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어느해보다 많이 오는 올해이다.
날씨에 따라, 비 오고 덜 오는 강수량에 따라 제철 채소의 작황은 달라진다.
작년 여름에는 가지가, 올해는 오이와 고추 양이 많다.
비가 자주 오니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간다.
학교 텃밭에서 딴 가지와 상추, 오이, 감자, 고추를 조금씩 얻어 먹었다.
상추와 풋고추, 오이 맛에 푹 빠져들었다.
빨갛게 먹음직스런 찰토마토를 먹으라고 주시더니...
풋고추를 또 나눔하셨다.
교무부장샘 어머니께서 직접 기르고 딴 농약 안 친 무공해 고추다.
아비토끼는 회사서 저녁까지 먹고 오는 날이 많고, 효진이는 채소를 멀리하고,
그나마 나는 여름 채소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그냥 먹기에는 많이 주셔서 어떻게 해먹을까 고민하다가...
풋고추 된장 무침이 생각났다.
고깃집 가면 장아찌 뿐 아니라 아삭고추된장무침도 밑반찬으로 나온 곳 있던데,
그 맛은 기름진 고기의 느끼한 맛을 없애주는 깔끔함? 맛있었다.
풋고추 된장 무침은 별다른 양념 레시피는 없다.
풋고추 2줌 정도 씻어주고, 꼭지 떼어내고, 총총총 먹기 좋을 크기로 썰어준다.
따로 양념장을 만들지 않았다. 그냥 손대중으로 바로 비볐다.
된장 크게 2개, 고추장 크게 1개, 매실청과 참기름 한 번 크게 돌리고, 요리당과 설탕,
통깨로 마무리해서 일회용 비닐장갑 끼고 버무려준다.
먹으면서 간 보고, 모자라는 양념은 첨가하면 된다.
고기 먹을 때 쌈장으로 쌈 싸먹고 그 위에 마늘, 고추 또는 장아찌를 곁들여 먹었는데.
그 쌈장과 고추의 조화로움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
풋고추가 많아서 풋고추로 된장 무침을 만들었지만, 아삭이 고추로 많이 하는 듯...
청양고추로 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껏~!
입맛 없는 이 여름에 물로 밥 말아주고,
한 숟가락 위에 살포시 풋고추 된장 무침 하나를 얹어주면... 게임 끝~!
어렸을 때 여름, 할머니가 왜 저렇게 허술하게 한 끼를 드시나 싶었는데.
허술한 음식이 절대 아니었다. 추억의 음식이자, 따뜻한 음식이란 생각이 든다.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제철 고추 별미였다.
풋고추 본연의 여름 맛이 깃들었다.
겨울에 태어난 아이는 여름이 싫었는데, 여름의 음식 때문에 여름이 좋아졌다.
귀한 맛들을 알아가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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