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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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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날들보다 도서관에서 시집을 많이 빌려온 날이었다.

벌써 시간은 3주가 흘렀다.

시도 읽고 다른 책도 읽고 쓰고 여전히 혼자 바쁜 척 했나보다.

항상 도서관에 가면 뭐에 홀린 듯 무리하게 책을 모셔온다.

검색한 책보다 도서관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면서 마음 가는대로 가져오는 때가 훨씬 많다.

정호승 시인의 시도 그랬다.

시에서 받은 느낌이 밝고 좋았는데... 빌려온 시집 <당신을 찾아서>는 이전의 시들과 달리

결이 다른 느낌을 받았다. 어둡고 무거웠다.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하는 듯 고백적인 시들이 많았다.

죄를 회개하고 참회함으로 용서를 비는 얼핏 참회록의 느낌이 들었다.

시인 윤동주의 '자화상'과 '참회록'이란 시가 연상되기도 했다.


 

묵념

봄길을 찾아가다가

허리가 잘린 개미에게

숲길을 찾아가다가

온몸이 으깨어진 달팽이에게

빗길을 찾아가다가 결국

꿈틀꿈틀 땡볕에 말라 죽어가는 지렁이에게

끝내 하늘의 길을 찾지 못하고

날개마저 찢어져

길바닥에 떨어져 죽은 매미 주검에게

인간의 모든 발걸음을 멈추고 묵념하다

먼 지평선 너머

십자가에 매달린 한 청년의 미소가

저녁놀이 될 때까지


 

시인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이 무엇일까?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살아낸다는게 참으로 고단한 일이구나 싶다.

깨끗하게 정직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내 양심이 자꾸 가만두지 않는걸까?

거울을 보면서 자기를 때를 닦아내는 시인의 고통이 느껴진다.


 

모란을 위하여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피어났구나

아직 피어나지 않았는데 아름답구나

아직 아름답지 않은데 향기롭구나

아직 향기롭지 않은데 먼 데서

나비떼가 날아와 꽃이 지는구나

아직 봄이 지나지 않았는데 온 천지에

기쁨의 슬픔이 찬란하구나


 

때는 아직 이르지 않았는데 모란은 서둘러 피고, 아름답고, 향기롭고, 지고, 찬란했다.

봄이 아직인데 바빴다. 봄은 지나지 않았다.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분위기와 마지막 역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새똥, 해우소, 먼지..... 사람들이 피하는 소재물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자연을 의인화해서 친구로 맞아들인다. 기꺼이 자신의 삶에 합류시킨다.

낯설게 보기가 아닌 친밀함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어두운 시집이란걸 상쇄시키는 듯 하다.

그래서 이 시집의 따뜻함을 느꼈다. 온기가 필요하고 온기가 있는^^


 

시각장애인이 찍은 사진

시각장애인이 사진을 찍을 때는

파도는 찍지 않고 바다만 찍는다

능선을 찍지 않고 산만 찍는다

나뭇잎은 찍지 않고 나무만 찍는다

인간은 찍지 않고 사랑만 찍는다

 

시각장애인이 혼자 사진을 찍을 때는

그저 웃는다

시각장애인이 찍은 사진을 보면

온통 웃는 풍경뿐이다

 

골목도 웃고 지붕도 웃고

하늘을 나는 새도 웃고

골목의 개도 웃는다

보이지 않던 아기 부처님도

슬며시 골목에 나타나 미소 지으신다

 

시각장애인이 찍은 사진을 보면

비어 있는 하늘이 충만하다

흘러가버린 구름이 꽃을 피운다

침묵의 그림자가 노래를 부른다

달그림자가 따뜻하다


 

살아가면서 때론 한번씩 나의 지나온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특히 그 때는 정말 힘들고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어려웠던 삶이 시간 속에서

어떤 기억의 한 장면으로만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그 때 잘 지나온 것에 대해 감사한다.

부끄럽고 참 얄밉게 행동했던 고약한 마음 심보도 어느새 동글동글해졌다.

매일의 시를 쓰야한다. 나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건네야한다.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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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6. 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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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편한 전자책도 있는데 자꾸 나는 종이책을 산다.

사실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익숙하고 싶지 않은게 전자책이다.

스마트폰 앱만 깔면 종류별로 다양한 책들을 접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종이책만 계속 읽고, 책장은 책으로 쌓여간다.

정말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가보다!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온다.

그 책들 가운데 책 읽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는 책도 극히 드물다.

