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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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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 맑은 하늘과 공기 그리고 계절이 바뀌었음을 바람으로 느낀다. 

눈에 보이는 미세한 움직임의 대상은 나무와 꽃, 하늘 둥둥 구름과 흙의 감촉, 그리고 볕까지.

닫히고 막힌 콘크리트 건물에서 일상을 살아내지만,

바깥을 보면 산이 있고 나무와 식물들이 심겨지고 피어서 피로했던 삶이 위로를 받는다.

삭막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주는 위로는 크다. 충만한 행복감이다.

책「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을 읽으면서 감사하게 된다.

 

우리의 뇌가 자연으로부터 어떻게 반응하는지 여러 연구와 사례들을 통해 알게 된다. 

객관적인 자료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산과 바다를 찾아다닌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병을 낫았다는 사람도 많다. 

도시의 병원에서도 정원을 조성하거나, 텃밭을 가꿈으로 변화를 도모한다. 

자연으로부터 오는 사람의 치유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을 알기에. 

불안과 우울, 만성 피로감, 잦은 스트레스는 뇌와 연결되어 바로 반응한다.

현대인들에게 100% 만족을 보장하는 자연은 곧 건강한 삶으로 연결된다. 

 

 

나도 자연으로부터 행복을 많이 느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소소하게, 사소하게^^

식물 키우는 것은 애초에 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학교에 있다보니 화초가 자연스레 도서실로 들어온다. 

처음에는 난감했다. 햐아.... 그냥 볕 잘 들어오는데만 놔두면 되겠지. 

물 주고, 적당히 보기좋게 자리도록 자리 정해주고, 때로는 나몰라라 할 수 없어

화분갈이도 해줬더니 계속 살아있다. 살아있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잘 커간다. 

 

화분 하나 없던 도서실에 화분이 줄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화초를 너무 잘 키우네요' 졸지에 식물 잘 키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전혀 아닌데...

내가 키운게 아니라 이 공간이 식물들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물론 그 환경을 만드는데 내 노력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우리 학교 둘러봐도 내가 머무는 공간 도서실이 제일 깔끔하고 쾌적한 듯(^^;;;) 

 

 

이 도서관이란 공간도 자연 속이다.

나무가 원재료인 종이책이 가득하고, 화초까지 덤으로 있으니.

나도 우리 아이들도 자연 속에 들어와있다. 

'우아한 심성'이란 꽃말을 가진 스킨답서스의 우아한 생장 속도에 요즘 행복해하고 있다. 

'조화예요?' 아니요. 생화인데요. 와.... 저 자리에 어쩜 저렇게 어울리다니.

색깔도 곱지만 도서실에 들어오는 순간 저 스킨답서스가 단연 눈에 확~ 띈다.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살아있음을 보고 함께 살아낼 힘을 얻는 것.... 진심 행복하다. 

 

 

도서실의 분위기가 달라졌고, 훨씬 밝다. 아이들 정서에도 얼마나 좋을까!

도서실만 오면 아이들은 무장해제된다. 마냥 쉬고 간다. 

책 안 읽어도 좋다. 이 공간을 찾아주는 것 만으로도 좋다.

도서실의 딱딱한 풍경이 바뀌고 있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아무 생각없이 머리가 맑아지고 긴장이 풀리는 것처럼.

 

앞 뒤로 산이 보이고 정원이 가까이 있고 식물을 매일 마주하니 힐링이 된다. 

내가 좋으니 자꾸 일을 벌리게 된다. 다시 식물을 화분갈이 하고 심는다. 

막무가내 우연찮게 내게로 온 식물들이 내 삶의 쉼이 되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자연은 오묘하며 아름답다. 인간다운 삶에서 자연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풍경 숲, 바다, 산이 뿜는 공기가 좋다. 

그리고 밤의 고요함과 비 오는 풍경을 좋아한다. 

2022년 새해 사궁두미 마을에서 본 일출은 잊을 수 없다. 

자연이 만든 풍경에 약하고 작은 인간은 경외감과 함께 엄숙할 수 밖에...

 

코로나 19로 모두 숨죽여왔던 시간들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누려왔던 자연의 부재를 느끼며 지나왔던 시간들이다. 

인간관계 속에서 온전히 누리지 못한 행복함을 자연을 통해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다행스레 자연이 주는 행복함은 오래 간다. 잊어버리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으면. 

아주 소소한 이 행복을 누리는 복 받은 사람은 아마 마음이 여유롭고 넓을 듯.

 

친밀함은 소통이다.

친해지면 더 알고 싶어진다. 가까이 가야한다. 그리고, 그 매력에 헤어나올 수 없다. 

