이라고 아직 내 품에 있지만 때가 되면 엄마의 둥우리를 떠난다.

둥우리를 떠나기 전 품에 있을 때 사랑을 마구 표현하고 싶다.

내 아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아울러 내 아이가 밝고 건강하며 마음이 따뜻하고 사랑스런 아이로 커갔으면 좋겠다.

 

멀리 기도

별일 아니야

다만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을 뿐이야

전화 걸면 언제나

동동거리는 목소리

아이들 밥 먹인다고

아이들 재운다고

설거지하는 중이라고

때로는 운전 중이라고

힘에 겨운 음성

이쪽에서 듣기도 힘에 겨워

그래,

다만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을 뿐이란다

이따가 시간 나면

전화한다고 그랬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짧게라도 목소리 들었으니

그냥 그것으로 안심이야

너 부디 거기 잘 있거라

아이들이랑 너무 지치지 말고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잘 살거라, 잘 지내거라

그것만이 바램이다

멀리 기도한다.

 

엄마의 마음도 지금 이럴까? 엄마의 품에서 나온지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엄마는 먼저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라는 말 대신,

참기름 있나? 고춧가루는? 땅콩 볶아놨는데... 취나물 있는데 언제 와서 가져가라....

아직도 엄마는 결혼해 살고 있는 어느새 40중반을 넘긴 딸을 걱정한다. 나도 그럴 것 같다.

효진이가 우리의 둥우리를 떠나 새로운 관계 속으로 들어가더라도 여전히 아이의 행복을 멀리서 빈다^^

 

너 가다가

너 가다가

힘들거든 뒤를 보거라

조그만 내가

있을 것이다

너 가다가

다리 아프거든 뒤를 보거라

더 작아진 내가

있을 것이다

너 가다가

눈물 나거든 뒤를 보거라

조그만 점으로 내가

보일 것이다.

 

어제 읽어 좋아서 밑줄 긋었는데, 오늘 다시 읽어보니 감흥이 어제만 못하다.

글은 잘못이 없다. 매번 널뛰기하는 내 마음이 그렇다.

반면에, 다시 읽어봐도 마음을 동하게 하는 글이 있다. '너 가다가' 詩가 그렇다.

부모는 속 눈물로 아이를 키운다. 내색하지도 않는다. 아이의 마음이 약해지고 불안할까봐.

그렇게 부모는 속으로만 담아둔다.

 

쥐똥나무

낯선 고장 낯선 골목

잘 모르는 아파트

울타리 가에

조로록 열매를 맺고 있는 쥐똥나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나무

그래도 생각한다

이 나무에게도

봄은 또다시 왔다 갔구나

꽃피는 시절이 있기는 있었구나

지나는 사람들

나를 보고서도

그렇게라도

생각해줬음 좋겠다

우리에게도 사랑하던 시절이 있었지

아니 나는 지금도 사랑하고 있지

사랑받고 있기도 할 거야

누구나, 누구에게서는 그런 것처럼.

 

늘 맞이하는 봄여름가을겨울이 낯설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자리가 화안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졌으면 좋겠다.

빗살무늬 햇볕에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면 오늘은 선물받은 날이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18. 17:21
728x90
반응형

늦깍이 할머니들 처음으로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는 뭉클한 소식과 늦었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이

젊은이들 못지않게 넘쳐서 인생 제 2막을 열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듣게 된다.

무엇이 할머니들의 가슴을 뛰게 할까? 배움에 대한 갈증이 아닐까.

어렸을 땐 집안 형편이 힘들어서 배우지 못했고, 커서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배움의 시간을 훌쩍 건너뛰었다. 그리고 아이들 다 키우고 밖으로 보내고나니 어느새 할머니가 되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먹고 살기가 조금 괜찮아지니 다시 마음 한 켠 허전함이 덩그러니 있음을 알았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없지만 못 배웠던 한을 풀고 싶다.

어느새 나이가 7학년을 넘어서고 8,9학년의 시간 속에 있다.

그 시간 속에 응어리진 삶의 사연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다 풀어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고 긁적일 공책 수십 권은 될 것이다. 우리 할머니들의 삶이다.

전라도 장흥 월림마을 여섯 할머니들이 의기투합해서 글을 배우고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두근두근 생애 첫 시와 그림을 엮어 책을 냈다. <할매들은 시방>이다.