입소문 나서 베셀이거나, 특정 작가에 대한 끈끈한 신뢰로 이어져 책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책 읽는 사람도 적고,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어려운 속사정이 있다.

출판계의 불황은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니깐.

어떤 경로로든 읽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북카트에 쌓아두고 한꺼번에 같이 사는 일이 흔하다.

중2 아이가 내일 모레 등교 개학하는데 책을 학교에 가져가서 읽어야겠다고 하길래

원하는 책을 사면서 내 것도 같이 구매했다.

이 어미와 달리 책 안 읽는 아이인데, 한번씩 책 사달라고 할 때는 기분이 너무 좋다.

그 책이 아이 취향에 맞게 로맨스이건, 스릴러이건..... 다 괜찮다.

읽는게 중요하니깐^^

엊그제 주문했는데 오늘 바로 배송되었다. 완전 빨라서 놀랬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저/류승경 역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16일 | 원제 : Grandma Moses: My Life's History

시의 온도: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저/한정주 편역 | 다산초당 | 2020년 02월 17일

★혜성이 다가온다: 토베 얀숀 무민 연작소설 1

토베 얀손 저/이유진 | 작가정신 | 2018년 03월 16일

 

 

읽을 책이 쌓여간다.

도서관에 내일 모레 빌린 책 반납하면서 찜해뒀던 책 1,2권 더 빌려올 예정인데.....

행복하다. 시간에 얽매이지않는 책 읽기 시간이 좋다.

경쟁적으로 읽고 써야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더 좋다.

그 책에 관해서 진정 내가 도움받아야 될 마음씀씀이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이공간에서 읽고 쓰는 재미가 진심 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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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3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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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던 날부터 이듬해까지
학교 학부모 명예사서로 일주일에 2,3번 도서관에 들락날락했다.
사서가 없는 작은 학교라 1,2학년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도서관 자원봉사를 했다.
그 덕에 나는 아이에게 일년에 거의 3,4백권의 그림책을 빌려와서 읽어줬다.
열심히 읽어준 덕분에 아이는 방학이 끝나면 다독상도 꾸준히 받았다.
아이가 3학년이 되고, 마산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집 옆에 학교가 있는데, 규모가 1400명 이상인 곳이라 도서관에 사서도 있었다.
그 이후 도서관 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고 아이에게 책도 읽어주지 않았다.
이제 그림책과의 인연은 없구나 싶었는데..........
2년 동안 아이에게 꾸준히 읽어준 약 1천여 권의 그림책 효과였을까?
오히려 내가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그림책 읽어주는 엄마가 아니라 그림책 읽는 아줌마가 되었다.
아이의 눈이 아닌 오롯이 어른의 눈에 비친 그림책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점점 어른의 시선으로 읽게 되니 뭐랄까...... 그림책이 주는 위로를 더 많이 받는 듯 했다.
그림책과 사랑에 빠진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다른 책도 좋지만 그림책 읽는 시간은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는 것 같았다.
콕 찝어 '이 책 너무 좋다'는 한 권의 그림책을 꼽는 것은 참 어렵다.
모든 그림책에서 받는 위로가 다르기 때문에.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기억에 남는 그림책은 있다.
추억과 기억이란 이야기가 오브랩된다면 그 책은 내 것도 된다.
백희나 작가님의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이 그랬다.


집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목욕합니다' 간판이 적힌 목욕탕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는 언니와 나를 데리고 목욕탕에 갔다.
엄마와 언니와 달리 나는 목욕탕 가는게 너무 싫었다.
일단 이것저것 목욕바구니에 준비해 챙기는게 귀찮았다.
뜨거운 김이 폴폴 올라와 숨막히고 답답한 그 공간이 싫었고,
엄마가 이태리 타월로 때를 빡빡 미는게 너무 아팠다.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목욕탕에 가면 냉탕(찬물) 있는데, 냉탕에서 노는게 마냥 좋았다.
작은 물동이를 배에 안고 물장구치며 둥둥둥~~~
샤워기에서 찬물이 솟구칠 때 폭포수처럼 시원함은 그 밑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기분이 날아갈 듯 좋고, 목욕탕 오기를 잘했다고 그 때 조금 느낀다.
엄마는 때도 불리지않고 찬물에 간다고 잔소리를 했지만..... 엄마의 그 때 그 잔소리가 그립다.