뇌과학이 밝혀낸 자연이 선물하는 만족감의 비밀은 아주 사적이다. 

친밀할 수 밖에 없는... 자연을 향한 사랑스런 눈길은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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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9. 1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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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살아오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속으로 아파했거나 여전히 지금도 아프거나 힘들어하고 있을 뿐.

마음을 제 때 돌보지 않으면 삶에서까지 생채기로 남기도 한다.

일상적인 스트레스와 함께 하는 요즘 사람들의 자기 마음 지키기(돌보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개인주의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마음 나누기란 참 힘들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열고 나를 아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자발적 외로움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한편 우리 사회상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마음 심리에 관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팔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에도 진행중이고, 미래의 불확실성은 불안함으로 번진다.

어떻게든 헤어나올 수 없는 상처는 삶의 얼룩으로 남아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들의 얼룩을 지워낼 수 있다면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하지는 않더라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지는 않을까?

소소함 속에서 감사한 일상의 회복을.

 

 

아픈 기억을 지워주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구겨진 마음의 주름도 다려주고, 얼룩까지 빼줄 수 있는....

모든 얼룩을 지워준다는 마음 세탁소가 있다면 대박날 듯 싶다. 

아픈 기억, 구겨진 마음, 얼룩진 상처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책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알게 되었다. 설마... 정말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며 스스로를 열어 보이는 이들은 꽤나 용감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이 곪아 있다.

곪아 있는지도, 아픈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아픈 상처 한 두 개쯤은 치유해주어야 살 만해진다는 것도 모르면서 살아간다. "(110쪽)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춤하며 들어가는 사람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쳤다. 

그러나, 이 곳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의 마음은 홀가분해졌다. 밝아졌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란 메리골드 꽃말처럼 이뤄졌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이름 잘 지었다. 

메리골드 꽃은 이름만 들어봐서는 몰랐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지나가면서 많이 봤던 흔한 꽃이었다. 

흔한 꽃이라서 무심하게 지나쳤지만, 이젠 허투루 보지 않을 것 같다. 

반드시 오고야 말 그 행복 때문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마음 세탁소를 찾아오는 누군가를 위해 매일같이 따뜻한 위로 차를 끓이는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주인장(지은)은 사람들의 아픈 기억과 구겨진 마음들을 씻어주고, 다려준다.

힘겹게 꺼낸 속마음들을 찬찬히 들어준다.

사람들은 자기 말을 들어준다는 그것만으로도 크게 위로를 받는다. 

쉬이 공감한다는 말의 가벼움을 생각한다.

 

"아파 죽을 거 같아서 제발 그만하게 해달라고 하늘한테 애원했는데,

돌아보니 그 상처들도 다 내 삶이었어요. 상처 없으면 나도 없더라고요....(중략)

나는 내 인생 싫어하지 않아요. 전엔 나마저 내 인생 싫어하면 너무 안쓰러워 좋아하려 애썼는데,

이젠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좋아졌어요. 좋다고 생각해보면 내 인생이 너무 예뻐 보여요."(172쪽)

 

'좋다고 생각하면 내 인생이 너무 예뻐 보여요.' 이 말의 힘을 마음에 담는다. 

내 마음의 주인은 나다. 그 누군가가 내 마음을 함부러 할 수 없다. 

누군가의 말대로가 아닌 내 마음이 원하는대로 나를 아껴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때때로 우린 마음 들여다보기에 너무 서투니깐.

 

지우고 싶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로 오롯이 남은 마음의 얼룩도 있지만, 

그 힘겨웠던 삶 속에서 또 나를 일으켜줬던 힘들었지만 힘이 됐던 기억도 있다. 

구겨진 마음, 도망가지 않고 겪어낸 후 나이테로 남은.... 오늘을 살아왔던 시간들, 그리고 살아내야 할 시간들.

폴 발레리의 詩 [해변의 묘지] 중 일부인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책「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주제 같다.  의미심장한...

 

온기 가득한 책을 읽었다. 그 온기는 사람과 사람 사이 우리네 일상에서 나온다.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지만 또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가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해보이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이지만 묘하게 사람을 끌리게 만드는

온화한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의 주인장이 웃는다.   맑음과 밝음을 선물받은 듯 뭉클한^^

오늘 하루도 감사함으로 내 몫의 삶을 잘 살아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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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9. 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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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라는 흔한 일상을 보낸다. 

늘 함께 하는 사람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내일도 계속 볼 얼굴들이다. 

그래서 오늘이란 시간과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함께 할 것 마냥 오늘이 이어져 내일도 똑같아 그 시간과 그 자리에 계속 머물테니깐.