 

삐뚤빼뚤 글씨로 한 자 한 자 눌러쓴 할머니들의 글을 만났다.

할머니들의 글을 감히 평가를 할 수 없다. 날 것 그대로의 할머니들 삶이기에.

평생의 할머니들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기장과 같아서 조심스레 펼쳐보는 것 같다.

희노애락이 다 들어있는 삶 그 자체로 소중한 기록이다.

문법과 어법에 맞지 않고, 서툰 말, 틀린 글씨, 이해되지 않는 말들이 많았지만 뭐가 중헌디?

이해 불가능한 말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할머니들의 순수하고 솔직한 마음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읽다보니 할머니의 삶들이 다 보이는 듯 했다. 마음 한 켠 짠한 글도 있었고.

어렵고 마음에 와닿지도 않은 시들은 읽기에도 부담스러운데, 할머니들 글은 이상하게 자꾸 더 읽고 싶었다.

그 녹록치않은 삶들을 잘 견뎌왔고 살아온 시간에 대해 고마움을 담아 인사를 건네고 싶다.

 

살아 생전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할아버지(영감)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 할머니들의 시 속에 한 편씩 있는 듯 하다. 남편 얼굴을 5년동안 9일 밖에 보지 못했다던 할머니의 사연에 가슴이 먹먹했다.

사랑을 받지 못해서 느끼는 것도 없고,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는 할머니의 글에 시선이 멈춘다.

아.... 어떡해. 할머니의 삶이 얼마나 허했을까? 그 삶은 아무도 모른다.

또, 사랑이란게 옆에 빈 자리가 있음으로 비로소 생각나는걸까?

다른 세상에 살면서도 안부를 묻는 할머니들의 사랑법이 이런 것일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지금 옆에 있는 내 사람에게 말로 몸짓으로 많이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시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나에게」,「욕심」이다.

물론 다른 시들도 마음이 뭉클해지고 따뜻하니 너무 좋다.

그동안 힘들었지만 수고한 당신 자신에게 건네는 따뜻한 고마움과 다시 살아갈 앞날에 대한 믿음과 위로가

굳건해보였다. 정말 자신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느낌을 받았다.

반대로, 삶의 유한성 앞에 더이상 욕심 부리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할머니의 아주 간단명료한 시가 턱하니 마음에

부딪히는데 희안하게 위로를 받는다. 새끼들도 다 잘 사니깐 내 마음밭을 가꾸며 지금 이대로의 평안함으로 살아가자는 메시지 같기도 하고. 다 다른 할머니들의 삶의 결이 느껴지는 시를 읽는다는 것, 행복한 시간인 듯^^

정제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계속 보고 싶다.

 

인생의 더할나위없이 꽃을 피우고 계신 할머니들의 삶이다.

희망을 가질 수 있겠다. 시간의 연륜은 아무때나 발휘되는게 아니었다.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때가 있다.

그 모든 삶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제 때 물을 주고, 가꾸고, 보살피는거다.

할머니들의 시를 보니 삶의 매 순간마다 때 묻지 않은 마음을 얼마나 잘 가꿔왔는지를 알 수 있다.

부족함과 부재가 삶을 변화시키고,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삶의 활력을 준다는 것을 할머니들은 미리 아셨다.

 

 

해마다 똑같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오고, 시골살이 할 일도 넘쳐나지만 기쁘다.

여전히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고 그것을 먹는 기쁨도 좋지만 얻은 수확물을 자식에게 줄 수 있음에 더 좋고

늘 앉으나 서나 다 큰 자식들 걱정에 마음이 번거롭지만 타지에서 자식들이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고,

기댈 수 있는 언덕이란 생각에 힘을 내는 할머니들이다.

옆에 있을 땐 모르지만 없을 땐 더 생각나는 영감, 시어머니, 자식들... 그 이름이 그리움으로 머물러있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아낸 흔적이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부자이고, 아무리 바빠도 재미가 있음은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선물 같다.

시인과 화가가 모두 여기에 계시다. 『할매들은 시방』 바쁘다.

때마다 땀 흘려 일해야 하고, 한글도 배우고, 시를 짓고 그림도 그려야 하니깐.