목욕 다 하고 나오면 당근 바나나 우유~~ 요구르트는 집에서 많이 먹는다.
우리집은 아빠가 이발소를 하니 이발소 작은 냉장고에 요쿠르트가 언제가 떨어지지 않으니깐.
그래도 목욕탕에서 마시는 요구르트는 확실히 맛이 다르다.
꼭 먹어줘야 될 것 같은 목욕탕의 요구르트다.

이런 목욕탕의 기억은 어느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수탕 선녀님>의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다.
내 어릴 적 추억의 단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수탕에서 덕지가 만난 선녀와 나뭇꾼의 그 선녀님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우리네 동화 '선녀와 나뭇꾼'에서 나무꾼이 선녀님의 옷을 가져가는 바람에 하늘집으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님이
시간이 엄청 흘렀는데도 날개옷을 찾지 못해 이 땅, 장수탕에서 살고 있었다는 설정도 기발하고 좋았고
특히 다른 사람도 아닌 덕지의 눈에 보인것도 신기했다. 어여쁜 선녀님이 할머니시다.
아주 오래된 목욕탕에 사는 선녀님이라니.... 이름값 제대로 하는 목욕탕 '장수탕'이다.


덕지도 아마 목욕탕에 가기 싫은가보다. 엄마의 꾐에 넘어간게 요구르트 였다.
울지 않고 때 잘 밀면 요구르트 사준다고...... 그런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장수탕에서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고 할머니와 재밌게 놀았다. 냉탕에서.
폭포수 아래에서 버티기, 바가지 타고 물장구치기, 탕 속에서 숨 참기~~
냉탕에서 노는 법을 너무 잘 아는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눈에 비친 요구르트, 할머니는 분명 요구르트를 먹어본 적 없으시다.
덕지는 울지 않고 때를 밀었고, 숨도 꾹 참았다. 요구르트를 위해서....


엄마가 사준 요구르트, 덕지는 할머니께 드렸다. 착한 덕지!! 자기도 요구르트를 먹고 싶었을텐데, .....
자기와 잘 놀아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일거다.
그리고 다음번에도 장수탕에서 할머니와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을거고.
찬물에서 놀았더니 감기가..... 꿈에서? 할머니가 '요구룽 고맙다. 얼릉, 나아라 덕지야^^'


지금은 목욕탕 가는 일이 거의 없다. 욕실이 있는 집에서 사니깐.
매일 또는 이틀에 한번씩 샤워를 하니깐.
그래서일까? '장수탕 선녀님' 책을 읽으면 어릴 적 목욕탕 자주 갔던 일들이 생각난다.
명절 되면 특히 새벽에 일찍 일어나 목욕탕에 가서 씻고 큰 집에 갔던 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명절 때 새벽의 목욕탕은 얼마나 사람들로 북적였는지, 일찍 나서지 않으면 탕 주변으로 자리가 없어서
낑겨서 앉아 씻었던 기억도 생생한데.....
이 책은 지금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잘 와닿지 않을 듯 하다.
오히려 우리 어렸을 적 엄마 따라, 아빠 따라 목욕탕 갔던 세대만이 공유하는 추억이랄까.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그래서 더 특별함으로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새삼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힘겨움과 자주 또는 종종 마주하는데, 그 때마다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면
위로를 많이 받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는 것도 어른의 몫이란 생각도 들고.
요즘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힘겨움의 때를 넘어갈까?
가장 가까이 있는 내 아이도 힘들다, 힘들다 할 때 엄마인 내가 뚝딱 해결해줄 수 있는 위로가 없는데....
그냥 들어줄 뿐인데.....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 짠~~하다.
오고가는 인연들 속에서 장수탕 선녀님을 만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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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30.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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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직원 능력 개발로

29,000원(정가) 가격 안에서 보고 싶은 책을 작성하도록 하고 일괄 구매를 했다.

기분이 좋았다. 어제 책을 받았다.

금액 맞추기가 제일 힘들었지만 읽고 싶은 책은 많기에 북카트에 넣어둔 책을 참고로 써서 넘겼는데.

아래 두 권의 책이 나에게로 왔다.

 

● 동주와 빈센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 윤동주 저/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이도우 저 | 시공사

 

 

읽고 싶은 책 항상 북카트에 넣어뒀는데, 언젠가 살거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책을 선물 받음은 행복한 일이다.

책을 언제까지 읽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더 좋고.

읽고 잘 쓰야지 하는 마음보다 읽은 내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해서 글로 정리하는 일이 너무 좋다.