장밋빛 약속을 하고 기대를 하면서 내일로 미루거나 사랑하고 실망하고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저마다 각자의 일상이 모여 나름대로 삶을 살아낸다. 힘을 내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흔한 문장은 비단 삶에서 일 뿐만이 아니다. 

닫힌 마음, 서운한 마음, 사랑한다는 말과 위로의 말들까지 식상할지라도 내 마음이 동할 때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말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 익숙한 말들은 어쩌면 여기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책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고 가슴에 담아본다. 

 

자연 재해와 사고 소식이 날마다 들려온다. 사람이 다치고 죽고.

재해와 사고 현장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속사정들이 있다.

죽음과 삶 사이에 놓인 전하지 못한 말들은 마음에 맺힌다.

생전에 전하지 못한 말과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먼저 간 이도, 보내는 이도 마음이 평안해질까?!

약혼자를 가슴에 묻은 여자, 아버지를 떠난 보낸 아들,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읽은 한 소년,

그리고 이 사고의 피의자로 지목된 기관사의 아내.... 그리고 묻힌 사람들의 수많은 사연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공감한다고 감히 얘기할 수 없는 슬픔이 된다. 

 

#탈선 사고 #도힌철도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 #카마쿠라 이키타마 신사의 도리이 #승객 127명 중 68명 사망

#사고 후 두 달 #유령열차 #니시유이가하마 역 유령 '유키호' #사고 전 가마쿠라선 상행 열차 승차

책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의 전반적 내용이다. 

 

[열차 승차 규칙]
1.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2.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3.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4.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전할까?

사랑한다 고맙다 고생했다 미안하다 힘들었지?.....

너무나도 자연스런 말들을 자연스렇게 표현하지 못했던 날들이다.

살면서 가장 힘이 되어주는 말들인데, 익숙해진 일상속에 표현하기 힘든 서툰 말들이 되었다.

자주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속마음을 들여다봤으면 누군가에겐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을까?

홀로 감당해야 하는 그 외로움과 힘겨움을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1인 가구(단독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개인적 사생활 침해받는 것에 민감한 사회이기도 하다. 

감당해야 될 삶의 무게가 늘어나는 팍팍한 요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도 무겁다.  

그 이면에 구석구석 소외된 곳이 있다. 사회적 관심이 세심하게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책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에서의  마지막 반전이 가슴 깊이 남는다.

.......  [열차 승차 규칙] 3의 예외_ 승객들은 다들 알고 있어, 머지않아 자신들이 사고로 죽는다는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려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승객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열차에서 내리게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저승이 아닌 이승에서 계속 살아주기를 바랬기에. 

먹먹함으로 읽은 책이다.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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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9. 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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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화가들의 그림을 잠잠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림을 그릴 때 화가의 마음을 다 알 수 없지만, 사람의 마음 모양은 다 비슷해서...

삶의 수많은 고민과 문제들이 엉켜있을 때 허쩌면 그들도 삶에서 잠깐 물러나

그림으로 위안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작품이 다각도로 여러 시선으로 읽혀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삶은 어느 누구에게나 쉽거나 순탄하지 않는 것!

읽어내는 그림은 참 어렵다. 그럼에도 가슴에 닿는 것은 그 삶이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화가들의 지극히 사적인 삶을 앎으로 그림을 보게 되면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마음과 마음이 교감하게 된다.

 

뒤피는 평생 즐거움이 담긴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인생도 누군가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가난했고,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하던 시기에는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으며,
노년에는 육체의 고통을 경험했다.
그의 인생은 그림 속 음표처럼 오르락내리락 했고,그가 사랑한 파도처럼 몰아치며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삶에 미소를 지으며 단조보다 장조를,
우울한 날보다는 눈이 부시게 빛이 좋은 날의 파도를 그려냈다. (126쪽) 

 

기존의 낡은 전통과 관습을 버리고, 정해진 스타일에 갇히길 거부하며,

새로움을 추구하여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기위해 노력했던 화가들.

일상의 평범함을 오롯이 그려왔으며 나름 치열했던 삶을 살아왔던 화가들을 만난다. 

책 「위로의 미술관」에서.

그림을 그리는게 힘들텐데 그 힘든것을 왜 계속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기에 그림을 그린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말을 새겨본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가 만만찮지만, 시간을 들여 해왔던 노력의 결과(열매)는 헛되지 않음을 잘 말해준다. 

수많은 물들임의 시간 속에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계속 해나감은

그 과정 자체가 현재 내가 살아있음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삶에서 무기력함을 왜 가장 경계해야 되는지 알게 된다.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지만,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라울 뒤피의 말로 인해 삶에 볕이 들어온다. 