 

서툰 글이지만 또박또박 재밌게 쓰고 그리는 일에 열심을 내는 할머니들이 사랑스럽다?^^

그럭저럭 살아왔다는 할머니의 말에 위로를 받는다.

반면 열심히 하지도 않고, 쉽게 그만두는 나는 숨고 싶다.

나는 시방 할머니들의 소박한 글을 많이 읽고 싶다.

꾸미지 않은 예쁜 할머니들의 마음을 닮고 싶다.

그러면 좋은 글 쓸 수 있을텐데.... 글은 마음이 가는대로^^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16. 23:05
728x90
반응형

어렸을 적에 다세대 주택에 살았다. 시멘트로 만든 튼튼한 2층 주택의 1층이었다.

도심인데 도심에서 벗어난 밭과 논이 펼쳐진 촌에 가까운 동네였다.

그래서인지 당당하게 자랑할만한 것이 맑은 공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흑암처럼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었다.

아침의 새 소리도 아주 잘 들려서 늦잠을 잘 수 없다.

아주 가까이서 들리는 새 소리에 정말 피곤한 날은 힘겹다.

어디서 들려오는걸까? 반쯤 뜬 눈으로 나가서 살펴보았다.

헉... 제비 소리다. 더 놀라운 것은 제비가 집 입구 위에 야물딱지게 집을 지어놨다.

볕짚을 물어와서 시멘트 지붕 아래 동그랗게 집 지었다.

어린 마음에 신기하면서 좋기도 했다.

어느 누군가의 지붕 아래가 아닌 우리 집이었다니......

그 이후로 아무리 제비가 시끄럽게해도 거슬리지 않았다.

제비의 둥우리는 많이 봤지만 다른 새들은 어떻게 집을 지을까 궁금하다.

텔레비젼 자연다큐멘머리를 보면 다양한 새와 둥우리들이 나오는데, 진귀한 장면이 많았다.

직접 봤으면 좋겠지만 새도, 둥우리 전문가도 아니기에 책으로 만나보았다.

 

≪새는 건축가다≫

이유가 있는 제목이다. 새는 허술하게 집을 짓지 않는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어쩌면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에.

새 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자기들의 생존에 유리하게 집을 짓는다. 생명을 낳고 키우기 위해서도 그렇고.

저마다의 처해진 환경에 적응해나가기 위해서도 집을 짓는것은 가장 본질적이면서 중요한 삶의 과정이다.

생존 환경에 맞게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개성을 담아 가장 최적화된 집을 짓는다.

둥우리 재료를 통해 자연(생태) 환경에 따라 새들의 서식지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도 알 수 있다.

아울러 우리가 지금 심각하게 직면하고 있는 지구온난화 변화를 통해 환경오염 상태 검사하고 증명할 수 있다.

인류가 환경을 변화시켜온 과정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새도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깐.

 

바느질에 능한 새들의 둥우리는 보는 내내 경이로웠다.

딱 이름만큼 값어치를 하는 '재봉새'들은 거미줄이나 나방의 실을 이용하고, 자신의 날카로운 부리를 바늘 삼아 잎을

한 땀 한 땀 꿰매어 가장 편안한 아기 방을 만든다. 정교하면서 멋지다. 재봉새가 둥우리를 만드는 목적은 육아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둥우리는 용도에 맞게 쓰임새를 달리한다. 아기새를 숨기기 위한 위장 효과도 있는 둥우리다.

제비의 조상은 원래 나무 구멍이나 바위굴에 둥우리를 틀고 번식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인류의 농경 생활로 인해
자연 환경이 바뀌면서 자신들의 먹이인 곤충의 수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농지가 있는 곳에는 곤충도 많았다. 제비는 더 많은 먹이를 잡아 다음 세대를 기르기 위해 점차 인류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오래지 않아 제비, 퍼시픽스왈로우, 귀제비는 자연을 등지고 인류의 건축물에서만 둥우리를 틀게 되었다.
닭과 오리가 인류의 먹고사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조류라고 한다면, 제비와 참새는 인류와 가장 친밀한 반려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8쪽)

제비가 콘크리트를 활용해 집을 짓고 인류와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가 밝혀졌다.

환경에 맞는 적응이었다. 비단 제비만 그런게 아닐거다. 다시 생기고 퇴화되는 반복으로 자연에 동화되어간다.