표지에 마음이 가는 것은 제일 먼저 보이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나보다.

특히, 표지 그림이 빈센트 반 고흐 [꽃 피는 아몬드 나무/1890] 그림이라서 예쁘다.

윤동주의 시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이 만났다.

어떤 시와 어떤 그림이 어울렸을까? 궁금하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 신청했다.

어떤 작품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 각인되면 당연히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서 읽게 된다.

꼭 자석에 끌린 것 마냥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그의 찐팬이 된다.

그 과정이 좋아서 책을 읽는다.

 

책과 인연 맺은지 12년째다.

덩달아 책에 대해서, 내 삶에 대해서 긁적임이 시작된지도 12년째다.

짧을 수 있고, 길 수 있는 시간이다.

나에게는 영혼의 단짝을 만난 듯 매 시간 행복을 주었고 선물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그 물들임의 시간이 감사하다.

 

책에 집중하는 시간은 밤, 바람이 스며들 때다.

지금 이 시간^^

글을 적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는 마음이 가장 풍족한 시간이다.

습관처럼 하루를 잘 닫아야한다.

커피를 마시거나, 레몬밤이나 옥수수 수염차를 마신다.

늦은 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고 하는데 나는 잠만 잘 온다.

책을 읽다가 자연스레 눈이 감기면 자면 되니,

don't worry, be happy~♥

특히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밤은 정말 내일이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라 좋다.

아... 토요일 밤은 다음 날 주일이니 조금 신경쓰인다.

금요일,  가장 마음이 두근두근하는 시간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오늘 책을 3권 구매했다. 물론 카트에 담겨있는 책이다.

아이가 다음주 수요일 등교개학 하는데, 학교에서 책을 가지고 오라했는지 검색하더니

로맨스 소설책을 사달라고 해서 같이 구매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과 집에 오랜 시간 먼지와 함께 쌓여있는 책들까지 읽은 책은 너무 많은데.....

계속 욕심내는 책은 또 산다. 부지런히 읽는 일만 남았다.

요즘 초여름 밤의 공기가 맑고 좋다.

바람도 적당하고, 별들도 반짝반짝~~~

이런 날에는 책과 차茶.... 빠질 수 없지.

평안하고 아름다운 밤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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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3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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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tvn에서 하는 '삼시세끼'이다.

특히, 차승원(차줌마) 유해진(참바다) 손호준(호준아~) 조합을 좋아한다.

거창하지 않고, 담백하고 소박해서 좋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내 마음에 들어서 편안하게 보게 된다.

믿고 보는 프로라서 이때까지 시즌별 삼시세끼를 다 본방사수했다.

차줌마와 유해진의 케미는 물어보나마나이다.

일상에서 그들의 길고 돈독한 인연만큼이나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미지 또한 마음에 든다.

가식이 없다. 배려하는 마음은 더욱 깊다. 퍽 인간적이랄까.

여기에 그들이 아끼는 후배 손호준은 너무 착하다.

튀지도 않고, 그냥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 한다.

그래서 두 선배들은 든든한 호준이를 많이 챙긴다.

말은 안해도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그들이기에 방송에서 비치는 그들 모습은 솔직담백하다.

프로그램과 결이 맞다. 결이 맞는 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들로서도 복이고,

그들을 믿고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참 행복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방송을 보고 왠만하면 글을 잘 쓰지 않는 편인데, 인상적이었나보다.

좋은 사람들을 방송에서 볼 수 있다는게 그냥 좋아서....

 

벌써 어촌편 5번째 시즌이다.

한여름의 고창편에서 여름의 열기와 함께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채소들이 자라고

근사한 여름의 식단이 완성되어졌고,

에 벼를 직접 심고 수확하는 과정에서의 뿌듯함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겨울 2번의 만재도에서 낚시와 통발, 바다내음 풍기는 해산물들로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뚝딱 만들어내는 밥상도 좋았다. 그리고,

이번엔 죽굴도에서의 봄과 초여름 사이, 텃밭과 바다 만찬의 콜라보~~~

차줌마의 요리 실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뭣이든지 뚝딱 해내는 그는 요리계의 능력자이다.

배추와 무, 쪽파 등 있으면 무조건 김치를 만들어놓고 참바다씨가 바다에서 낚아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마늘 장아찌도 담아놓고, 어마무시하게 일 많은 두부까지 만드는 것 보고 아.... 진짜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물고기 종류 상관없이 무엇이든지 낚기를 원하는

참바다씨의 속타는 마음도 엿보고, 차줌마 못지않게 필요한 것 제 때 만들어내는 그는 '이케요'의 장인답다^^

낡아서 고장나서 한쪽 구석에 있는 풍로도 참바다씨의 손을 거치고나면 아주 그럴싸하게 이름값하게 된다.