 

예술은 사회를 반영한다.
권력의 입맛에 맞게 순응하는 예술도 존재하지만, 시대의 고통과 아픔을 표현하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예술은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콜비츠의 삶과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쉽게 표현 못하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넘치도록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73쪽)

 

편견없이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묘사한 작품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뭉클하다.

누구나 그 덤덤한 일상의 주인공이니까.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이른바 금수저이지만 결핍이 많았던 로트렉의 삶이 그랬다. 

남들과 다른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던 가장 소외되고 낮은 계층의 모습을 작품 속에 담았다.

일부러 미화하지 않았고, 자신의 감정 또한 과하게 이입하지 않는 진실함이 퍽 인간적이라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보니 많은 화가들은 나름 애썼고, 진지했고, 외로웠고, 너무 늦게 빛을 봤고, 휴식이 필요했음을 

그들이 남긴 그림들을 통해 알게 된다.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거나 찾는다는 것은 모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길 대신 어려운 길을 선택해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이유는

틀에 박힘을 거부하고 자기와 자기 작품에 대한 배려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함이 아닐까?

 

 

삶의 순간마다 고비가 있고, 고뇌와 상실감에 힘겨워 할 때 있지만 잘 넘고 견딘다.

결국은 개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사랑하는 것을 붙잡을 때 힘겨움도 건너간다. 

평범한 삶 속에서 나로 오롯이 남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든 무엇을 하든 내가 된다. 

예술가든 평범한 사람이든 자기만의 시간은 꼭 필요할 것 같다.

타인이 아닌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위로받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책「위로의 미술관」을 통해 그냥 좋았다. 잠잠히.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아니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누군가의 삶을 통해 나와 비슷한 삶의 지점에서 느껴지는 위로가 있듯이.

 

책을 통해 제법 많은 미술관 나들이를 했지만, 머리가 아닌 마음 깊이 삶을 연민했고

위로받은 미술관 산책은 참 오랫만이다. 

장마도 지났는데 잦은 여름 비로 생각과 마음이 가라앉을 때 많았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가을이 스며든 듯...

이런 날에 좋은 책 만나 내 마음이 평온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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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8. 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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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것을 보더라도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매사 호기심이 많고, 꽤 독특한 자기만의 세상을 그리거나 짓거나 이야기하는 사람들.

작가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싶다. 특히, 그림책 작가라면 탁월한 듯?!

호기심이 없거나 만들거나 짓는 재주가 없는 사람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책에도 유머가 필요하다. 맘대로 어떤 것이든 상상케하는, 위로받기 원하는 어른을 위한^^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들이 아닐까?

그림책을 많이 출간했는데, 읽어보면 고개 갸우뚱?~~~

아이들은 금방 이해하는데 어른의 입장에서 한 템포 느리게 이해된다. 부가 설명을 들은 후에야 아...

막상 이해하고 나면 웃프면서도 뭔가 뭉클한 감정이 든다.

 

 

일본 작가이지만 아주 익숙한 듯 한번 들으면 잘 잊어버리지 않는 요시타케 신스케와

또다른 저자 마타요시 나오키가 함께 지은 책, 「그 책은」이다.

이 책을 머뭇거리지않고 선택함에 있어서 요시타케 신스케라는 작가 이름값도 한 몫 했다. 

학교에 한 해 두 번 책이 들어오는데,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들은 따로 책장에 꽂아뒀다.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제법 있는 책이라서.

읽으면서 소심하게 혼자 ㅋㅋㅋ 킥킥킥~ 자연스레 웃음코드를 유발하는 작가다. 

 

 

이름값하는 작가 외 '책'을 말하는 소재라서 흥미로울 것 같고, 어떤 웃음 코드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선 책 표지부터 심상찮다. 요즘 책은 끈이 없는데, 친절하게 붉은 끈까지 만들어주었다. 

하드커버의 양장본인 듯.  표지가 그럴듯하게 고급진데, 속지는 옛날 빗바랜 누런 종이다.

심지어 누런 속지가 두껍기까지 하다. 꽤 의도적인 듯 하다. 눈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얘기란 의미인데 뭐지? 작가의 성향이 아닌데.

왠걸~~ ㅋㅋㅋ 킥킥 웃음 터지는 지점이 있다. 그럼 그렇지.

 

두 명의 이야기꾼이 눈이 나빠져 더이상 책을 볼 수 없는 왕에게 책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에 돌아다니면서 진귀한 책에 대해 아는 자들을 수소문해서 듣고와서 왕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13일 동안의 책 이야기는 '천일야화 아리바안나이트'가 뜬금없이 생각났다. 