 

'소형 조류가 세심하게 공들여 지은 둥우리에 비해 중대형 조류의 둥우리는 상대적으로 거칠고 소탈하다.

주로 쌓아올리기와 다지기의 반복이다. 비교적 체형이 큰 조류는 낡은 둥우리를 반복해서 재사용하는데 익숙하다.'

둥우리 짓는데 있어서도 꼼꼼함과 허술함으로 차이가 나는게 우습다. 새들도 성향따라 다르지 않구나 싶다.

둥우리를 빌려주고 기생충의 침입을 막아주는 희안한 공생 관계도 있다. 함께 둥우리를 짓고 공동으로 알을 낳는

아주 이례적인 방식도 있다고 한다. 새들도 다 생각이 있구나..... 흥미로웠다.

역시나 새들에게서도 번식과 생존의 중요성이 둥우리의 활용성에 정점을 찍는다.

일부 조류가 유달스레 강렬한 향기는 내뿜는 향기 식물만 찾아 둥우리를 짓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류는 왜 향기 식물을 좋아할까? 궁금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과학자들이 제시한 3가지 관점이다.

  • 향기 식물은 둥우리 내부 기생충을 죽이거나 막을 수 있다.

  • 향기 식물의 휘발성 물질은 새끼의 면역 기능 증진에 도움을 준다.

  • 수컷이 향기 식물을 많이 수집할수록 암컷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짝짓기 기회가 늘어난다.

단순하게 3번째 관점이 그럴듯하게 생각된다. 비단 조류만이 아니라 인간이나 모든 동물들도 본능적이지 않을까?

둥우리 짓기는 당연히 구애, 짝짓기와 관련이 있고, 둥우리 건축 능력은 짝을 고르는 조건 중 하나라고 말한다.

좋은 집은 많을수록 좋다?! 다르지 않구나.... 씁쓸한데^^;;;

 

책을 읽고 나니 제비 둥우리 외 다른 둥우리를 발견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기사 제비 둥우리도 요즘엔 쉽게 보이지 않는 듯 하다. 환경이 너무 많이 변했다.

숲이나 늪, 습지, 강가, 도시... 어느 곳에서든 환경에 맞는 새가 서식을 한다. 일부러 찾지는 않겠지만

혹여나 내 눈에 띄였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다른 것보다 그냥 순수하게 둥우리 모양만 보고 신기해할 것 같다.

바느질 잘 하는 새의 둥우리를 만났다면 행운일 것 같고^^

새들의 둥우리를 살펴보면서 그들의 사생활까지 엿보게 된 귀한 책을 만난 듯 하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16. 15:00
728x90
반응형

'날씨가 좋으면 찾아아겠어요' 드라마가 생각났다.

책 <무슨 일 있으면 톡하지 말고 편지해> 읽다보니..... 왜일까?

산장 직원으로 12년차 일하고 있는 저자의 유쾌한 산장 이야기에 마음이 뛰어서

당장 산장 식객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이틀 머물다 가는 산장에서의 짧은 추억을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산장은 세상으로부터 외따로 떨어져나온 사람들을 반긴다.

산장의 존재 목적이 아닌가싶다.

전문가 냄새가 폴폴 나는 산장 직원의 생생한 산속 생활기가 펼쳐진다.

산 속이라 모든게 부족하지만 산 아래 세상에서 줄 수 없는 마음의 풍족과 평안을 가져다준다면 이 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날씨가 좋으면 언제든지 자연스레 발걸음이 옮겨질 것 같은 매력에 빠져들 것 같다.

나도 산 좋아하고, 산골 생활에 대한 로망도 있다.

물론 좋아하는 거랑 현실적인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럼에도 충분히 시도는 해보고 싶다. 처음부터 산골 생활에 최적화 된 사람은 없으니깐.

부러우면 지는건데, 저자는 그림까지 잘 그린다.

자기가 좋아하는 산장에서 일을 하며, 주변의 자연에 매번 뭉클하며 바쁜 가운데 일을 즐긴다.

생생한 산장체험을 귀여운 그림으로 소통하니 더 잘 와닿는다. 지루하지도 않고 재밌다.