이름하여 '강력ㅎF' 이름짓는 것도 재치가 번뜩인다. 그의 '아뜰리에 머슬' 어떻고. 입장조건도 까다롭다.

아무도 못 들어가는 철저한 멤버십으로 운영된다. 

신장 177cm 미만만 입장 가능하다"며 "사실 (키가 작은) 나와 손호준을 위한 공간이다.

 

둘은 참 다른데,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 아니 셋이~~ 참바다, 차줌마, 우리 호준이~~

다름을 알기에 인정하고 들어간다. 그래서 이들에겐 배려가 절대 낯설지 않다.

5회분 방송을 했다. 만재도에서 3대장(참돔/돌돔/문어)과 인연이 없었던 참바다씨,

드디어 죽굴도에서 참돔을 낚았다. 통발에 돌문어도 잡혔고.....

그동안의 마음 고생이 싹 날라가버린 순간이다.

더 위풍당당해졌다. 차줌마에게^^

바다인데, 풀떼기로 가득한 밥상이 이제 싱싱한 회를 영접한 순간 말하면 뭐해~~~

 

게스트로 공효진과 이광수 그리고 삼시세끼 정선편의 히로인 이서진이 출연한다.

예전에 옥순봉에 참바다씨가 구경갔는데.... 이서진씨가 마지막 게스트로 죽굴도에 온다....?

살짝 궁금하기도 하다. 오늘 어촌편 마지막 방송분 찍으러 죽굴도로 간다는 방송을 얼핏 봤는데.

나는 개인적 생각으로 사실 게스트 없이 참바다, 차줌마, 호준씨(님?) 셋이서만 있어도 좋은데^^

 

남은 방송 기대된다.  그리고 점점 시간이 갈수록 아쉬운 마음이 든다.

오늘 이 방송 하고 나면 몇 회 남지 않았네, 하는 마음에~

그 땐 다시 돌려보기를 보거나, 유튜브 짤방으로 즐겨야겠다.

해마다 삼시세끼 해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도 품어본다.

금요일 밤 9:10 tvn / 그 날 그 시간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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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0. 5.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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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말 걸어오는 요즘이다.

도서관에 가서도 요즘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은 시집이다.

참 이상하다. 나는 시와 별로 친하지 않은데, 시를 읽는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랬구나. 시를 읽어서 어려웠구나.... 이해하기보다 그냥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자꾸 이해하려고 했으니 시가 마음에 닿을리가 없지.

어렵게 쓰여진 시도 있지만 쉬운 언어로 살갛게 다가오는 내 감정이 배려받는 느낌의 시도 있다.

순수하고 예쁜 우리말로 쓰여진 시는 몰입이 잘 된다.

삶을 잘 버무려낸 시도 그렇다.

평범한 삶 속에서 누구나 아는 보통의 단어들로 채운 시에 끌린다.

 

김용택 시인의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면, 좋겠어요>이다.

이 책은 시집 같으면서도 산문집 같기도 하다.

첫 서문에 시인이 '시와 산문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왕래하라' 라도 적혀있다.

옛날 일기장을 들여다보면 어떤 날에는 시가 적혀있고, 어떤 날에는 이야기가 적혀있고, 또 어떤 날에는

시와 이야기가 같이 적혀있는 날도 있었다. 이 책이 딱 그렇다.

시인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이야기들이라 편하게 읽었다.

닿는 구절은 포스트잇으로 메모도 하고, 좋은 글은 모서리 살짝 접어놓기도 했다.

 

초겨울 시작될 무렵부터 봄까지의 여정이 담긴 글들이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새가 울고, 봄이 오고, 강물에 반짝이는 햇살과 강가 산책,

일상의 평범한 나날들 책을 읽고 시를 짓고, 소박하게 밥을 먹고, 꽃이 피고, 초록잎으로 짙어져가고,....

시인의 삶도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일상 속에서 시인이 보는 시선은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시인이구나.

나도 길가에 핀 이름모를 예쁜 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데.

오늘 아파트 담벼락에 핀 작은 풀꽃이 무리지어 피었길래 사진 찍었다.

꽃검색 해보니 이름이 '자주괭이밥' 99%라고 나온다.