이야기꾼들의 처해진 상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계속 이야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아찔~)

그러나, 무궁무진한 이야기 소재와 입담을 자랑하는 작가라면 살아남을 것 같다. 

 

웃긴데, 뭉클하고 따뜻해졌다.... 이해가 안 되는 지점도 여전히 있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딱딱하지않게 블랙코미디로 승화 가능하구나!

작가의 그림책을 자주 보다가 어른을 위한 책도 색다르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은 직접 읽어봐야 한다는 것~!

그 느낌 바로 와닿지는 않겠지만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온다.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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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2023. 8. 2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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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깊숙이 개입되어있고 되돌릴 수 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 곳 지구를 생각하면서,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의 그 마음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고 소개하는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을 읽었다. 

작가의 식물에 대한 앎이 제법 신선하게 느껴졌다.

식물은 이동성과 역동성, 영향력 등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분포되어있는 우세종이라는 것은 기본이다. 

재밌고 탄탄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식물의 기본정인 정보부터 시작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찾고 읽었을지 가늠이 된다.

무엇보다 원예학을 전공한 아빠 찬스를 잘 활용한 부분도 끊김없이 흡입력 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데 크게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라는 전제에서 시작된 지구 곳곳에서 실존하는 기이한 식물들은 그 자체로 탁월할 수 밖에.

 

 

책 「지구 끝의 온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더스트, 모스바나, 프림빌리지, 도피처, 분해제, 랑가노의 마녀들, 내성종 인간과 저항종 식물,

돔 시티,  온실, 사이보그, 기계와 유기체,  초토화, 재건....≫

남은 사람들과 떠난 사람들, 애증의 마음과 그리움, 삶의 본질적인 의미, 영원한 도피처 등 생각들이 많아진다.

인류에 필요한 연구들이 정작 인간의 탐욕으로 눈멀어 만들어진 재앙(더스트)이 될 때 삶이란? 선택을 못 할 수도 있다. 

세워지고 심겨진 것은 모두 폐허가 되고 공권력이 붕괴되고, 책임은 실종될 때 모두가 각자 도생하며 삶과 죽음으로 나눠진다. 

 

"침입자들의 등장 이후로 나는 프림 빌리지가 안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하지만 그보다도 나를 더 고통스럽게 했던 것은, 작은 균열이 이 마을에 만들어낸 불안감의 안개였다.

..... 나는 이런 균열들이 결국 이 마을에 낫지 않는 흉터를 남길까봐, 그리고 이곳을 마침내 파괴해버릴까봐 두려웠다." (203쪽)

 

조금의 희망이 보일 때 사람들은 서로를 아끼며 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틈(균열)의 전조가 보이면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여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낸다.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처해진 상황과 환경으로 인해 갈등은 고조되고 분열하며 흩어진다. 

절망과 죽음을 피해 온 기적과 같은 곳 프림 빌리지도 영원한 도피처가 아니었다. 근원을 알 수없어서 더 불안정한 곳일 뿐.

거창하게 행복을 찾는게 아닌데,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곳이면 되는데...

똑같은 일상이지만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안정감을 주며, 감사한 삶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미래에 펼쳐질 가상현실을 상상력으로 버무린 공상과학물은 재밌다. 

지금 내 삶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러나 다 읽고 책을 덮은 후 기분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가볍게 또는 무시할 수 없는 이상한 징후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본다. 

발 딛고 살아가는 지구가 정상적이지 않고 병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기후 위기와 멸종에 관한 부분은 우리 삶에 아주 가까이 와 있다.

자연스러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꾸 인위적으로 바꾸고 만드는 인간의 이기심이 한 몫 했다. 

 

책 「지구 끝의 온실」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들은 복합적인 것 같다. 

지구에 닥친 재앙과 살아 남은 자들의 재건, 그 과정 속에서 불신과 불안, 약이 되고 독이 되는 명암이 엇갈리는 식물의 재발견,

흩어짐과 약속 그리고 다시 생명의 움틈, 회복 등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간 시간 속에서 빗바랜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된다. 

살아내느라 힘들었던 시간들은 잊혀지지 않는 아픔으로,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처럼 각인된다. 

 

나름 식물을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는게 아는 것은 아니었다;;;; 식물의 생태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기후위기 속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무엇을 실천하며 살아가야될지 고민도 해봐야겠다. 

읽기는 재밌게 읽었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써야할지 꽉 막히는 시간도 늘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걸까? 책 읽고 쓰는게 많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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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빗살무늬햇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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