마치 좋은 여행상품이 나왔다고 산장투어란 이름으로 홈쇼핑에서 파는 듯한 느낌?**

바로 신청 접수하지 않으면 매진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다.

야무지고 딱부러지는 프로 산장러의 두메산골 살림 일기 속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본다.

배경이 되는 구로베 원류지도를 봐가면서 산장과 지형을 찾아보고 읽으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구로베 강을 따라 '다로다이라 산장/야쿠시자와 산장/다카마라하라 산장/스고놋코시 산장

4개의 산장을 이소지마 상사가 운영한다. 다로다이라 산장이 주거점 산장이고, 저자는 야쿠시자와 산장에서

12번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산장은 6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3개월 반동안 문을 연다.

산장지기와 산장직원, 산장규모에 따라 3,4명 이상의 아르바이트 직원과 함께 꾸려나간다.

 

"산장 생활은 여행 같다. 매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시즌이 되면 손님이 번갈아 교대로 찾아와서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여행이 찾아오는 그런 느낌이다."

 

없는 것 빼곤 갖출 건 다 갖춘 야쿠시자와 산장이다. 초창기의 산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불편함을 많이 해소시켰다.

그럼에도 불편한 부분은 여전히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손님들 생각의 몫이다.

산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부러 산장을 찾아오는 오래된 손님들이 있다는 방증이다.

또 일부러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산장에서 해마다 일 하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이 산장이라는 장소에서는 산 아래 세상 이상으로 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에 서툴러서 산에 간다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산이라기에 앞서 이곳은 산장이라는 폐쇄된 공간이다.

낯선 사람과 아침부터 밤까지 같이 있어야 한다.

결국 가족이든 남이든 같이 사는 사람과는 무엇보다도 사이가 좋아햐 한다.

여름 한 철의 유사 가족이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동료와의 한 번 뿐인 시간이다."

산장은 다른 작은 세상이다. 이 작은 세상에서 소통하지 못하면 다른 어떤 큰 세상 속에서 소통이 가능할까?

다름을 인정하는데서부터 소통은 시작되는거니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산장은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

 

산장이 문을 열면 할 일이 많다. 수리하고 재정비 해야 될 부분이다.

물 사정을 알아보고, 전기와 전파, 등산로 정비, 불어난 물과 홍수 대비, 이불 널기와 식량 사수를 위한 곰과 쥐와의 싸움? 아니면 동거? 특히 산장 개장하고,8월 초, 8월 말의 3번에 걸친 물자수송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헬기가 동원된다.

이번 시즌 분량의 연료, 음료, 잡화, 쌀, 식재료, 냉동식품 신선식품이 더해진다. 가장 짐이 많다.

8월 첫 주 성수기는 식재료와 일용품을 날라주는데, 사정이 완전 다르다.

헬기로 모든 물자를 운송하는데 일정은 헬기 회사의 사정과 날씨로 좌우된다.

헬기가 뜨지 않음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면역이 생겨서인지 대개의 일은 어떻게든 되고,

어떻게 안 되는 일은 어쩔 수 없다. 걱정하지 않고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듯 하다.

오래된 시간과 경험의 축적에서 나온 생각이리라.....

8월 말 3번째, 식재료 주문에 대해 매우 신중해진다. 부족해도 안 되고 여유가 있어도 곤란하고.

특히 채소나 냉동식품의 장기 보관이 문제이다. 부지런하게 채소의 보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헬기 수송에 대해 걱정이 많다.

산장 생활은 크게 개선되었지만 매해 상승하는 고액의 헬기 사용료는 부담스럽다.

짐 수송 방법에 대해 고민과 함께 요즘 뜨는 드론 수송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해본다.

그러나, 지금도 헬기 대신 모든 짐을 운반하는 지게꾼이 나라마다 있다.

지게꾼은 숨이 턱턱 막히는 산을 몇 십년 오르내리며 생계를 꾸려왔을텐데.....

세상만사 편리함으로 대체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새롭고 빠른 것으로 대체되면 어떤 누군가는 하나를 잃어야 하니깐.

 

산장에서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아침과 저녁 식사 준비를 눈썹 휘날리듯 마치고 나면 중간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다.

저자가 좋아하는 곤들매기 낚시는 수준급인 듯 하다.