아파트 화단에 올해는 유달스레 괭이밥이 많이 피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나 괭이밥 꽃이 노랑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자줏빛도 있다니..... 잎을 자세히 살펴보니 세잎클로버 비슷하다.

괭이밥 맞다. 이렇게 꽃 하나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구나.

꽃마리도 냉이꽃도 아는 꽃이 많이 나와서 좋았다.

찬찬히 조금씩 읽어 본 책은 시인의 일기장이었다.

 

♣ --------♣ 오늘도 그렇게 하였다 ♣--------♣

아침은 늦게 먹는다.

빵을 먹는다.

샌드위치는 딸이 만든다.

계란 프라이, 넓적한 치즈, 넓게 썬 토마토, 오이를 넣고 쌓아 만든다.

빵은 아주 작은 빵집에서 주문한다.

전주 삼천동에 있다.

무설탕 통밀빵이다.

빵집의 넓이는 알맞게 좁아서 불빛은 애틋하고 부부의 움직임은 조용조용 선량해 보인다.

겨울이니 해가 짧아, 점심은 먹지 않을 때가 많다.

고구마를 구워 먹는다.

고구마를 손가락 두께로 바퀴처럼 썬다.

오븐에 이십이분 돌린다.

반찬 없는 밥이 배를 홀가분하게 한다.

아내는 이따금 '우리 반찬 없는 밥 먹자'고 한다.

고추장에다가 생멸치 그리고 신김치로.

식탁에 가서 서서 먹을 때가 있다.

집안 정리하고 빨래 널고 빨래 갠다.

오늘도 그렇게 하였다.

세시 반쯤 되면 강언덕 느티나무 그림자가 강에 떨어져 자꾸 흘러가고

뒷산 그늘이 강을 덮고 앞산을 오른다.

하루가 금방이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겨울 강을 건너갔다.

 

평온한 시인의 하루 일상이다. 조곤조곤 말 걸어온다.

새롭지 않은 일상인데도 애틋하고 좋다. 그냥 그런 일상도 시인이 기록하니 느낌이 달랐다.

~뒷산 그늘이 강을 덮고 앞산을 오른다......... 자주 본 풍경이다.

시간이 되어 만들어진 그늘이 점점 산으로 산으로 오르는 장면을 글로 쓰니 다른 풍경인 듯 새롭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겨울 강을 건너갔다...... 이 표현이 좋다.

 

지나고 나니 비로소 느끼는 것은 다 무난한 하루였다.

힘든 일도 어려운 일도 고민되는 일도 그 때일 뿐 아무것도 아닌.... 지나면 무난해진다.

요즘 유튜브 짤방으로 '나의 아저씨'를 보게 된다. 웰메이드 작품, 순간순간 빛나는 어록들.

특히 극 중 박동훈(이선균)이가 이지안(이지은)에게

'네기 대수롭게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옛날 일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책을 읽으면서 본 드라마 중에서 생각이 교차되는 지점이 있다.

이중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 --------♣ 나는 오늘 별이 아름답다 ♣ --------♣

이불 털어 만조 형님네 집 빨랫줄에 널고

방 청소 자세히 하였다.

1,2월에는 강연이 적어 집에서 노니

돈 쓸 일이 따로 없다.

돈 벌 일 없어 돈 쓸 일 없으면 경제 안정이다.

산을 보는 일은 돈이 안 든다.

책값하고 이발값만 든다고 말하면 아내가 눈 흘긴다.

해 졌다.

방이 따습고, 편하다.

두 팔 뻗고 두 손 놓고 바람 보며 놀다보면 금세 뒷산 그늘이 강을 건너

앞산을 타고 올라가서 꼴까닥 산을 삼키고 넘어가버린다.

어둠이 산에서 내려온다.

산을 보고 있으면 어둠이 산에서 슬금슬금 강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어둠이 어느 정도 짙어지면 금방 별이 반짝인다.

별을 올려다보며 말한다.

"나는 오늘 별이 아름답다"

 

일상이 시가 된다. 이런 일상적인 시가 나는 좋다.

살아있는 느낌이랄까?

~봄빛이 희게 닿았다. 농부의 몸이 봄을 만나면 나무들의 물관처럼 바빠진다......

나도 이런 시, 이야기를 쓰고 싶다. 삶에 잘 버무려낸.

삶과 사람 냄새 가득 베인 자연친화적인^^

밤이 어둠속으로 깊어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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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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