낚시 장비에 대해서도 전문가급이다. 계류 낚시가 주는 즐거움 또한 즐거운 산장 생활의 활력소.

열심히 일한 자, 마음껏 누리고 쉬어라 구호가 딱 들어맞는 삶인 듯......

찾아보면 자연과 어울리는 쉼들이 사방에 널려있어서 심심할 것 같지는 않다.

왠지 넉살 좋아보이고 사람 좋아하는 저자의 품성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많이 행복할 수 있구나 싶다.

 

그럼에도 산장은 긴장을 늦추지않아야 한다.

고립되고 폐쇄적인 공간이라 어떤 일이 불시에 일어날지 모르니깐.

특히 공감되는 것은 산장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역시 사람과의 관계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저자는 여러번 말한다.

"산에서 생활하고 산에서 사는 인간은 돈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해야 한다.

자신이 산에서 어떤 재해를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해두어야 한다.

많은 사람의 협력이 있기에 산장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산이라기보다는 생활의 장이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익숙해지더라도 이곳은 자연 한가운데다.

항상 상상력을 발휘해 행동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산장 생활에서나 사람에게서나 융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전파가 닿지 않는 산 속에 있으니 어떻게 연락할 방법이 없다.

휴대전화 대신 평소에 쓰지 않는 편지를 쓴다는데, 산장에서 스케치한 그림을 그림엽서로 사용하고.

산장에 자주 들르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산 아래 우체국에 넣고, 답장은 한 달에 한 번 헬기로 받는 짐에

들어있거나 산 아래서 올라오는 지인이 가져다준다고 한다.

불편한 것 알고 산 속으로 들어갔기에 불평 불만은 형식적이다.

그나저나 산장에서 스케치한 그림으로 편지를 받는 사람은 좋겠다.

치열한 여름의 흔적들이 그림에 생동감있게 싣렸을테니 얼마나 행복할까?!!!

그림그리는 것에 영 소질이 없어서. 그래서 내가 그림 예쁜 편지지도 집착하나보다.

카톡이 아닌 편지로 보내는 아날로그 감성, 캬아... 자연과 어울리지 않을 수 없다.

예쁜 것을 산 속에서 보고 넉넉한 마음을 가지게되니 저절로 힐링이 되겠다.

 

9월 후반 되면 산장의 문을 닫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된다. 산장 개장 작업을 되감기 하듯.

힘들었지만 얼마나 아쉬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3~4개월 동안 머물고 정들었던 곳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것을 해마다 해왔지만 늘 마음 한 켠에는 앓이로,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유해진과 손호준이 삶은 거북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어떻게 다듬었지?

잠깐동안 기억의 혼란이 왔을 때, 뭘 채집하고 따는 것 체질이 아닌 차줌마 차승원이 몸이 기억한다고....

잊은 듯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때가 되어 산장으로 올라가면 몸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해낸다.

늘 새로운 듯 전혀 새롭지 않은...... 아쉽지만 홀가분하듯.

유쾌발랄한 이 평범한 여자의 산장일기가 끝나게 되어 나도 무척 아쉽다.

 

"다카마가하라 산장의 영업도 내가 좋아하는 곤들매기 낚시도 9월 말로 끝난다.
10월이 되면 산장지기가 나에게 다이토 신도로의 등산용 쇠사슬을 철거해 오라는 일을 준다.
화창한 가을을 즐기라는 배려다. 펜치, 스패너, 쇠지레, 그리고 카메라와 도시락을 배낭에 담아 서둘러 나선다.
산장 주변의 단풍은 10월에 막 들어섰을 무렵이 가장 아름답다.
반짝반짝 햇빛이 닿는 경사면은 겨울을 앞두고 마지막 반짝임으로 가득하다.
시들어가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니 정말 대단하다."

시즌마다 다른 기분이 들텐데, 그럼에도 시작할 때나 끝날 때 매번 모든 자연과 사람에 감사함을 잊지않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쉽지만 행복했다고 말하는 듯 하다.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의 '월든'과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을 보는 듯 잠시 착각했다.

조금 특별한 산 속 일상 이야기는 나에겐 충분히 매력적이고 다시 불을 지핀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정말 살고 싶다!!!

 

 

 

반응형
Posted by 빗살무늬햇님

google-site-verification: google3339f54caf24306f.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